[거버넌스워치]씨젠 천경준의 세 딸, 주식증여로만 670억 ‘벼락부자’
오너 천종윤 삼촌 내외 지분 22%→5%
630억 현금화外 70명에 980억어치 증여
세 자매 천혜영, 미영, 시영 몫만 510억
‘캐시(Cash)’와 ‘증여’. 창업 10년만의 증시 입성 뒤 다시 10년 만에 찾아온 코로나19 ‘대박 신화’의 주인공 씨젠(Seegene)의 ‘천(千)’씨 집안 지배구조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오너 일가 지분이 상장 당시에 비해 달리 반토막 난 게 아니다. 성공의 열매를 맛보느라 주식을 바꿔 현금을 쥐는 데 ‘열일’ 했다. ‘한 집안이 출세하면 사돈의 팔촌까지 덕을 본다’는 말도 달리 생겨난 게 아니다. 증여가 부지기수였다.
많게는 수백억원 벼락부자가 양산됐다. 무엇보다 숙부 내외가 핏줄 등에게 아낌없이 주식을 뿌린 데 기인한다. 인원만 70명, 액수로는 1000억원에 육박한다. 압권은 세 딸이다. 부모가 물려준 주식만으로 세금을 물고도 670억원의 재산을 거머쥐었다. 천씨 일가의 지분 축소에 핵심적 영향을 끼진 삼촌 부부의 행보를 짚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천경준 회장 내외 현금화 액수만 630억
2000년 9월 현 오너 천종윤(66) 대표가 씨젠을 창업할 당시 삼촌 내외는 후원자였다. 천경준(76) 현 회장과 안정숙(73)씨다. 경영에도 손을 댔다. 숙부가 이사회에 합류한 게 2005년 5월이다. 숙모도 한 발 걸쳤다. 남편이 사내이사직을 맡을 무렵부터 3년간 감사로 활동했다.
천 회장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 여전히 이사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는 해도 2011년 3월 이후 비상무이사일 뿐이다. ‘회장’ 명함을 가지고 다니지만 경영 실권(實權)과는 거리가 먼 경영자문 역할에 머물고 있다.
씨젠 지분이라고 다를 게 없다. 2010년 9월 상장 당시 2대주주로서 14.71%를 보유했던 천 회장은 지금은 3.54%다. 3대주주였던 부인 또한 7.35%→1.67%로 대폭 낮아졌다. 부부가 무려 16.85%p(22.06%→5.21%) 축소됐다.
예외 없다. 조카들이 주식을 팔아 거액을 손에 쥔 마당에 삼촌 내외라고 다를 게 없다. 천 대표와 동생 천종기(61) 씨젠의료재단 이사장이 2011~2014년 3차례 블록딜을 통해 챙긴 현금이 890억원, 300억원 도합 1190억원이다.
천 회장은 역시 2015년 6월 장외매도를 통해 한 번에 268억원을 거머쥐었다. 부인의 경우는 2012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거의 매년 거르지 않고 장내에 쏟아냈다. 대가로 363억원을 챙겼다.
천씨 일가 창업 4인방은 여러모로 닮았다. 개인자금을 들여 장내에서 주식을 산 적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딱 1번 있기는 했다. 천 대표가 2017년 8월 사들인 5억원어치가 전부다. 숙부 내외와 동생은 아예 없다.
올 5월에는 외손주 7명에 170억 증여
한데, 천 회장 부부의 씨젠 지분이 4분의 1 토막이 난 결정적 요인은 전례를 찾기 힘든 어마무시한 주식 증여에 있다. 증여를 통해 주주로 등장했다가 차익실현으로 빠진 친족들을 빼고라도, 상장 당시 9명이던 천 대표의 친인척 주주가 지금은 30명으로 불어난 주된 이유다.
상장 직후부터 수적으로나 양적으로 아낌없이 뿌렸다. 천 회장이 2011년 4월부터 시작에 증여해 준 인원만 천씨 집안 사람들과 모교인 한양대 등을 합해 47명이다. 액수로도 674억원(증여일 기준)이나 된다. 부인도 만만치 않다. 친정식구들까지 해서 23명에게 302억원어치를 나눠줬다.
3대(代)까지 내려갔다. 안정숙씨가 외손주들에게 1.34%, 169억원어치를 쥐어준 게 올해 5월의 일이다. 변정우, 이유준, 육서연 등 적게는 3살, 많게는 17살인 7명에게 똑같이 0.19%. 24억원어치씩을 증여해 줬다.
증시 입성 이후 실적을 기반으로 씨젠의 주식가치가 한 단계 ‘레벨-업’ 된 데 이어 코로나19 ‘대박’까지 터지며 치솟는 사이 증여받은 주식을 손에 쥔 친족들이 가만있었을 리 없다. 천 대표를 비롯한 창업 4인방은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막대한 부(富)를 거머쥐었다는 애기다. 일가들의 차익실현은 올해 5월까지 이어졌다.
‘[거버넌스워치] 씨젠 ②편’에서 2015년 이후 별 변화가 없는 천 대표와 직계가족, 남동생 소유의 21.98% 외에 천 회장을 비롯한 다른 일가 26명의 8.32%가 향후에 언제든 축소될 여지가 많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증여만으로…세 자매 손에 쥔 현금만 840억
천 회장 부부의 증여의 수혜자는 세 딸이 단연 독보적이다. 2011~2014년 5차례에 걸쳐 각각 170억원어치를 물려줬다. 총 511억원이다. 전체 증여액의 52%에 해당하는 액수다. 천혜영(46), 천미영(45), 천시영(43)씨다.
세 자매는 증여를 받자마자 2011년 9월부터 시작해 줄기차게 주식을 내다팔았다. 비교적 근래인 2021년 11월까지 멈추지 않았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씨젠의 주가가 그 해 8월 최고가 16만1100원(2021년 4월 100% 무상증자 반영)을 찍을 무렵 주당 15만원이 넘는 가격에 주식을 처분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손에 쥔 자금이 총 839억원이다. 장녀 168억원, 차녀 318억원, 3녀 353억원이다. 증여 당시 적잖은 증여세가 뒤따랐을 테지만 세금을 무는데 전혀 문제될 게 없었던 배경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증여재산이 상장주식이면 증여일 이전 2개월과 이후 2개월 총 4개월 치의 최종시세 평균값으로 재산가치가 매겨진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은 20% 할증된다. 여기에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증여공제(5000만원), 누진공제(4억6000만원), 자진신고세액공제(산출세액의 3%) 등의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얼마 되지 않는다. 증여 당시 주식시세로 따져보면, 세 자매가 납부해야 할 세금이 어림잡아 각각 90억씩 총 270억원에 달했을 것이란 계산이다.
천 회장의 2세들이 증여세를 물고도 570억원 손에 쥐었을 것이란 계산이다. 남아있는 0.93%의 소유주식 가치도 적잖다. 100억원어치쯤 된다. 오로지 증여만으로 막대한 재산을 거머쥐었다. 달리 벼락부자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오너 천종윤 후계구도 ‘먼 얘기’
상대적으로 오너인 천 대표는 주식 증여가 많지 않았다. 천 대표가 2015년 5월 딱 1번 6명에게 245억원어치를 나눠줬다. 천 이사장의 경우는 2011년 9월 1명 3억원가량의 주식이 전부다.
천 대표의 부인 차금옥(64)씨와 두 딸 천솔지(35), 천솔비(30)씨가 씨젠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게 당시 증여에서 비롯된다. 현재 각각 지분 0.78%, 0.38%, 0.38%를 소유 중이다.
한데, 두 딸의 지분율에 전혀 변동이 없다. 주식 또한 산 적이 없고 2021년 4월 100% 무상증자를 통해 2배로 늘어났을 뿐이다. 경영에 본격 입문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천 대표의 후계구도는 아직은 먼 얘기라는 의미다.
천 대표가 경영자의 길을 걸은 지 23년이다. 나이도 ‘모든 사회활동이 성취돼 은퇴하는 나이이면서도 아직은 여력이 있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나이’인 ‘미수(美壽․66세)’다. 슬슬 후계구도 얘기가 나올 법 하지만 잠잠한 이유다.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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