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외면당하고 있는 소비자

김정규 기자 2023. 7. 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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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필라테스 요가원 '먹튀' 사건
보호장치 촘촘하게 이용자는 꼼꼼하게
소비자의 눈높이가 정책 방향 길잡이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필라테스, 요가원 등의 '먹튀' 사건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도의 허점으로 소비자 피해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대부분 체육시설들의 가격 미고지 및 부실고지, 일방적 휴폐업으로 인한 피해들이지만 해당 업종이 관리 대상에 제외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천안에 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던 A필라테스는 지난달 26일 SNS 공지를 통해 "현 시점부터 수업진행이 불가하다"고 일방 통보했다. "계속되는 경영난과 불투명한 경영의 미래로 인해 운영중단(폐업)을 결정하게 됐다. 금일부로 매장 출근은 안 해도 된다. 무책임하게 마무리하게 돼 직원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회원들의 피해 구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 업체는 천안 외에도 수원과 용인에 지점을 두고 있었다. 당시까지 피해액은 1억4000여 만원으로 추산됐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대전 N백화점 유성점과 둔산점에 입점한 B필라테스 업체가 회원들에게 무기한 휴점하겠다고 일방 고지했다. 당시 대전에서만 200여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대구 동부경찰서에서는 같은 내용의 피해자 120여 명이 고소장을 통해 필라테스 '먹튀' 피해를 호소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울산 등 대도시부터 천안, 수원, 용인 등 중대형 도시들에서 많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이 할인 프로모션을 이용한 장기계약으로 인해 피해규모가 커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필라테스 관련 상담은 4953건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3241건이었다. 상담 사유로는 지난해와 올해 6월까지의 상담 중 약 73.6%(6033건)가 계약해지 및 위약금이었다. 이 기간동안 단일 상담 사유로는 가장 많은 품목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폐업 뿐 아니라 중도 해지, 정상가 이슈 등에서 분쟁도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체육시설에 대한 가격표시제 실태 조사 결과 헬스장·수영장 등 1003곳 가운데 400곳이 사업장에 요금체계, 환불기준 등을 게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상 체력단련장업(헬스장), 수영장업, 종합체육시설업(실내수영장 포함 2종 이상의 체육시설 경영)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서비스의 내용·요금체계, 환불기준 등을 사업장에 표시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 대상에서는 요가·필라테스가 빠졌다. 체육시설업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체육시설업자는 시설의 안전·위생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안전보험을 의무가입해야 하고, 사업장 게시물과 등록신청서에 서비스 내용과 요금·환불기준을 표시해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받지만 필라테스와 요가는 이 기준을 비껴가고 있는 것이다.

운동시설 휴폐업 피해가 잇따르면서 지난 2018년 국회에선 이용료 반환 담보를 위한 체육시설업자의 보증보험 의무가입을 골자로 한 체육시설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대상을 현행 체육시설업에 한정해 이마저도 최다 피해 업종을 피해가고 있다. 현재에선 단기 결제나 신용카드 장기 할부결제가 작은 대안이다.

파생된 피해는 또 있다. 이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노동을 제공한 프리랜서 강사들이다. 이들의 노동을 제대로 인정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관리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플랫폼노동공제회 산하 프리랜서권익센터 임병덕 운영위원은 "프리랜서라는 사회적 지위에 관한 법률 또는 근로기준법보다 폭 넓은 노동자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프리랜서 보호를 포함한 '일하는 시민 기본법'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최근 소비자를 위해 개선한 몇 가지 정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가 가해 차량 사고 보상 제한 △물가 상승 요인이 되는 주세 물가연동제 폐지 △온라인 쇼핑몰의 연륙교 섬 추가 배송료 청구 불가 등이 그것이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오랜 시간 피해를 양산하고 있었던 것들이다. 정책은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공감할 수 있게 준비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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