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게도 통할 영어 공부법 [새로 나온 책]
딸에게 들려주는 영어수업
조영학 지음, 비아북 펴냄
“어른이 되어 시작하는 영어 공부에는 그만의 장점이 있다.”
저자는 스티븐 킹, 데니스 루헤인 같은 영미권 대중소설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어로 맛깔나게 옮겨온 번역가다. 처음부터 영어를 좋아하진 않았다. 검정고시로 뒤늦게 영문학과에 들어간 것은 오로지 장학금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어는 단어나 숙어가 아니라 ‘생김새’ 즉 구조로 읽어야 한다는 선배의 가르침을 새기며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이후 영어 교사와 결혼하고 영어책을 번역하며 살다가 영어에 미숙한 딸로부터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가 직접 몸으로 터득해온 영어 공부법을 딸에게 적용하며 체계화한 결과가 이 책이다. 제목은 “딸에게”이지만 사실은 어떻게 영어 공부를 시작할지 막막해하는 어른들을 위한 학습법을 담은 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지음, 황국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저는 앞으로 암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책 표지에는 낡고 오래된 피아노 한 대가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뉴욕 자택 마당에 놓아둔 이 피아노는 무려 100년 전에 만들어졌다. 수차례 비바람을 맞으며 “본래의 나무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는 악기를 보며, 그는 죽음에 대해 떠올린다. 삶의 마지막 고비에서 글을 여러 편 남겼다. 암과 싸우는 대신 '암과 살아가기로 했다'는 그의 글은 담담하면서 자유롭다. 동일본 대지진과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또 광주민주화운동 등이 그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기록한 대목은 사회운동가로서의 유산이기도 하다. 향년 71세, 그의 시간은 멈췄지만 글과 음악은 긴 시간 기억될 것이다.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아라이 유키 지음, 배형은 옮김, 미음 펴냄
“나는 이 ‘정리할 수 없다’는 느낌이 싫지 않다.”
언어는 삶을 담는 그릇이다. 차별과 혐오는 ‘말’과 떨어질 수 없다. 책에 담긴 질문 17개는 저자의 맹렬한 위기감 속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말의 힘을 믿는 사람. 그래서 말이 파괴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부제는 ‘삶을 파괴하는 말들에 지지 않기’. 장애인·환자·여성 등 이른바 사회적 소수자의 삶이 얼마나 납작하게 요약되기 쉬운지, 또 거친 요약의 뒷면에서 얼마나 다양한 분투가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것은 말에 대한 희망을 찾는 일이기도 했다. 삶의 존엄과 우아함을 구축하는 도구로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등 페이지마다 빼곡한 진심이 독자를 고민의 자리에 데려다놓는다.
나무 마음 나무
홍시야 지음, 열매하나 펴냄
“베어진 나무에서는 비명 소리가 나는 듯했다.”
인간의 5분이 나무의 일생보다 가치 있을까? 저자는 도로 확장을 이유로 파괴되는 제주 비자림을 ‘학살 현장’처럼 느낀다. 100일 동안 하루 한 그루씩 나무를 그렸다. 나무를 베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든 다시 나무를 심으려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은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숲은 ‘존재의 집’이었다. 숲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말하지 않고도 가르쳤다. 숲으로 가는 일은 “나약하고 무력한 나를 절망에서 구원하는 일,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하고 근사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에게 종교와 신은 나무에 깃들어 있다. 나무와 숲, 비인간 존재들의 자리로 독자를 초대하는 책.
청춘유감
한소범 지음, 문학동네 펴냄
“부끄러움에 훌쩍이던 날엔 글을 썼다.”
젊음이라는 터널을 절반쯤 빠져나온 저자는 자신을 ‘도망치는 데 선수’라고 말한다. 영화를 만들고, 소설을 쓰던 청춘은 문학 전문기자라는 지금의 역할과 자리로 이어졌다. 사랑했던 것들에 애달프게 매달렸던 기록과 그 사랑이 어쩌면 충분치 않았을지 모른다는 솔직한 고백이 덤덤히 이어진다. 누군가의 눈에는 이런 청춘이 거창해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저자는 순간순간 ‘떠날 감정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꾸준히 기록하고, 그 기록을 찬찬히 마주한다. 실수와 후회를 애써 미화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걷고 성장하는 사람의 산문집이다. 마침표마다, 아직 마르지 않은 진흙 냄새가 남아 있다.
인류의 진화
이상희 지음, 동아시아 펴냄
“다시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인류의 진화에 관한 오해 중 하나는 ‘지금의 인류가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에 등장한 인류가 이전의 인류보다 더 우수하리라는 짐작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보면 단일한 인류 계통이 존재한 시기가 길지 않다. 정권을 이양하듯 하나의 계통에서 두 개의 계통으로 바뀐 게 아니라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듯 뻗어 나갔다는 것이 20세기 후반의 인식이다. 21세기에 발견된 고인류의 흔적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진화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가 동북아시아권의 고인류 흔적을 통해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오늘의 모습이 되었는지 짚었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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