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해?말어?"···애플의 '신포도' 같은 생성형AI[양철민의 아알못]
애플 AI 세계 14위···구글·MS와 격차커
높은 유지비·낮은 수익성에 저울질 계속
아이폰·맥북·iOS 기반 '애플생태계' 공고
비전프로도 내년 선봬···서두를 필요없어
팀쿡 특유의 '패스트팔로잉' 전략 펼칠 듯
사상 첫 시가총액 3조달러(한화 3865조원)를 넘어선 ‘몸값 1등’ 기업 애플(이달 20일 기준 3조687억달러)이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LM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의 ‘데이터 인프라’ 역할을 한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국내 기업 또한 자체 LLM을 구축 중일 만큼 관련 열기가 뜨겁다.
다만 업계에서는 애플이 구축중인 LLM이 애플 특유의 ‘패스트 팔로잉’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애플은 2007년 글로벌 IT 패러다임을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아이폰 출시 후 눈에띄는 ‘혁신’ 보다는 ‘자신만의 생태계 구축 강화’에 보다 힘을 기울여 왔다. 생성형AI와 관련해 시장 흐름에도 도태되지 않는 수준의 대응은 하되, 구글이나 MS와 같은 적극적 대응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 같은 관측의 배경에는 애플이 지금껏 보여준 사업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애플은 iOS·앱스토어와 같은 소프트웨어 및 아이폰·맥북·아이패드 등 하드웨어를 통합 제공하는 형태로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자신만의 영토를 구축 중이다.
실제 애플은 ‘느리지만 확실한 1인자’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애플은 2016년 내놓은 무선이어폰 ‘에어팟’으로 유선이어폰 시대의 종말을 알렸으며, 맥북 시리즈는 세계최고 ‘전성비(전력 대 성능비)’를 자랑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M1·M2 탑재로 MS의 ‘윈도’ 운영체제(OS) 기반의 노트북 이용자 다수를 끌어들였다. 또 내년에는 증강현실·가상현실 기기인 ‘비전프로’를 내놓아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라는 신규 시장마저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제품 대부분이 경쟁사 대비 출시시기가 늦거나, 출시 직전까지 이른바 ‘애플 마니아’의 우려가 상당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헤드셋 증강현실 기기는 이미 구글(구글글래스)이나 메타(오큘러스)의 관련기기 출시가 비전프로 대비 빨랐으며, 에어팟의 경우 ‘콩나물 머리 같다’는 조롱을 들을 정도로 시제품 공개 당시 반응이 차가웠다. 반면 비전프로 출시에 따른 시장의 기대감으로 애플은 시총 3조를 넘어섰으며, 에어팟은 글로벌 무선이어폰 시장에서 과반의 점유율을 자랑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애플의 전략이, 시장성과 제품 안정성 등을 두루 고려한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쿡의 전략적 판단이라 보고 있다. 실제 애플은 미래 기술의 경연장으로 불리는 세계최고 IT전시회 ‘CES’에 수십년 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에서 언제 상용화 될 지 모른는 미래 기술 보다는 당장 현실에 적용가능한 현재 기술에 초점이 맞춘 애플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다섯번째 폴더블폰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애플은 여전히 폴더블폰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팀쿡 특유의 경영철학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때문에 애플의 자체 LLM 모델 또한 수년째 군불만 떼고 있는 ‘애플 폴더블폰’처럼, 실제 모습을 드러내려면 상당기간이 지나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에이잭스’(Ajax)라는 자체 프레임워크를 갖고 있으며 ‘애플 GPT’라는 챗봇 서비스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GPT는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 대비 답변 정확도가 높은 AI서비스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애플의 AI 기술력은 경쟁업체와 비교가 힘들 정도로 수준이 낮다. 시장조사 기관 썬더마크의 조사 결과(2022년 기준)에 따르면 AI 연구 분야에서 애플의 점수는 7.0으로 글로벌 14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AI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200.2점을 기록한 구글이며 이어 MS(79.3점), 메타(54.9점), 아마존(26.5점), IBM(26.3점), 화웨이(21.6점), 알리바바(13.1점), 엔비디아(12.5점), 텐센트(10.2점), 삼성전자(10.0점) 순이다. 애플이 자체 AI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애플 생태계 강화 차원에서 활용될 뿐, 외부 이용자 확대차원에서 활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생성형 AI 시장은 애플 입장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우선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난해 매출은 2800만 달러 수준인 반면 손실규모는 5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생성형AI 서비스를 위해서는 병렬연산에 최적화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량구매해야 해 관련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만 수억달러의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한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는 지금 주문을 하더라도 석달 이후에나 수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돈을 쏟아 붓는다고 관련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여기에 생성형 AI를 고도화 하기 위한 ‘휴먼피드백강화학습(RLHF)’에도 인건비 항목으로 최소 수백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며, 머신러닝용 데이터 구매 등에도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생성형 AI에 사용되는 데이터와 관련해 ‘개별 이용자의 지식재산권(IP)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추가 데이터 확보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생성형AI 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이를 상용화 할 경우 매번 투입해야 하는 비용도 어마어마 하다. 생성형AI는 조(兆) 단위의 매개변수를 바탕으로 답변을 도출하는 만큼, 일반 키워드 검색 대비 답변에 소요되는 전력 비용 및 인프라 관련 비용이 수백배 많다.
이 때문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이 같은 생성형AI의 운영비 문제 때문에 ‘GPT-4’의 연산과정을 단순화해 비용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온라인 저널 ‘아카이브’(arXiv)에 따르면 수학에서 소수를 식별할 경우 GPT-4의 정확도는 3월에는 97.6%에 달했으나 6월에는 2.4%에 그쳤다. 이외에도 GPT-4의 정확도가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정황이 꾸준히 보고 되고 있다.
생성형AI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지고 있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달 챗GPT 웹사이트에 대한 전 세계 데스크톱 및 모바일 트래픽은 전달 대비 9.7% 줄었다. 순방문자수는 5.7% 감소했으며 이용자들이 웹사이트에서 보낸 시간도 5월보다 8.5% 줄었다. 특히 애플은 대규모 클라우드를 운영중인 MS와 구글과 달리 생성형AI를 운용할만한 자체 클라우드가 없어, 관련 시장이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수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비용은 많이 들고 이용률은 갈수록 떨어지는 생성형AI 시장에, 자신만의 왕국을 구축한 애플이 굳이 무리하게 뛰어들 필요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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