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해외 부동산 위험까지…증권사 소집해 집중 관리 나선 금감원 [한강로 경제브리핑]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해외 부동산 부실 위험까지 겹치면서 증권사발(發) 리스크가 확대되자 금융당국이 증권사 최고 리스크관리 책임자(CRO)를 소집해 집중 관리에 나섰다. 현재 증권사의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위험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부동산 PF 연체율 등 관련 지표들이 악화하는 만큼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권사 10곳의 CRO 등과 ‘부동산 익스포저(비중) 리스크관리 강화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감원은 현재 증권사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리스크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증권사 CRO들에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의 안정적 관리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 확보 △투자자 피해발생 가능성 최소화 등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부동산 PF건 중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채권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조속히 상각하고, 사업성 저하가 우려된다면 외부매각·재구조화 등으로 신속히 정리하라고 했다.
특히 부동산 PF 부실의 ‘뇌관’으로 꼽히는 브리지론과 관련, 대출만기 연장, 인허가 지연 등으로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브리지론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라고 했다. 충당금 산정기준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황선오 금감원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만기연장 등 특이 동향에 대해 일일 모니터링을 하는 한편, 충당금 설정, 부동산 익스포저 평가의 적정성 등을 수시로 점검하겠다”며 “리스크관리가 취약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별도 관리방안을 제출해 점검하고 CEO 개별 면담을 하는 등 집중하여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우려는 부동산 PF 관련 지표들이 확연하게 안 좋아지는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권별 부동산 PF 연체율(3월 말 기준) 자료에 따르면 보험(0.66%), 저축은행(4.07%), 여신전문(4.2%), 상호금융(0.1%)보다 증권사들의 부동산PF 연체율은 15.88%로 높은 편이다. 특히 작년 말 대비 3개월 만에 5.5%포인트나 급등했다.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5조3000억원이다.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상승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2.01%로 작년 말의 1.19%보다 0.82%포인트 급증했다. 2020년 말 0.55%, 2021년 말 0.37%에 불과했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2%대를 넘어선 것이다. 전체 부동산 PF 대출잔액도 3월 말 기준 131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 130조3000억원 대비 1조3000억원이 늘어났다.
여기에 악화하고 있는 해외 부동산 부실 문제도 크다. 경기 하강과 재택근무 확산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커지고 있고,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증권사들이 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특히 건별 투자 금액이 큰 데다 지분이나 중·후순위 대출이 많아서 증권사 건전성이 순식간에 어려워질 수도 있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상시적으로 자체점검을 해서 투자대상의 손실징후 발생 시 재무제표에 적시 반영해 줄 것과 부실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여주는 담보, 보증, 보험 등 투자자 권리 구제장치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증권사들에 재차 강조했다.
기업의 재무상황을 점검하는 신용평가사들은 하반기 부동산 경기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증권업의 하반기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산업 전망은 ‘비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증권사 부동산 PF 익스포저에 대해 “상환순위, 투자지역, 용도 측면에서 타 금융업종보다 위험도가 높다”며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초대형 증권사의 익스포저가 큰 해외대체투자도 리스크가 작지 않다”고 내다봤다.
7000억원 규모의 백신 조달 입찰에서 약 6년 동안 조직적으로 담합해 부당이득을 챙긴 백신 제조사 및 제약사 등에 4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글로벌 백신 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6개 백신총판(광동제약, 녹십자, 유한양행 등), 25개 의약품도매상 등 32개 사업자가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09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담합한 대상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이었다.
사업자별 과징금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3억5100만원, 녹십자 20억35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 1억8500만원, SK디스커버리 4억8200만원, 유한양행 3억2300만원, 한국백신판매 71억9500만원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인플루엔자 백신 등 24개 품목 입찰에 참여하면서 낙찰예정자를 정해놓고 들러리를 세우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낙찰예정자는 최대한 높은 금액으로 낙찰받기 위해 ‘기초가격’(조달청이 시장가 등을 검토해 도출한 상한 가격)의 100%에 가깝게 투찰하고, 들러리는 이보다 더 높게 투찰하는 식이다.
초기에는 의약품 도매상끼리 담합했으나 정부가 2016년부터 제3자 단가 계약 방식(정부가 전체 물량의 5∼10% 정도인 보건소 물량만 구매)을 정부 총량 구매 방식(정부가 연간 백신 물량 전부 구매)으로 바꾸자 글로벌 제약사가 직접 들러리를 섭외하고 백신 총판이 낙찰받았다.
이들은 170개 백신 입찰(7000억원 규모) 가운데 147건을 낙찰받았는데, 이 중 117건(80%)은 낙찰률(기초금액 대비 낙찰금액 비율)이 100% 이상이었다. 이는 통상적인 최저가 입찰이 기초금액의 100% 미만인 것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담합을 통해 더 비싼 값에 백신을 팔아 이득을 챙겼고 그만큼 정부 예산이 낭비됐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백신 입찰 시장 내 담합 관행이 만연화된 탓에 전화 한 통만으로도 들러리를 섭외할 수 있었고, 들러리 사는 입찰 가격을 사전에 일러주지 않아도 알아서 적당히 높은 가격을 써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에스케이디스커버리 등 3개사는 2011년 백신 담합으로 제재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담합이 가능한 구조적인 이유 중 하나로 2009년 도입된 ‘공급확약서 제도’가 거론된다. 의약품 도매상 등이 조달사업을 낙찰받는다 하더라도 ‘공급확약서’ 발급 권한이 있는 백신제조사가 확약서 발급을 거부할 경우 낙찰은 무효 처리된다. 오동욱 공정위 입찰담합조사 과장은 “백신제조사가 공급확약서를 이용해 의약품도매상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가 꽤 있다”면서도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추후 질병관리청과 제도 개선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가구의 순자산이 통계 집계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토지 등 비금융자산이 줄어들면서다. 국내 전체 순자산도 가장 낮은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전체 순자산은 1경1237조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하면서 통계 편제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집값이 하락하자 주택자산(토지+건물)을 중심으로 비금융자산이 하락한 탓이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비금융자산은 전년 말 대비 302조7000억원 감소했는데, 이 중 토지자산이 247조3000억원, 건설자산이 59조6000억원 각각 줄어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가 하락 등으로 금융순자산도 15조1000억원 감소했다.
이들의 순자산 중에서는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51.0%로 가장 컸는데, 집값 하락이 자산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어 주택 이외 부동산(23.6%) 현금 및 예금(20.4%) 등 순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경우 주거용 건물 및 주거용 건물 부속토지 비중이 높아, 부문 중 유일하게 비금융자산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가구당 평균순자산도 5억2071만원으로 전년 말(5억4301만원) 대비 4.1% 감소했다. 해당 통계에서는 가계 부문만을 따로 추계하지 않아, 이 추정액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전체 순자산을 추계 가구수로 나눈 값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국부(國富)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금융·비금융법인, 일반정부의 순자산을 모두 더한 ‘국민순자산’은 약 2경380조원으로 2.2% 상승에 그쳤다.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토지 자산이 118조9000억원 줄어 감소 전환하고, 건설자산이 213조5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치며 전년(625조2000억원)보다 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화한 데 주로 기인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에 지난해 비금융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한 비중은 75.8%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감소했다. 부동산 비중이 감소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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