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배틀' 박효주 "42살, 지금 나이 재밌다…내 새로운 얼굴 반가워"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저한테도 욕망의 씨앗이 있어요. 늘 어디 가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죠. 작품 할 때마다 열심히 했으니 인정해 줬으면 좋겠고, 그걸 느낄 때 너무 행복하고요."
박효주는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케이블채널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극본 주영하 연출 김윤철 김준권)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행복배틀'은 SNS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하고,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박효주는 극 중 끊임없이 행복을 전시하며 엄마들 사이 '행복배틀'에 불씨를 지피는 오유진 역을 맡았다. 오유진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미스터리한 죽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배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날 박효주는 "훨씬 전부터 시나리오를 받고 시작해서 한 1년 정도 된 느낌이다. 되게 허하다고 그래야 하나. 진짜 오랫동안 갖고 있던 게 확 끝나니까. 사실 이제 방송에서 좀 안 보이고 해야 끝나는 느낌일 것 같다. 이제 내일이면 다 끝난다 생각하는 게 아직은 조금 아쉽다. 매주 수, 목요일만 기다렸는데"라며 종영 소감을 전했다.
오유진은 '행복배틀'에서 단 2회 만에 사망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오유진이라는 인물과 그 죽음이 주는 임팩트는 크다. 박효주 역시 오유진이 갖고 있는 과거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1, 2부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오유진의 상태가 어느 지점인지를 아주 많은 계산을 하고 인지해야 하는 지점이 많았고 때로는 이게 맞는지, 아닌지 불안하기도 했다.
박효주는 "감독님이 그 부분에 있어서 되게 확실하게 맞다, 아니다 이야기해 주시는 분이셔서 많이 도움을 주셨던 것 같다. 내가 그런 부분에 혼란스러워하는 걸 아셔서 따로 불러서 전사만 하루 종일 이야기해 주신 적도 있었다"며 "이 여자의 인생이 너무 파란만장하다. 이 여자가 동정표를 얻기 위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이 전체 드라마와 오유진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 있어서 어떤 공감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여자가 대체 뭔데 저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그래서 일단 나와 캐릭터의 공감이 중요했다. 내가 갖고 있는 키워드는 모성, 그리고 욕망이었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어떤 욕망, 애정결핍"이라며 "이렇게 세 가지 정도가 나한테는 되게 공감이 됐고 이해 가는 부분이 있었다. 크고 작음의 폭인 거지 나한테도 그런 씨앗이 없지는 않으니까. 그런 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다"고 포인트를 짚어냈다.
그리고 그 욕망과 모성애, 애정결핍은 박효주에게 어떻게 밸런스를 맞출지 고민을 안겼다. 먼저 박효주는 오유진의 모성애를 '시동을 거는 키워드'라고 해석했다. 오유진이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지율이와 하율이를 위해서야', '숨겨둔 주아를 위해서야', '나는 당연히 이 행동을 해야 돼'라고. 그리고 박효주에게는 오유진을 만났을 때 공감이 되는 시동을 거는 부분이 됐다.
"과하고 절제되지 않고, 욕망의 시선에 노출되면서 브레이크가 안 잡히는 그런 인물이 유진이예요. 또 이렇게 정리되지 않은 마음, 미친 듯이 얻고자 하는 절제되지 않은 욕구는 어떻게 보면 어린 시절 많이 찾았던 애정에서 오는 결핍이고요. 그런 것들이 다 이렇게 세 꼭지처럼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듯 오유진은 풍부한 전사를 가지고 있는 데다 고민할 지점이 많은 복잡한 캐릭터였다. 그러나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고,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임에도 분량만을 따지면 많지 않은 것이 사실. 이에 대해 박효주는 "당연히 아쉽다. 나는 늘 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맨날 다른 역할 뭘 하고 싶냐고 물으면 장수하는 역할, 안 죽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며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내 박효주는 "되게 아쉬움은 있었는데, 워낙 대본받았을 때부터 오유진이 주는 굉장히 큰 묵직한 한방이 있었다. 이건 내가 너무 진짜 도전하고 싶고, 양보다 질이라는 느낌이었다"며 "맡겨주신 감독님과 제작사에 감사했다. 나한테도 되게 연기적인 도전이었고 쉽지 않았다. 아쉬움이 들 때마다 그걸 생각하며 '워워'했다"고 미소 지었다.
오유진의 첫 등장은 박효주에게 많은 계산을 하게 했다. 그러나 박효주는 "내 계산은 도움이 안 됐다. 조금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사실 감독님의 뜻을 더 많이 따랐던 것 같다. 초반에는 겁나고 불안하고 힘들었다. 방송을 보고 '아, 저렇게 가야 했구나' 깨닫고 배우는 과정이 있었다"며 고민했던 지점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미스터리해 보여야 했다. 또 1,2부에서 확실한 임팩트가 있어야 살인사건이 쭉 갈 텐데 등을 고민했다. 그런데 또 신 자체에서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보니까 그냥 그 느낌 하나만 갖고 있었다"며 "2부에서 오유진이 죽는데 사람들이 '저 여자가 도대체 왜 죽었지? 베란다에서 매달려도 봉 하나 잡고 어떻게든 살려고 할 것 같은데' 그런 궁금증 하나는 던져주고 싶었다. 진짜 너무 욕망이 득실득실해서 뭐든 할 것 같은, 정말 죽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건 확실하게 표현하고 죽자고. 그게 가장 심플하게 내렸던 결론이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죽는 장면에서 어떻게 죽어야 할까 했어요. 눈을 뜨고 죽을지 감고 죽을지.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사실 두 가지 다 찍었어요. 저는 두 눈을 감고 죽는 게 맞지 않나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눈을 뜨고 죽는걸 더 원하셨고요. 그런데 방송을 보니까 감독님 말씀이 더 맞았던 것 같아요. 죽기 직전까지 눈을 못 감는 모습이 더 맞는 것 같아서요."
'행복배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오유진의 죽음. 그 순간 박효주는 오유진이 모든 것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거라 내다봤다. 감추고 싶었던 판도라의 상자가 완전히 오픈된 상황, 모든 게 부질없고, 허망했을 거라고. 그러면서도 그 마지막까지 숨기고 싶었던 어떤 것이 있었던.
박효주는 "되게 쉽지 않은 신이었는데 기분이 되게 이상했던 신이었다. 촬영하면서도, 끝나고서도. 내가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너무 많은 동정심이 들었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 여자가 그렇게밖에 살 수 없고, 마지막 그런 순간까지도 숨기고 싶었던 게 있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오유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장미호다. 오유진에게 장미호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을 때, 결혼을 앞뒀을 때, 아이를 낳기 전 오유진이 찾았던 이도 장미호였다. 죽음을 앞두고 전화를 걸었던 이 역시 장미호였다. 때문에 박효주에게 오유진과 장미호의 관계 설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박효주는 "계속 연기를 하면서, 그 마지막 지점에 장미호한테 전화를 하는데 그 이름만 봐도 감정이 너무 이상했고 아프게 눈물이 났다. 오유진이 그렇게 불쌍했다. 연기하면서 더 많이 쌓였던 것 같다"며 "유진이가 진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안정이란 걸 느끼고 따뜻함을 느끼고 가족이란 걸 느꼈던 건 미호를 만나서였구나. 그게 아무리 짧은 순간이었어도.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이 아주 오랫동안 있었겠다 싶었다"고 자신의 해석을 내놨다.
이어 "정말 미호는 유진이에게 그런 존재였다. 진짜 가족이었다. 아빠였고, 엄마였고. 진짜 동생이자 친구이자 가족이고. 촬영하면서 더 오더라. 대본보다 방송을 보면서 더 많이 채워졌다. 미호와 유진이의 관계성과 그 짙은 사랑은"이라고 덧붙였다.
"유진이가 과거에 미호를 찾았을 때… 제가 느끼기에는 '헬프미(Help me)'였던 것 같아요. 유진이도 미호와의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했기 때문에. 또 미호엄마 말처럼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고. 가족이랑 한번 틀어지고 난 후에도 가족행사가 있으면 '그래, 이게 가족이지' 싶기도 하잖아요. 유진이에게 그런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해요. 유진이가 가족의 필요성을 느끼고, 미호가 그리워서 연락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때마다 계속 거절을 당했으니까. 이제 유진이는 미호를 보면 눈이 돌 수밖에 없겠죠. 거절의 횟수가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그 때문일까. 박효주가 꼽았던 인상 깊은 장면들은 모두 미호와 관련이 있었다. 박효주는 "처음 만나는 신을 찍는데 진짜 첫 촬영이었다. (이) 엘씨 하고도 처음 만났고 유진의 외제차도 처음 몰았다. 그런 상황에서 미호를 처음 만나는데 묘하게 짜릿했던 지점들이 몇 번 있었다"며 "또 마지막 만남도 인상 깊었다. 유진이가 미호한테 쓴 편지가 있는데 슛만 들어가면 감정이 주체가 안 됐다. 감독님이 무슨 원한이 있으셨냐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진이를 '으아아아' 이러고 연기했고, 유진이가 죽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체기 있는 사람처럼 살았다. 유진이가 자기 진심을 표현했던 신은 하나뿐이었다"며 "유서는 아니지만 '미호야, 사실 난 네가 너무 필요했어'라는 글을 썼던 신이다. 너무 마음이 올라와서, 끝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몇 달 동안 이 한 신이 없어서 체기를 가지고 살았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유진이가 환영으로 나오고 미호도 말하는 신이 있어요. 서로 눈만 마주치면 눈물이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저희가 만난 신이 거의 없거든요. 정말 첫 촬영 그리고 마지막 세트 촬영 때만 미호랑 눈물 마주치고 찍어서 그것도 너무 신기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행복배틀'과 오유진, 그리고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박효주는 '힘들다'는 단어를 여러 번 꺼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을 갖게 됐는지 묻자 박효주는 "한 3시간은 술 마시고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게 문장으로 말하기 어렵다. 아직 과정 중이기도 하고"라며 "뭐랄까. 안이함이나 타성보다는 한 직업을 오래 하면서 패턴의 익숙함이 소리소문 없이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발가벗겨지는 지점이 어느 한순간에 온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한계에 부딪히다 올 때도 있고, 집에서 갑자기 멍 때리다 올 수도 있는 지점이다. 이번 현장에서는 좀 그런 것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해왔던 방식으로는 안 되는 역할이기도 했다. 그 쉽지 않은 게 불편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되게 감사한 거였다"며 "난 조금 너무 불편하지 않으려 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 '행복배틀'이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됐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정말 대충 타협하고 싶지 않은 인간이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담담히 또 한 번의 깨달음을 고백했다.
그렇다면 '행복배틀'은 박효주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작품일까. 박효주는 "'행복배틀'은 꽤나 쉽지 않았다. 매 순간순간 많이 고민하고 배웠고 내 모자람도 느꼈다. 그 순간에는 진짜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연기한다는 것 자체, 가장 원초적인걸 많이 생각하게 됐다. 대충 한 적은 없지만 나도 타성에 젖지 않았나 싶고. 그만큼 어떤 생각의 시작을 일깨워줬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내가 형사 역할도 많이 했다. 또 바로 전작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도 그렇고 영화 '미혹'도 그렇고 메이크업 한 10분이면 끝나는 편안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조금 새로운 캐릭터 메뉴판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며 미소 지었다. 1982년 10월 8일 생. 올해 한국 나이 42살인 박효주는 "나는 지금 나이가 되게 재밌다. 이때 얹힌 내 새로운 얼굴을 보는 게 반갑고 재밌었다"고 뿌듯하게 덧붙였다.
"차기작이요? 저 상큼해지고 밝아지려고 오늘 앞머리 잘랐어요. 저도 제 인상 쓰는 모습이 지겨워가지고. 앗, 이건 좀 그런가요? 아무튼,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지만 체력소모가 있는 역할이기도 했거든요. 장수하는 역할 하고 싶고 안 죽었으면 좋겠고, 욕망이 별로 없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하하하."
[배우 박효주. 사진 = 와이원엔터테인먼트, ENA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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