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빈소마다 배치된 공무원…‘취재 감시’ 임무? [취재후]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가족과 지인들이 모여 고인을 애도하고 추억하는 '장례'는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아선 안 될 시간이죠.
KBS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이 '유족 취재' 혹은 '장례 취재'를 그 무엇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입니다.
유족의 이야기를 듣기까지 가장 중요한 건 '허락과 동의'입니다. 취재진은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하면서 조심스레 '허락'을 구하고, 유족의 '동의'가 있을 때 비로소 취재를 시작합니다.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혼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난 30대 교사'와 '출근 중 참변을 당한 70대 노동자들'의 이야기처럼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죠.
그런데 이번 오송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에서는 취재진이 넘어야 할 또 다른 '벽'이 있었습니다.
바로 '공무원'입니다.
■ "취재 나오신 거예요?" 유족 허락에도 취재 가로막아
충청북도와 청주시는 희생자 14명의 빈소에 전담 공무원을 파견했습니다. 장례 절차 등 유족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희생자 빈소를 찾은 취재진은 이들에게 '또 다른 임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기자와 유족의 접촉면을 최대한 차단하는 임무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지난 17일 취재진은 청주의 한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카메라를 들지 않고 들어가, 유족에게 먼저 신분을 밝히고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유족은 "고민해보겠다"고 말씀하셨고, 취재진은 생각하실 시간을 드리고자 잠시 빈소 밖으로 나와 연락을 주시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때 한 공무원이 취재진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묻더니, "이미 기자들이 다녀가 유족이 힘들어하니 인터뷰는 그만했으면 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후 유족의 동의 하에 인터뷰가 진행됐지만, 그 뒤로도 해당 공무원은 "허락받고 촬영하는 거냐", "명함을 달라", "언제 방송되냐"며 취재진에게 꼬치꼬치 캐물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빈소를 찾은 KBS 취재진은 총 4팀. 날짜도 장소도 달랐지만, 모두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 유족도 '황당'…"처음엔 고마웠는데, 이제는 기자만 오면 예의주시를…"
고인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유족에게는 매우 힘든 일일 겁니다. 공무원들도 이 점을 우려한 것일까요?
그런데 취재진을 만난 한 유족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처음엔 계속 나오셔서 도와주시고 신경을 써주시는구나 했는데. 지금은 기자님들 오시면 예의주시를 하고. 아까 다른 언론사에서도 제가 인터뷰를 하니까 쭈뼛쭈뼛 오시더니, 뒤에서 통화를 하시고. 인터뷰를 뭘 하는지 그런 걸 보는... 처음에는 너무 감사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런 느낌밖에 안 들어요."
-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희생자 유족
취재진이 만난 유족들은 한결같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면서 교통통제를 하지 않은 관련 기관의 안일함을 지적했습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지자체 등 행정 당국의 부실 대응도 언론 보도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 "힘들어하는 유족 지원하다 발생한 일…취재 제한은 아냐"
현장 공무원들이 언론과 유족의 만남에 이토록 예민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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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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