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재건축 vs 리모델링, 1기 신도시의 선택은? [창+]①
[시사기획 창 '오래된 신도시의 꿈' 중에서]
1기 신도시에서 평균 용적률이 가장 높은 중동.
특별법으로 비로소 재건축이 가능해졌습니다.
<인터뷰> 이정식/중동 A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
"우리도 재정비를 할 수 있다는 희망. 와, 우리도 이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구나.
이것이 가장 큰 선물이자, 희망이 될 수 있는 그러한 사안이 된 것 같습니다."
법적으로 유효한 동의서 양식이 아직 없는데도, 주민들은 동의서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정식/중동 A 통합 재건축 추진위원장
“(용적률) 400~500% 사이를 받아야만 저희가 재건축, 1기 신도시 특별법에 해당하는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사업성이 나오게 됩니다."
일산에서도 재건축 동의율 높이기 경쟁이 붙었습니다.
고양시의 재건축 사전컨설팅 단지 공모가 특별정비구역 지정 경쟁의 전초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석윤/일산 B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
"결국에는 주민들의 합의에 달려 있잖아요. 주민분들이 합의 안 하시면 어떤 조건도 다 필요가 없는 거예요. 기존 재건축 제도에 비해서 지금 초기 단계가 최소 3년 이상 5년 앞당겨질 수 있는 기회다 보니까, 지금은 이 절차들이 잘 진행이 된다면 조금 빠르게 진행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모두가 특별법을 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방식대로, 개별 단지만 정비하겠다는 곳도 있습니다.
<인터뷰> 000/개별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은 시간과 싸움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건축비는 계속 상승하고 금융비용도 계속 발생하는데"
통합 정비를 추진하기엔 이해관계 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릴 거란 판단입니다.
<인터뷰> 000/개별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
"저희랑 같이 (블록으로) 묶인 단지가 준공 사용승인일이 5년 6개월 정도 차이가 나요. 그리고 거리도 어느 정도 있고, 또 중간에 학교도 있고, 교육 시설도 있고, 그다음에 종교시설도 있고, 상가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판단했을 때는 뭔가 (통합 재건축으로) 하면 물리적으로도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고. 욕심 없이 빠르게 진행하는 게 제1 목표입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노승만/산본 A 리모델링 주택조합장, 산본 리모델링 연합회장
"이왕이면 재건축을 하지, 리모델링을 하냐는 얘기가 나왔었어요. 모든 단지가 다 그랬겠지만.
저희가 용적률이 많으면, 좋은 거는 당연히 좋은데 주거환경의 질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그런 측면은 조합원들한테 충분히 설명하고."
기자 : 어떻게 설득하셨어요?
“(조합원 모임) 카페에 (용적률) 500% 된 모 단지의 사진을 게재해드리면서, '알고 계신 500%로 만들면 이렇게 됩니다'라고 예시를 많이 보여드렸고요. 500이 과히 좋은 건 아니다.
특별법이라는 걸로 괜히 그런 부분들이 혼란만 가중되고 조합원들끼리 분란만 일으키는 그런 상황이 된 거 같아요."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의 선택은 이처럼 제각각입니다.
그 집합적 결과가 신도시 전체의 모습을 정하게 됩니다.
정부 정책과 주민들의 선택이 상호작용하며 그려낼 신도시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요?
6월 현재, 평촌 신도시는 리모델링으로 쏠림이 두드러집니다.
54개 단지 중 26개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리모델링 단지가 많다 보니, 재건축 단지 여러 개를 블록으로 묶어 기반시설을 정비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국토부 장관이 참석한 주민간담회 자리,
리모델링 추진 주민과 통합 재건축을 바라는 주민 사이의 갈등이 그대로 불거졌습니다.
<녹취> 장조영/평촌 A 리모델링 주택조합장
“특별법이 발표된 이후로 리모델링만 너무 홀대를 지금 받았다는 생각을, 저는 개인적으로 하고 있고."
<녹취> 이은정/평촌 재건축 연합회장
"리모델링으로만 계속 건물의 겉모습만 바꾸다 보면, 평촌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타 도시와 상당히 상대평가가 절하되는 그런 상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평촌 30년 차 주민
"저희도 여기서 30년 이상 살다보니까, 나이가 30대에 와서 60대 중반을 넘어갔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도 꿈이 있어요. 조금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꿈. 재건축을 저는 원하고요."
<녹취> 이형욱/평촌 B 리모델링 주택조합장, 평촌 리모델링 연합회장
"저는 사실 오늘 이 자리가 이런 자리가 되겠구나, 무슨 자리냐. 이런 질의응답 시간에 갈등!
지금 오신 원희룡 국토부 장관님께서도, 또 우리 시장님께서도 이러한 부분은 직시하셔야 합니다.
다른 거 아닙니다. 주민들의 갈등, 우리 리모델링 15년 전부터 잘 진행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대선, 지방선거, 이 시점에서 백년대계를 갈 수 있는 부동산 사업을 단시간에, 단시간에 이걸 하겠다고 하니까 이 사람들이 다 이렇게 하는 거 아닙니까.
30년을 같이 이웃 간으로 살아왔는데 리모델링 때문에, 재건축 때문에, 재개발 때문에 이래서는 안 됩니다."
리모델링을 지원해 온 안양시도 입장이 난감해졌습니다.
<인터뷰> 최대호/안양시장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면적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막대한 기반시설 설치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원활한 정비사업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적으로 특별법이 유명무실해질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측도 이런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인터뷰> 김중은/국토연구원 연구위원, 1기 신도시 정비기본방침 공동연구자
"사실 그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도시를 깔끔하게 정비하기 위해서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서 이 법으로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은 들지만
현실적으로 이 법이 모든 노후계획도시에, 모든 단지에 적용될 수 있을 거라고 보기는 사실 어렵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
분당에선 평촌과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6월 현재,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블록이 15곳, 신도시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가장 먼저 재건축에 들어가는 선도지구로 지정되기 위해 단지별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성남시가 주민 단체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매달 여는 회의.
재건축의 순서와 속도를 두고 경쟁 단지들의 동향이 관심사입니다.
<녹취> 이종석/신도시재건축분당연합회장
"간담회를 굉장히 많이 하신 거 같은데, 중복해서 나오는 공통의 사안이 있을 텐데 그 부분을 좀 말씀해주시죠."
<녹취> 김기홍 박사/분당 총괄기획가(MP)
"제가 주민간담회했던 모든 단지가 다 선도지구를 하고 싶어 하세요. 그러니까 사실상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 선도지구에 대해서는 국토부 회의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어요."
<녹취> 이경우/분당빌라단지연합회장
"주민들은 굉장히 단순하잖아요. 결국, 용적률, 그거 외에는 아시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으세요. 거기에 조금 더해서 선도지구 얘기 시작하시고 그래서 딱 두 가지인데... (정부) 안이 없어서 뭔 말씀을 못 드린다고 핑퐁만 치는 거 같은데, 제 생각에 정부안이, 방침이 빨리 나와야 할 거 같아요."
더 빠른 속도로, 한꺼번에 재건축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공연히 나옵니다.
<녹취> 전남균/분당아파트회장단연합회 부회장
"이거 선도지구가 꼭 지정돼야 하는 건가요? 농담 삼아 그런 말들을 합니다. 선도지구로 지정된 (주택) 호수가 한 10% 일 거고 90%는 비 선도지구일 텐데, 표 계산을 이 사람들이 못하고 있는 건가? 이런 말도 하더라고요."
단독주택도 재건축에선 아파트만큼 용적률을 올려달라거나,
개별 재건축하는 단지에도 통합 재건축의 특례를 적용해달라는 등 고밀 개발 요구도 빗발치고 있습니다.
성남시는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고밀 개발을 허용하겠단 입장입니다.
<인터뷰> 신상진/성남시장
"지금 건축과 건설 기술들이 많이 발달한 상태라 ‘밀도가 높다. 그래서 주거환경이 훼손된다.’라고 생각하는 거는 좀 아닌 거 같아요. 시민들 의견을 좀 수렴하면서 밀도에 대한 부분을 새롭게 접근을 해보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주민 동의율과 사업성을 기준으로 고밀 개발을 허용하면, 도시 환경이 악화할 거라고 우려합니다.
<인터뷰> 김진유/경기대 스마트시티공학부 교수
"이게 딜레마거든요. 도시계획은 공공이익을 우선시하고 전체이익을 우선시하거든요.
그런데 각 단지 동의율이라는 거는 본인 단지들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그런 기준으로 만약에 선도지구나 이런 것들을 (지정)하다 보면 실질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공간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창무/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 쪽에, 또 활동이 적은 곳에 용적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살아야 하는 도시가 되는 거예요.
예를 들자면, 대표적인 게 통근 비용인 거죠. 저쪽 외곽에 많은 사람을 살게 하는 고밀의 개발이 이루어지게 되면, 많은 사람이 1시간, 2시간 출퇴근하면서 살아야 되는 사회거든요.
그렇게 되면 사회적인 비용이 엄청나게 크게 발생하는 도시의 모습이 되는 거죠."
정부 측은 개발 밀도는 신도시 전체의 기반시설 총량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기효성/한아도시연구소 본부장, 1기 신도시 정비기본방침 공동연구자
"내가 사업성이 높고 내 주거환경을 좋게 한다고 해서 다른 데 불편이 가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적정한 총량적인 공급처리시설을 갖추었느냐? 더 필요한 개선의 여지가 있느냐? 이런 걸 종합적으로 따져서 도시적인 차원에서 공공이 (정비사업을) 좀 더 체계적으로 봐야 한다."
특히, 개별 단지 재건축이 도시기반시설 용량과 상관없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허용한 것과 달리,
신도시 통합 정비에선 기반시설 용량을 기준으로 용적률을 제한할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인터뷰> 김중은/국토연구원 연구위원, 1기 신도시 정비기본방침 공동연구자
"노후 계획도시라고 하는 지역에서, 주민들이 재건축 사업을 하거나 리모델링 사업을 하는데 좀 사업성을 높이고 부담금을 줄여주기 위해서 (특별법으로 정비를) 하는 건 아니에요.
저희가 공공기여 부분까지 전체적으로 법을 보시면 '과연 이 법으로 하는 게 특례일까'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속도전으로 진행되면서 일부 주민의 기대감이 과도해진 데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터뷰> 최대호/ 안양시장
"정부가 발표하다 보니까 전부 꿈에 지금 젖어 있는데 이 꿈에서 좀 깨어날 필요가 있겠고,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인터뷰> 김중은/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1기 신도시 정비기본방침 공동연구자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해서 법안에 약간 거품이 끼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법이 제정된 후에는 ‘이 법안이 다른 법에 비해 특례가 엄청나게 많은 법이다’라는 부분을 좀 거품을 빼는 작업을 저희가 진행을 할 필요가 있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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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일시 : 2023년 7월 18(화) 밤 10시 20분 KBS 1TV/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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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 기자 (isegor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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