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배틀’ 박효주 “죽는건 그만, 장수하고 싶어요”[인터뷰 종합]
[OSEN=김나연 기자] ‘행복배틀’ 박효주가 작품을 끝마친 소감을 전했다.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는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 주연 배우 박효주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행복배틀’은 SNS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하고,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극중 박효주는 완벽한 행복을 전시하며 모두에게 부러움을 사는 전업주부이자 인플루언서 오유진 역을 맡았다.
박효주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의 느낌을 묻자 “처음에 오유진이라는 인물 자체의 강렬함이 셌다. 대본 받고 좋았다. ‘이렇게 강렬하고 임팩트 가득한 여자를 주시다니!’ 싶었는데, ‘너무 빨리 죽는거 아닌가? 뭐지?’ 싶었다. 그래도 분량보다는 임팩트가 강해서 매력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행복배틀’은 오유진의 죽음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극 전체를 이끄는 핵심적인 인물이면서도 단 2회만에 죽음을 맞아야 했던 박효주는 “10분단위로 아쉬움과 허탈함, 속시원함 같은 것들이 오르락내리락 했다”고 털어놨다.
오유진은 박효주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간 맡았던 역할과는 결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박효주는 “도전이 너무 재밌을것 같았다. 알다시피 저도 형사 역할을 워낙 많이 했고, 내려놓고 사는 역할도 많이 했었다. 오유진처럼 외적으로 풀착장하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캐릭터는 거의 처음이었다. 그 처음이라는 게 매력있었다. 물론 처음이 쉽지 않더라. 많은 생채기도 경험했고 고민도 많았다.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짧지만 굵은 존재감때문에 연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박효주는 “오유진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보면 미니시리즈 16부 중 11부~12부에 치닫는 감정을 1, 2부부터 표현해야해서 매력적이지만 하다 보니 겁이 나더라. 이 여자의 죽음이 16부 내내 끌고가는게 있는데 그만큼 임팩트가 강렬해야한다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부담이 초반에 저를 많이 괴롭혔다. 또 그런 표면적인 것 외에도 실질적으로 연기할 땐 제가 담아내기에 이 여자의 욕망이 컸던 것 같다. 힘들고 버겁고 낯설지만 ‘아 이런 면도 가능하겠구나’ 라는 것들에 대한 뿌듯함이 많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눈을 뜬 채로 죽음을 맞는 장면 역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거꾸로 매달려야했으니까 피가 너무 쏠려서 뭘 먹었으면 다 토했을 거다. 매달려있는 순간을 길게 촬영은 못 했다. 명치가 눌리는 부위여서. 그런데 그 안에서 감정도 표현해야되고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죽는 인물이어서 마지막 죽음의 모습이 어떨까 고민 많이 했었고 정답이라는게 뭘까 고민하다가 눈 감고 찍은것도 있고 눈 뜨고 찍은 것도 있었다. 처음 감독님이 눈을 뜨고 한번 촬영 해보고싶다고 했을땐 의아했는데 방송을 보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효주가 바라본 오유진의 ‘욕망’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오유진의 욕망을 담기에 쉽지 않았다고 얘기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감을 못했던 건 아니다. 씨앗은 저한테 있었다.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고, 행복한 모습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는 있지 않나. 그게 얼마만큼 지나칠것인가, 적당히 겸손할 것인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저한테 오유진은 그것만이 자기의 유일한 행복이고 그걸로 위안을 느끼고 사는, 그런 모습이 초라해보이고 더 슬퍼보였다. 마지막까지 자기 진짜 행복을 얘기하지 못하지 않나. 그가 전시하는 것들은 다 가짜 행복이다. 행복한 척 하는거니까. 가짜 행복만 하염없이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여자가 초라하고 처량하고 안쓰러웠다”며 “‘행복배틀’을 한 후로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얘 정말 부럽다’라는 바보같은 생각을 덜하게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극중 오유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인물들의 약점을 모으고 이를 빌미로 협박을 하기도 한다. 박효주는 “도대체 이 여자는 왜 남의 약점을 파헤쳐서 굳이 ‘판도라 상자’라는 폴더를 만드는 걸까 생각을 해봤다. 이 여자의 살아왔던 방식이 그랬던 것 같다. 본인인 숨길게 많아서 자기의 약점을 감추고 사는게 당연한 사람이었기때문에 이 여자가 아는 방법은 이 것밖에 없는 거다. 평생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살았고,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선 약점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의붓 자매인 장미호(이엘 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차라리 욕망을 드러내고 엄마들과 싸우는건 수월했는데 미호와의 서사를 담는건 쉽지 않았다. 오히려 유진의 사망 후 과거 사진을 보는 장면이나, 아역 분들의 연기, 미호가 조금씩 유진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표현들을 보면서 대본보다 더 진한 감정이 쌓였다. 방송을 보는 내내 저는 촬영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미호와 유진의 서사를 보고 이엘하고도 통화를 많이 했다. 눈물날 것 같은 걸 몇번이나 참았다. 사실 처음엔 확신이 없었는데, 촬영을 하면서 유진이한테 미호는 진짜 가족이었다는 걸 느꼈다. 유일하게 유진이가 행복했던 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마지막에 유진이가 쓴 편지에 ‘넌 내 유일한 동생이고 친구고 가족이었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진짜 유진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런걸 드러날때마다 상처받는 삶을 살아왔었다. 첫 가정을 만들었는데 가정이 깨졌고, 그러면서 이 여자한텐 더 이상 꺼내면 안될 욕망이자 갖고싶었던 것으로 남게 됐다. 유진이 아프도록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연기하면서 공유가 되더라”라고 전했다.
박효주는 유진의 죽음에 대해 “이 여자가 죽어야만 드러나는 진실들이었지 않나. 그래서 이 어떻게 보면 유진은 죽음을 선택한것 같다. 우리는 가짜 행복을 전시하고 살지 않냐. 유진이 죽을만큼 숨기고 싶었던 약점이자 진짜 행복이었던 것들을 들여다볼수 있는게 모두 유진의 죽음으로써 가능했던 것 같다. 죽지 않으면 이 굴레를 끊을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효주의 ‘진짜 행복’은 무엇일까. 그는 “저는 사람마다 자기가 얻고자 하는 언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확실히 보람에서 얻는 행복이 있다. 부담되고 힘들었던 장면이라도 그걸 잘 소화했을때 제일 행복하다. 물론 가정의 소소한 행복은 있지만 아직은 꿀맛인건 그건 것 같다”며 “최상의 꿀맛은 아직 없었다. 아직 꿀맛을 못 느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중간중간 ‘잘하고 있나보다’하고 만족하는 것들은 결국 감독님의 칭찬이다. 감독님이 칭찬해주면 제일 좋더라”라고 답했다.
‘행복배틀’ 속 오유진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마친 박효주는 “옛날에 강우석 감독님이 ‘배우들은 모든 신은 자기혼자 다 하려고 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영화는 연출, 카메라, 미술, 음악이 합쳐진 종합 예술인데 배우들은 자기 감정이 100이면 좋은 신인줄 안다며 ‘혼자 다하려고 하지마, 함께 하는 거야’라고 하셨는데 이번에 느꼈다. 제가 모든 신에 있어서 헤맬때 감독님이 도움을 주셨다. 확실하게 얘기 해주는 선장같은 역할 해주셔서 의지할수 있었다. 방송을 봤을때도 내가 부족했던걸 음악이나, 카메라 움직임이 서사를 전달해주고 내가 과한건 카메라가 따뜻하게 안아주더라. ‘이런게 같이 어우러지는게 드라마고 작품이지, 불안감은 다 부질없었구나’라는걸 이번 작품에서 많이 배웠고, 10년 전에 했던 강우석 감독님 말이 떠올랐던 작품이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박효주는 ‘악귀’, ‘낭만닥터 김사부3’, ‘슈룹’ 등 주로 특별출연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왔다. “왜 자꾸 특별하게만 생각하는 거야? 길게 부르라고!”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다음엔 장수하는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박효주는 “장수하고 사람냄새 나는 ‘완득이’ 같은 역할이나 힐링 드라마를 하고 싶다. 제가 장르극처럼 강렬한 작품이 너무 많더라. 재미는 있는데 너무 연달아 한것 같아서 요새 맨날 ‘장수하고 욕망 없는 여자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캐릭터가 계속 살것같으면 ‘드라마는 끝났지만 어딘가서 살고 있을거야’라는 청춘만화같은 생각을 하는데, 드라마에서 죽으니까 진짜 죽은것같더라. 가슴에 구멍이 난 것처럼 마음이 허하더라. 그래서 ‘지헤중’ 이후로 저를 보면 다들 김갑수 선생님 얘기를 많이 하더라. ‘행복배틀’ 지율이(노하연 분)가 ‘지헤중’때도 제 딸이었다. ‘이모는 왜 저 만나면 죽어요?’라고 묻길래 ‘너 안만나도 죽어’ 라고 했다”고 ‘웃픈’ 에피소드를 전했다.
현실에서도 결혼 후 딸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박효주는 “저는 원래 별로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아역한테 그렇게 친절한 사람도 아니었다. 결혼도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흐르다 보니 괜찮은 구성원들이 만들어졌다. 아이라는 생명을 키우고 살아가는데, 살면서 경험하지 못한 책임감이 생기더라. 아이한테는 엄마라는 존재가 전 세상일것 같은 시기가 있지 않나. 저는 그 시기에 애를 맡겨놓고 일하러 나오다 보니 연기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다. 아이한테 소중한 순간을 주지 않고 나와서 연기를 하는데, 내가 대충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한텐 미안하지만, 나중에 좋은 배우로 잘 살아가는게 내 아이한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지 않나 싶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박효주는 자신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전했다. 2011년 영화 ‘완득이’ 촬영 직전 연기를 그만하려고 했다는 그는 “나이가 29살이었고, 30살을 앞둔 여자로서 연기를 계속 할거냐 말거냐 고민이 많았다. 작품을 많이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내가 어디가서 배우라 얘기 못하는 지점이 너무 싫고 부끄럽더라. 모든 직업은 10년 넘게 하면 뭐든 된다는데, 배우라는게 희망고문의 직업이지 않나. 늘 기회가 오는건 아니니까. 그 간극이 많아서 힘들더라. 그래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에 뒤도 안 돌아보고 쿨한척 ‘열심히했고, 안 할겁니다’ 얘기하고 하루간 휴대폰을 꺼놨다”고 과거를 돌이켜봤다.
이어 “강원도 바다 앞에 서 휴대폰을 켰는데 그때 (김)윤석 선배를 통해서 캐스팅 소식을 들었다. 3, 4개월 전에 오디션 봤던거라 당연히 안 될줄 알았는데 캐스팅 됐더라. 그러니까 1분전에 그만두겠단 사람은 어디가고 너무 좋더라. 솔직히 너무 부끄러웠다. 대자연과 하늘 아래에서 5분만에 바뀌는 내 모습을 보면서 너무 유치하더라. ‘나는 그냥 이걸 갖고싶어서 투정부린거구나, 나는 이걸 아직도 너무 원하고 이만큼 행복한게 없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때부터 당연히 힘들겠지만 불평불만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적어도 ‘배우입니다!’ 느낌표는 못찍어도 마침표 정도는 찍고 살자, 의심하지 말자. 물음표는 버리고 그동안 작은 역할을 해왔던, 나는 배우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자고 생각했다”며 “그 장면이 너무 영화같았다. 휴대폰을 켜자마자 전화가 왔었다. 지금도 가끔 ‘그만둬?’ 했다가도 그때 생각을 떠올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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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와이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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