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 공조로 대북 압박 높이는 한미일…8월 캠프 데이비드서 정상회의

곽은산 2023. 7. 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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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장억제 획기적 공조 핵심의제
北 “美 전략자산 전개… 핵 사용 조건”
‘캠프 데이비드 회담’ 의미
다자회의 참석 계기 아닌 별도 만남
北核위협 대응 안보공조 강화 기대
印太 전략·경제안보 협력 논의할 듯
美대통령 공식 별장… 군사시설 분류
중요 외교적 합의 이룬 역사적 장소
韓선 MB가 처음 찾아 부시와 회동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다음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가질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3국 정상이 다자회의가 아닌 별도 3국 회담만을 위해 모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8월 중 미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3국 간 조율을 거쳐 빠른 시일 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미·일은 논의를 거쳐 워싱턴 백악관에서 100㎞가량 떨어진 메릴랜드주 산속 캠프 데이비드에서 3자 정상회의를 갖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UPI연합뉴스
한·미·일 정상은 군사 안보, 공급망 협력 등에서 3국 협력 강화 기조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북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 공조 방안이 핵심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3국간 확장억제 협의체가 출범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에서 논의된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3국 차원 협의체 구성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3국이 지난해 11월 합의한 북한 미사일 실시간 경보 정보 공유체계의 조속한 가동을 위한 준비상황 점검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등 권위주의 진영에 맞선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전략적 공조, 반도체 공급망 구축, 우크라이나 문제 공조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정상회담이 아닌 정상회의 표기를 사용했다.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응해 3국 협력 강화를 부각시키려는 표현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미 군부 측에 전략 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가 우리 국가핵무력정책 법령에 밝혀진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는 데 대해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NCG 첫 회의에 맞춰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을 겨냥한 것이다.

◆첫 3자회담 ‘밀착’… 북·중·러 대항 ‘자유진영 결속’ 메시지

한·미·일 정상이 내달 18일(현지시간) 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별도의 첫 3자 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북핵 위협 대응 등 안보를 고리로 더욱 밀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북·중·러에 대항한 자유진영의 결속을 국제사회에 천명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3국은 대북 억지력 강화 등 안보협력과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강화, 경제안보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내달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의 모습. 별장이지만 미 해군이 관리하는 군사시설로, 워싱턴에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캐탁틴 산맥 안에 자리하고 있다. 한·미·일 정상은 8월18일 이곳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백악관 정보 홈페이지 캡처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을 워싱턴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3국 정상의 미 백악관 회동이 점쳐졌으나 캠프 데이비드가 회동 장소로 낙점되면서 3국 회동의 의미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하는 것은 친근감 혹은 사안의 엄중함을 나타내는 표시로 해석되곤 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43년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를 초대해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구상을 가다듬는 등 2차 세계대전 전략을 논의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시절인 1978년에는 중동의 숙적 이집트와 이스라엘 정상이 이곳에 모여 13일간 협상을 했다. 양국의 역사·종교 전쟁을 종식한 당시 평화협정은 ‘캠프 데이비드 협정’으로 불린다.

미국은 북핵·미사일 대응을 넘어 더 넓게는 중국, 러시아에 대항해 동북아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부상으로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면서다.

이번 3국 회동은 그간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선 윤 대통령의 결단과 한·일, 한·미, 한·미·일이 수차례 회동한 성과를 보여 주는 대미가 될 전망이다. 다자회의 참석 계기가 아닌 한·미·일 정상이 3국 회동을 위해 따로 모이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3국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합의한 북한 미사일 실시간 경보 정보 공유 등 대북 억지 강화 방안을 진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으로 도발을 이어 가고 있어 대북 제재 공조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자원의 공급망 협력 강화 등 경제안보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회담을 토대로 한·중·일 정상회의나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로 매년 정상회의를 열어 온 쿼드(Quad)와 같은 정례적인 정상 협의체를 만드는 구상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한·미 간의 핵협의그룹(NCG)이 거론될 수는 있지만 일본이 참여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세계 유일의 피폭 국가로서 핵 전력을 동원하는 데 거부감이 있는 일본 국내 여론과 미·일 간의 협력을 구상하는 일본 정부의 상황이 맞물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메릴랜드주 캐탁틴산의 수목 지대에 있는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대통령의 공식 휴양지로 중요한 외교적 합의가 이뤄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루스벨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42년 연방정부 직원들의 휴양지로 처음 건설돼 후임인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대통령 휴일 별장으로 공식 지정했다. 당시에는 영국 작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 이상향으로 그려진 ‘샹그릴라’로 불렸다. 미 해군이 관리하는 군사시설로 분류돼 ‘캠프(군 기지)’라는 이름이 붙었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1953년 손자 이름을 따 캠프 데이비드라고 명명했다. 약 73만㎡ 면적에 산책로, 골프연습장, 테니스코트, 수영장 등 휴양 시설과 사무실, 회의실, 숙소 등을 갖추고 있다.

한국 대통령 중에는 2008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캠프 데이비드를 찾아 골프 카트 운전대를 잡고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1시간40분간 경내 곳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곽은산·홍주형·이현미·유태영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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