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나들이 '청주' 동물원 옆 박물관 여행

장태동 2023. 7. 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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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으로 즐기는
청주동물원

사랑새를 아시나요? 서로 부리를 맞대고 뽀뽀를 하고 먹이도 먹여주는 새. '잉꼬부부'라는 말을 탄생시킨 주인공인 바로 사랑새다. 앵무목 목도리앵무과의 사랑새. 청주동물원에 가면 사랑새가 사람들을 반긴다.

청주동물원 정문을 지나면 처음 나오는 곳이 수달이 사는 작은 연못이다. 사랑새보다 먼저 사람들을 마중하는 건 수달가족인데, 가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사실상 사랑새와 처음 만나는 경우가 많다. 사랑새는 같은 과의 모란앵무, 관앵무과의 왕관앵무와 함께 산다. 사랑새 바로 옆에는 다람쥐원숭이가 산다.

얼룩말 우리에 사는 얼룩말 이름은 '하니'다. 전에 '제니'라는 얼룩말이 혼자 살다가 2016년부터 '하니'와 함께 살게 됐는데, 2018년에 '제니'가 죽는 바람에 '하니'가 홀로 남게 됐다. 얼룩말은 무리생활을 하는데, 혼자 남게 된 '하니'를 위해 함께 살 얼룩말을 찾아봤으나 여의치 않아 청주동물원에 살던 미니말 '동백이'와 '향미'를 '하니'와 함께 지낼 수 있게 했다.

올빼미 한 쌍이 사는 곳을 지나 독수리를 보러 갔다. 독수리 우리의 암컷 독수리 '하나'는 다른 독수리하고 부리가 다르게 생겼다. 2017년 겨울 충북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탈진 상태인 '하나'를 발견했다. 부리가 다르게 생겨 무리의 먹이경쟁에서 밀려났을 것으로 봤다. 야생으로 돌아가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어렵다고 판단하고 청주동물원에서 보살피기로 했다고 한다.

황새와 두루미를 보고 찾아간 곳은 붉은여우 우리였다. 2020년 청주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2~3년 된 붉은여우 수컷을 발견하고 우여곡절 끝에 청주동물원에서 보호하기로 했다. 어디서 왔는지, 누가 키우던 것인지 몰랐다. 처음 발견된 곳은 세종시의 한 복숭아농장이었고 그 다음에는 청주의 대형 쇼핑센터 인근 농구장에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았다. 도망친 여우를 찾은 곳이 아파트 주차장이었던 것이다. 어렵게 찾은 붉은여우,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라는 말이 생각나 이름을 '김서방'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물새전망대에서 멀리 있는 물새들을 볼 수 있었다. 히말라야 타알, 황조롱이, 참매, 수리부엉이, 흑염소를 차례로 보고 도착한 곳은 사자 우리였다. 동물원에 가면 꼭 보고 싶은 동물 중 하나, 사자. 보기만 해도 맹수의 위협이 느껴졌다.

스라소니 우리에서 웃을 수밖에 없었던 건,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관람객을 바라보는데, 다른 한 마리는 배와 턱을 바위에 깐 채 눈을 게슴츠레 뜨고 아주 편하게 늘어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슬렁거리는 호랑이가 관람객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아주 가까이 다가와서 관람객을 바라본다. 숨도 조심스럽게 쉬어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마주 본 호랑이 얼굴이 강하게 남는다. 역시 호랑이였다.

늑대 우리를 지나 바나나를 먹는 히말라야원숭이를 보고 도착한 곳이 사막여우 우리였다. 사막여우를 보는 내내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길들인다는 것은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란 문구가 사막여우 우리 안내판에 적혀있었다. 사막여우가 사는 곳 주변에 미어캣이 살고 있었다.

동물원 정문으로 나가는데, 들어올 때 보지 못했던 수달가족이 수영도 하고 햇볕에 나와 몸도 말리고 있었다. 사랑새의 마중, 그리고 수달가족의 배웅. 1000원으로 즐기는 청주동물원.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나는
청주랜드

미니기차, 공중자전거, 회전목마, 박치기차, 우주전투기, 각 놀이시설의 이용료가 700원~1700원이다.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관도 개인 당 4000원이다. 36개월 미만 아이는 무료다. 나비생태관, 공룡전시관은 무료다. 공룡전시관에는 세계의 나비와 나방을 볼 수 있는 나비전시실, 세계의 곤충을 볼 수 있는 곤충전시실, 세계의 탈을 볼 수 있는 탈전시실도 있다. 청주랜드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손잡고 부담 없이 놀러가는 곳이다.

나비생태관은 작은 식물원이기도 하다. 생태관으로 들어서자마자 향기가 난다. 라벤더, 로즈메리 같은 허브식물 향이다. 구아바나무, 레몬, 유자나무, 산초나무, 귤나무, 월계수, 아이비, 자단선선인장(천년초), 붓들레아, 어성초... 하나하나 이름을 확인하며 생태관을 가득 메운 초록의 생명들을 보았다. 그러다가 만난 둥글레.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작은 꽃들이 피었다. 하얀색 바탕에 초록빛이 살짝 감도는 둥글레꽃. 수많은 작은 종들이 초록의 생명에 피어난 것 같았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협주곡에서 영감을 받은 리스트가 만든 피아노곡 라캄파넬라 선율이 떠올랐다.

공룡전시관으로 가는 길은 거대한 공룡 조형물만 보면 알 수 있다. 벨로키랍토르는 날쌘 도둑이란 뜻이다. 알로사우르스는 이상한 도마뱀, 이구아노돈은 이구아나 이빨, 브라키오사우르스는 팔 도마뱀, 트리케라톱스는 뿔이 셋 달린 얼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티라노사우르스는 폭군 공룡이란 뜻이다. 공룡전시관에서는 태양계의 탄생, 지구의 탄생, 지구 생명체의 시작, 공룡의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알 수 있다. 특히 어류화석, 새우화석, 오징어화석, 상어이빨화석을 비롯해서 다양한 진짜 화석들도 볼 수 있다.

청주랜드 공룡전시관에 전시된 상어이빨화석

공룡전시관에 있는 나비전시실, 곤충전시실, 탈전시실 전시품들은 한 개인이 30여 년 동안 수집한 것을 기증한 것이다. 기증품은 나비와 곤충 표본류 2440점, 탈과 가면류 626점, 광물류 30여 점 등이다. 공룡모형 8점도 기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나비와 나방, 곤충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른 나뭇잎처럼 보여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나비, 상투를 닮았다고 해서 상투벌레라고도 불렀던 푸른날개뿔매미, 나뭇잎을 닮은 인도네시아나뭇잎벌레, 전갈을 닮은 거미 등이 기억에 남는다.

탈은 지역과 나라마다 특색이 있는 모양이다. 어느 것 하나 평범하게 보이는 탈이 없다. 탈이 생활에 어떻게 쓰였으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을 곁들였다.

●재미있게 시작해서 장엄하고 정숙하게 끝나는 박물관 여행

'우리 박물관에는 숨과 쉼이 있습니다.' 국립청주박물관을 소개하는 안내판에 적힌 문장 하나가 인상적이었다. '옛 사람들의 숨결이 담긴 문화재에 '숨'이 있고, 박물관의 수려한 풍경을 바라보며 머무를 수 있는 공간에 '쉼'이 있다.'는 부연설명에도 100% 동감한다.

거기에 하나 더, 국립청주박물관은 재미있게 시작해서 장엄하고 정숙하게 끝나는 곳이다. 박물관 관람 동선이 그렇다. 밝은 실내, 답답하지 않는 공간 배치가 관람객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기다보면 '금속으로 꽃피운 문화, 미술'이라는 제목의 공간이 나오는데, 공간을 전체적으로 어둡게 하고 전시품을 도드라지게 하는 부분조명으로 연출한 분위기가 장엄하고 정숙하다.

국립청주박물관에 전시된 구석기 시대 눈금이 새겨진 돌.

첫 전시실에서 만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마한 시대의 생활도구들이 밝은 조명 아래 빛난다. '슴베찌르개'는 지금도 날카롭다. 빵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바게트빵'을 닮은 유물은 눈금이 새겨진 돌이다. 이 돌에 새겨진 눈금은 수나 단위를 기호화한 것으로 추측하는데, 인간의 머릿속에 있던 정보를 바깥으로 표현한 것으로, '기록의 시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슬다슬기, 말조개, 좁쌀무늬고둥 등 신석기 시대의 생명체의 흔적도 볼 수 있다. 구석기 시대의 쌍코뿔이 주걱뼈, 사슴뼈, 호랑이 송곳니도 볼 수 있다. 청동기 시대의 간돌검, 돌창, 요령식 동검, 마한시대의 청동꺾창 등은 전시실 전시대에서 볼 수 있다. 전시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것은 빗살무늬토기, 주먹도끼, 민무늬토기, 겹아가리토기, 곰의 머리뼈 등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의 생활도구 및 동물의 흔적이다.

국립청주박물관에 전시된 마한시대 목걸이

전시는 계속 이어진다. 마한시대 목걸이, 팔찌, 백제시대 은장 고리자루 큰칼, 은비녀, 삼국시대 은제 허리띠꾸미개는 지금 봐도 디자인이 세련됐다. 삼국시대 만들어진 금귀걸이는 요즘 것보다 낫다.

두 번째 전시실까지 밝은 분위기에서 신기하고 재미있게 유물들을 보았다면 세 번째 전시실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가운데 유물을 비추는 부분조명으로 독특하다. 그 분위기가 장엄하고 정숙하다.

청주국립박물관에 있는 청주 운천동에서 출토된 동종

청주의 사뇌사, 흥덕사, 용두사, 충주의 숭선사 등의 유물과 충북에서 출토된 생활 유적, 무덤에서 나온 생활 도구와 장식품 등을 볼 수 있다. 향을 피우는 도구, 불을 밝히는 도구, 돌의 네 면에 부처 보살 등을 조각한 불비상, 주전자와 잔, 맷돌, 솥, 광배, 거울 등의 전시품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청주 운천동에서 출토된 동종이다. 이 종은 상원사종, 성덕대왕신종과 함께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동종이라고 한다.

온전한 부처상, 얼굴만 남은 부처상에서 엄숙함이 전해지고, 마음속 번뇌를 없애는 금강저와 불교의식에 사용된 금강령은 그 외관에서도 의미가 느껴진다.

▶주변 먹거리

도토리묵밥

청주동물원 표를 끊고 입장했는데 마침 배가 고파 식당을 찾았으나 없어서 매점에서 컵라면으로 시장기를 속였다. 사실 청주동물원 주변에는 먹을 것이 마땅찮다. 청주동물원에서 직선거리로 약 2.2km 정도 되는 거리에 백숙, 두부지짐, 도토리묵밥 등으로 유명한 식당들이 모인 산성마을이 있다. 여러 음식 중 이번에는 도토리묵밥을 소개한다.

도토리묵밥은 육수를 낸 국물에 채 썬 도토리묵을 넣고 갖은 양념과 총총 썬 김치와 김, 양념장 등을 넣어 완성하는데, 집 마다 육수의 맛과 들어가는 부재료와 양념장 맛이 달라 도토리묵밥 맛이 다 다르다. 도토리묵밥에 공기밥을 말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청주시 외곽 산성마을의 시골풍경을 닮은 맛을 내는 화정식당의 도토리묵밥 맛이 생각난다.

토속적인 진한 국물에 도토리묵 특유의 향이 입안에서 코끝까지 감돈다. 공기밥을 말아서 채 썬 도토리묵과 밥을 같이 퍼서 한 입 가득 입에 넣고 맛을 느낀다. 꾸미지 않은 수수한 시골 풍경이 입에서 마음으로 꿀떡 넘어간다.(음식 맛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고, 호불호가 나누어지기 마련이니, 이 집 도토리묵밥은 시골스런, 수수하고 진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맛일 것 같다.)

고추만두국

청주 구도심(지금의 성안길)에서 1987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코끼리만두의 고추만두국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 중, 특히 매운 만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빨간 국물만 봐도 군침이 돈다.

칼칼하고 뜨거운 국물이 만두소와 어우러진 맛을 보려면 만두를 국에서 꺼내 조금 식혀야 한다. 바로 먹으면 입천장이 까질 수도 있다. 만두를 어느 정도 건져 먹고 공기밥을 시켜 말아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밥을 말면 고추만구국의 맛이 또 새로워진다.

글·사진 장태동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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