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자문위 최고 징계 내놨다…‘코인 논란’ 김남국, 제명 권고

김승환 2023. 7. 2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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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윤리특위, 권고 토대로 징계 심의
확정 땐 YS 이후 44년來 두 번째 사례
국회 윤리자문위 ‘김남국 제명’ 권고 결론
윤미향·박덕흠 의원 등 유사 사례
전체회의 등 거쳐 본회의 표결
본회의 표결 전 사퇴땐 제명 피해
자문위 “코인 보유 현역의원 11명”
이해충돌 여지… 논란 확산 불가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20일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투기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의원직 제명’을 윤리특별위원회에 권고하기로 했다. 44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국회의원 제명 사례가 될 지 관심이 쏠린다. 또 현역 의원 11명의 코인 보유 사실도 새롭게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자문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7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유재풍 자문위원장은 회의 직후 “장시간 토론, 자료조사를 했고 그 결과 제명 의견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가상자산 관련해 제대로 소명이 안 된 부분이 있는 점과 그동안 해왔던 (거래) 내역이라든지 여러가지를 고려했다”고 제명 권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남국 의원. 뉴스1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김 의원이 국회의원 윤리강령 상 품위유지 의무, 사익추구 금지와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상 품위유지, 청렴의무 조항 등을 위반한 혐의로 징계를 요구했었다.

자문위는 김 의원의 거래 현황에 대해 국회 상임위 중 200번 이상, 2021년 말 코인을 매도한 현금성 거래소 잔고는 99억원에 이르고, 이 중 9억5000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거래액과 거래 횟수, 현금화 규모 등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자문위가 징계 의견을 낸 만큼 특위는 징계안을 징계심사소위로 넘겨 심의한 뒤 전체회의에서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특위 징계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확정되며,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네 가지다.

윤리특위는 지난 5월30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 의원 징계안을 상정하고 이를 자문위에 회부했다. 자문위는 김 의원이 제출한 코인 거래내역 자료 등을 토대로 국회법 위반, 직권남용 여부 등을 심사해 왔다.

한편 자문위는 “현역 의원 299명 중 11명이 코인을 보유했었다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이해충돌 소지를 묻는 말에 “그런 분들이 있는 것 같아 별도로 국회의장이나 소속 정당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풍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자문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통틀어 네번째… 특위계류 등 제명은 ‘불투명’

거액의 가상자산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제명’ 권고를 받아 실제 제명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역대 제명 권고 사례는 많았지만 실제 제명으로 이어진 것은 헌정사에 단 한 번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윤리심사자문위 심사를 마친 징계안은 윤리특별위원회 징계소위원회와 전체회의 의결을 거친 다음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최종 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정사상 국회의원이 제명된 사례는 윤리특위가 구성되기 이전인 1979년 신민당 김영삼 총재가 유일하다.

21대 국회에서 윤리심사자문위가 제명을 권고한 사례는 이번이 네번째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 무소속 이상직 전 의원,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김 의원 이전에 제명을 권고받았다. 윤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기부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박 의원은 가족 회사가 피감기관에서 계약을 수주하도록 개입했다는 의혹이 문제가 됐다.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은 재판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징계안이 폐기됐다 윤·박 의원의 제명안은 윤리특위에 1년 6개월째 계류 중이다. 지난 5월 25일 여야가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공개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일명 ‘김남국 방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김 의원에 대한 제명 권고안도 윤리특위에 계류될 수도 있다.

아직 가능성은 낮지만 김 의원이 본회의 표결 전에 사퇴를 한다면 제명을 피할 수 있다. 19대 국회에서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무소속 심학봉 의원은 제명안이 윤리특위에서 가결되자 본회의 표결 몇 시간을 앞두고 사퇴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본회의에 제명안이 표결을 거친 사례는 18대 국회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김남국 의원실의 모습. 최상수 기자
당시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한 한나라당 강용석 전 의원에 대한 제명안은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징계 수위는 ‘30일 간 국회 출석 정지’로 대폭 낮아졌다. 만약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이 된다면 김 의원의 징계수위도 더 낮아질 수 있다.

김 의원이 윤리자문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를 받은 이유는 제대로 된 소명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재풍 윤리심자문위원장은 제명 결정의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의원의 소명이)거짓이라기보다 전체적으로 성실치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유 위원장은 김 의원이 상임위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한 것 외에 징계 결정에 고려한 사항이 있냐는 질문에 “상임위에서만 (거래를)한 것도 아니고, 본회의에서도 할 수 있고. 여러 가지가 있으니 일률적으로 말하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 위원장은 “자문위로서는 (강제 조사권이 없어) 본인 소명을 듣거나 나왔던 이야기들을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했다”며 “앞으로는 윤리특위에서 먼저 조사해서 해당 자료를 자문위에 줘야 한다. 현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징계권고로 가상자산 거래 논란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이력이 있는 현역 의원이 11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이해관계 상충 문제도 예고됐다. 이들의 보유 내역 조만간 공개될 전망이다. 유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1주일 내에 동의 여부를 확인해서 공개하고, 보유 유무는 관보를 통해서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 논란과 관련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두말할 여지없이 반성하고 성찰한다”면서도 “액수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 금액이나 개수는 중요하지 않다. 너무 소액이어서 정확히 기억을 못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승환·최우석·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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