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훈센 부자세습 임박…훈마넷, 철권통치 이을까[피플in포커스]

강민경 기자 2023. 7. 2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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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서 공부 마친 엘리트 군인, 온건주의자로 분류되기도
"아들이라고 뭐 다르겠냐" 훈센 총리도 통치방식 계승 주장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장남인 훈마넷이 1일 집권 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총선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2023.7.1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캄보디아 훈씨 가문의 철권 통치가 2대째 이어질까.

오는 23일 캄보디아가 총선을 치르는 가운데 38년간 권좌를 지켜 온 훈센(70) 총리의 부자 세습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훈센 총리의 장남 훈마넷(45)의 정계 데뷔 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 훈센 총리는 훈마넷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총선에서 집권 여당 캄보디아인민당(CPP)은 의석 125석을 싹쓸이한 이후 훈마넷을 차기 총리 후보로 선출한 바 있다.

훈센 총리는 2028년까지 집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그 전에 훈마넷에게 권력을 이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그는 아버지를 대신해 외교 무대에 나서기도 했으며, 지난해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비롯한 10명의 정상들과 만났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장남인 훈마넷이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기 전에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2022.2.16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영미권서 공부 마친 엘리트 군인

훈센은 장남에게 일찍부터 서방 세계를 경험시켰다.

훈마넷은 캄보디아 최초로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캄보디아에 귀국한 훈마넷은 총리경호부대장과 대테러사령관, 육군사령관, 육군 참모차장 등을 지내는 등 군인으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미국에서 오래 체류한 탓에 친미파 혹은 온건파, 합리주의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는 2003년 훈센 총리의 전기 작가들에게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기회, 다양성에 대한 관용, 다른 각도와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것 등 미국 문화의 측면을 높이 평가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훈마넷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개발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렇지 않으면 보상을 통한 조작이 쉬워진다"고 주장했다.

2015년 훈마넷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평화와 안정, 안보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오른쪽)가 장남인 훈마넷에게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 깃발을 넘겨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2023.7.1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아들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

서방에서 공부하고 성장했지만 훈마넷은 오랜 기간 독재정치를 이어 온 아버지의 그림자를 피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그의 예상 행보를 둘러싸고 "아들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발표된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민주주의 지수에서 캄보디아의 선거 절차와 다원주의 부문 점수는 0점이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 중 하나인 북한과 같은 점수다.

한때 태국 외무장관을 지냈던 카싯 피롬야는 로이터에 "훈마넷은 (서방에서 공부하며) 민주주의와 인권 등에 노출됐지만 아주 독재적인 정권 아래서 자랐다"며 "가족이 국가를 통제하는데, 그가 스스로 나라를 자유화하는 건 캄보디아 정치사에서 가족 지배의 종말을 뜻한다. 왜 그가 스스로 그런 일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캄보디아는 독립 언론이 사실상 남아있지 않고 많은 국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를 두려워할 만큼 폐쇄적인 정치 문화를 갖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캄보디아 국민들이 훈씨 가문의 부자 세습과 관련해 무슨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해외에 거주하는 반 훈센파 교민들은 승계에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재 망명해 있는 샘 레인시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캄보디아의 정치를 "봉건주의적이고 씨족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장남 훈마넷(오른쪽) 캄보디아군 사령관이 4성 장군으로 진급했다. 훈센 총리는 그동안 훈마넷을 자신의 후계자로 밀어왔다.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그는 "훈센에게 권력이란 처벌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며 "그는 권력을 잃으면 처벌받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는 아들이 뒤를 잇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 모겐베서 그리피스대 교수는 "서구식 교육이 꼭 온건한 통치자를 만드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례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또한 스위스에서 수학한 경험이 있다.

그는 "독재자의 아들이 그 뒤를 이을 때마다 서구식 교육을 받았다는 이유로 잠재적인 개혁가나 온건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곤 하는데, 그런 이론은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훈센 총리는 장남의 행보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지 매체 프놈펜포스트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만약 내 아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나는 총리로서의 역할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아들이 자신과 다른 행보를 걷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무슨 방식을 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그런 분열은 평화를 어지럽히고 기성 세대의 업적을 망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사실상 자신처럼 철권 통치를 이어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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