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렉서스 5세대 RX…“하이브리드 SUV 끝판왕”
렉서스 RX는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다. 2001년 1세대를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한 RX는 수입차 시장에서 렉서스 브랜드 입지를 굳건히 다진 베스트셀링 모델로 꼽힌다.
RX가 5세대 완전 변경 모델로 진화해 지난달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입힌 신형 RX는 플래그십 SUV로서 품위를 강조한다. 신기술을 집약해 하이브리드(HEV) 모델 최고 수준의 강력한 주행 성능도 돋보인다. 강원 인제 일대에서 HEV SUV 끝판왕 격인 RX 500h를 시승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진 젊고 개방적인 디자인이다. 경계를 없앤 심리스 타입 전면 그릴은 독창적 감성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전동화 디자인의 미래를 제시한다. 렉서스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인 매끈한 L 자형 주간 주행등 역시 심리스 디자인을 강조한다.
상단을 향해 치솟듯 그려진 측면은 RX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암시한다. 후드부터 쿼터 글라스까지 이어진 라인은 속도감을 나타낸다. 측면의 전자식 버튼 도어 핸들 e-레치는 승하차 시 적은 힘으로 차량 도어를 여닫을 수 있다. 후면은 낮고 넓은 수평 설계로 안정적 실루엣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 500h로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한 F 스포츠 퍼포먼스 디자인을 적용했다. 날렵함을 강조한 전용 그릴과 블랙 사이드미러와 루프레일, 전용 21인치 휠로 F 스포츠만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실내는 운전자 중심의 타즈나 콘셉트를 적용했다. 승마에서 사람과 말이 함께 일체를 이루듯 운전자와 차량의 교감에 집중하도록 했다. 앞좌석은 열선과 통풍 기능을 힙 포인트, 사이드 서포트까지 확대 적용해 쾌적함을 제공한다.
실내 중앙에는 14인치 터치형 디스플레이가 자리했다. 터치형이지만 직관성이 중요한 공조 장치와 오디오 컨트롤러는 물리 다이얼로 주행 중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는 고해상도 TFT LCD를 적용했다. 변속기 레버는 조작 민첩성을 고려한 시프트 바이 와이어 타입이다. 경사진 컨트롤 패널은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했다.
뒷좌석은 넉넉한 두께의 쿠션이 승객을 받쳐줘 장시간 주행에 안락하다. 리클라이닝 기능도 있어 탑승자 피로도를 최소화했다. 트렁크 용량은 612ℓ로 골프백 4개를 넉넉하게 수납할 수 있다. F 스포츠 퍼포먼스는 전용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기어노브, 알루미늄 페달 등을 추가했다.
RX의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총 세 가지다. 자연흡기 엔진 기반의 HEV 모델 350h,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450h+, 터보 엔진 기반의 고성능 HEV 500h다. 시승차인 500h는 2.4ℓ 터보 엔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페달을 밟는 대로 즉각적인 반응 속도와 날쌘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2.4ℓ 터보 엔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터보 엔진과 새로운 바이폴라 니켈 메탈 배터리 기반이다. 여기에 76㎾에 달하는 전기모터와 트랜스 액슬, 인버터가 후륜 모터(eAxle)와 조화를 이뤄 시스템 총 출력은 371마력, 최대토크는 46.9㎏·m를 발휘한다. 동급 HEV SUV 최고 수준 스펙이다.
변속과 가속은 정밀하게 이뤄진다. 엔진·모터와 맞물린 다이렉트 시프트 6단 자동 변속기는 뛰어난 조향 안정성과 가속감을 유지해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코너를 민첩하게 탈출하는 감각은 SUV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카롭다. 500h의 최신 상시사륜구동(AWD) 시스템 다이렉트 4는 센서가 전달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주행 상황에 따라 전후방 토크를 제어한다.
승차감은 렉서스답게 부드럽다.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AVS)은 거친 노면에도 차량 자세 변화를 최소화하고 핸들링 능력을 높여 매끄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복합 연비는 10.0㎞/ℓ로 성능 대비 준수하다. 연비가 중요하다면 300h(13.6㎞/ℓ)나 450h+(14.0㎞/ℓ)를 선택하는 게 낫다.
최신 안전 기술은 RX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사고 예방에 효과적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를 기본 탑재했다.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을 비롯해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도로 표지판 어시스트(RSA), 능동형 주행 어시스트(PDA), 어댑티브 하이빔 시스템(AHS)을 모두 포함한다.
500h 트림에만 적용된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도 만족스러운 장비다. ASC는 가속 시 구동 정보를 기반으로 추가 가속 사운드를 연출해 직관적인 가속감을 강조한다. ANC는 엔진 주행 시 발생하는 소음을 상쇄해 더 쾌적한 주행 환경을 조성한다.
시승을 통해 체험한 RX는 렉서스가 오랜 기간 지켜온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주행 성능을 강화해 운전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높아진 가격이다. 8000만원대부터 시작했던 RX 가격이 5세대로 넘어오며 기본형 기준 1억원에 육박한다. RX 가격은 350h 9870만원, 450h+ 1억993만원 500h 1억1703만원이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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