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이 서는 배우, 이엘[★인명대사전]

하경헌 기자 2023. 7.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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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수목극 ‘행복배틀’에서 장미호 역을 연기한 배우 이엘의 출연장면. 사진 ENA



ENA 수목극 ‘행복배틀’이 20일 막을 내린다.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으로 지난 5월31일 방송됐던 첫 회가 0.7%였던 시청률은 지난 13일 2.8%까지 뛰면서 4배 상승했다. 고급 아파트 학부모 커뮤니티를 소재로 그 안에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는 스릴러 요소를 넣어 차별화를 꾀한 결과였다.

물론 ENA 채널의 인지도나 수목극이 부족한 방송가의 현실 때문에 수치는 다소 낮았지만, ‘행복배틀’의 ‘막판 스퍼트’는 그래도 작품 내부의 원동력을 통해 외부적인 평판과 인기를 밀어 올리는 하나의 사례가 됐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어느새 우리의 옆에 ‘계산이 서는 배우’로 자리 잡은 이엘의 존재다.

ENA 수목극 ‘행복배틀’에서 장미호 역을 연기한 배우 이엘의 출연장면. 사진 ENA



이엘은 작품에서 평범한 은행원으로 있다가 이복자매인 오유진(박효주)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 아파트의 커뮤니티에 흘러들어오는 장미호 역을 연기했다.

물론 욕망으로 가득한 학부모 사회를 들여다본 작품은 많았다. 멀리는 JTBC ‘SKY 캐슬’부터 tvN ‘하이클래스’, SBS ‘펜트하우스’, JTBC ‘그린마더스클럽’까지 있었다. ‘행복배틀’은 완전한 ‘관찰자’에서 사건의 ‘해결사’로 변모하는 장미호의 모습을 배치하며 시청자의 이입을 도왔다.

이엘은 장미호 역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닫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던 삶에서 비록 이복자매의 자녀이지만 조카들과의 유대감을 쌓고, 기억 저편에 밀어뒀던 자매 오유진에 대한 가족애를 찾아간다. 물론 이 과정은 쉽지 않다. 일단 살인사건의 진범 찾기라는 과제가 있고, 이를 방해하는 송정아(진서연), 강도준(이규한) 같은 ‘빌런’ 캐릭터가 있다.

ENA 수목극 ‘행복배틀’에서 장미호 역을 연기한 배우 이엘의 출연장면. 사진 ENA



이엘은 이러한 중차대한 과제를 짊어지기에 아직은 낯선 배우다. 2010년 영화 ‘황해’의 주영 역으로 인상을 남기고, 2015년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을 읊조리던 영화 ‘내부자들’ 주은혜 역을 연기할 때까지만 해도 그의 위치는 ‘인상적인 조연’이었다.

하지만 2016년 tvN ‘도깨비’의 삼신할매 캐릭터를 통해 스스로의 벽을 깨나가더니 지난해 JTBC ‘나의 해방일지’ 염기정 역을 통해 일상의 지루함과 가족애의 지리멸렬함을 하나의 얼굴에 담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그런 그에게 장미호 역할을 맡기는 것은 일견 제작진의 모험수로 보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 장미호는 그 기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모성애를 몰랐기에 드라마 속 조카들의 모습이 눈에 밟히는 그의 표정이 공감 가고, 다른 이들에게 마음을 닫았기에 진실에 다가가고 싶은 그의 노력이 더욱 절박해 보였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때로는 뜨거운 울분으로 장미호의 여정을 소화했으며, 수치상으로는 작지만 ‘행복배틀’을 접한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그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하고 있다.

ENA 수목극 ‘행복배틀’에서 장미호 역을 연기한 배우 이엘의 출연장면. 사진 ENA



그의 활약은 장미호를 둘러싼 나머지 배우들이 진서연이나 박효주, 차예련, 우정원, 이규한 등 만만치 않은 이들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빛난다. 데뷔 14년 정도 만에 이엘의 이름은 어느 정도 믿어도 될 연기자의 이름이 됐다. 이엘에 대한 이러한 발견이 ‘행복배틀’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한다면 과언은 아니다.

이엘은 앞선 인터뷰에서 인생 캐릭터로 영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를 꼽았다. ‘조커’에서의 그처럼 찰나의 몸짓과 표정으로 보는 이의 영혼을 잡아채는 연기. 이엘은 ‘행복배틀’을 통해 그 경지로 향하는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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