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망원경으로 '깡패 행성' 찾는다 "생명체 있을수도"

윤현성 기자 2023. 7.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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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그레이스 로먼 망원경, 발사 이후 '떠돌이 행성 400개 찾을 듯
모항성에서 벗어난 떠돌이 행성…지구와 비슷한 질량·특징 보유 기대
지구와 비슷한 질량의 '떠돌이 행성' 상상도. 모항성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지 못해 행성 표면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모습이다. (사진=나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허블, 제임스웹의 뒤를 이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인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는 '떠돌이 행성' 관측에 나선다. 떠돌이 행성을 조사함으로써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 형성 과정을 파악하고, 향후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까지 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나사에 따르면 오는 2027년 5월까지 발사될 예정인 로먼 망원경은 지구와 비슷한 질량의 떠돌이 행성 400여개를 새로 발견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떠돌이 행성은 일반적인 행성처럼 모항성의 중력에 묶여있지 않고 자유롭게 성간우주를 떠도는 행성들을 지칭한다.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다 다른 행성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깡패 행성'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학계에서는 우리 은하를 비롯한 우주 공간에 항성(별)보다 훨씬 많은, 수조개에 달하는 떠돌이 행성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떠돌이 행성에 대한 관측은 뉴질랜드 마운트 존 대학교 천문대에서 약 9년에 걸쳐 마이크로 중력 렌즈 효과를 활용해 이뤄졌다.

마이크로 중력 렌즈는 행성과 같이 작고 어두운 천체를 발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떠돌이 행성의 경우 모항성의 에너지를 받지 못해 차갑고 어두워 직접 관측은 불가능에 가깝다. 행성과 같은 천체가 존재하면 중력에 의해 빛이 렌즈를 통과한 것처럼 휘어지는데, 이를 통해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천체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기존에도 케플러 우주망원경, TESS(외계행성 탐사 위성) 등이 이같은 방법으로 떠돌이 행성들을 찾아왔는데, 로먼 망원경은 훨씬 더 넓은 범위에서 더 많은 떠돌이 행성들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로먼 망원경이 떠돌이 행성들을 찾으려는 이유는 뭘까.

나사가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떠돌이 행성들이 지구보다 크고 무거운 형태가 아닌, 지구와 비슷한 수준인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다.

당장 태양계의 목성, 토성(목성형 행성)처럼 일반적인 행성 중에는 지구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질량을 가진 행성들이 많다. 떠돌이 행성과 일반 행성 간 평균 질량 차이가 행성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나사의 관측이다.

떠돌이 행성은 성간에 있는 분자구름 등이 뭉쳐 자체적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지만, 모종의 이유로 모항성의 중력을 거슬러 행성계에서 벗어나게 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행성의 질량이 가벼우면 모항성에 강하게 묶여있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우주 공간으로 날려져 떠돌이 행성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나사는 떠돌이 행성과 관련해 유명 SF(공상과학) 영화 시리즈인 '스타트렉' 시리즈를 언급하기도 했다. 스타트렉 시리즈의 한 초기 에피소드에는 등장인물들이 항성이 없는 한 행성에서 거주하는 외계인과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이처럼 떠돌이 행성이 질량 뿐만 아니라 지구와 비슷한 특징을 더 많이 갖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떠돌이 행성들이 지구와 다른 환경 특성을 갖고 있더라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떠돌이 행성들은 모항성으로부터 에너지와 열을 받지 못하는 만큼 얼어붙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떠돌이 행성이 위성과 두꺼운 얼음층을 갖고 있다면 얼음층 하부가 지열에 의해 녹아내려 바다와 함께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구의 해저에도 지열에 의해 뜨거운 물과 가스가 분출되는 열수분출공 주위에 독자적인 생태계가 형성돼있는데, 떠돌이 행성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렇게 얼음층 밑에 생태계가 형성될 경우 우주 방사능이나 운석 등에 의한 피해도 막아질 수 있다.

지구 질량의 떠돌이 행성 후보 발견을 주도한 나오키 고시모토 오사카대 교수는 "로먼 망원경은 우주에서 직접 관측하기 때문에 질량이 작은 떠돌이 행성도 민감하게 찾아낼 수 있다"며 "로먼 망원경의 넓은 시야와 예리한 시력의 조합은 지상 망원경으로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세하게, 더 많은 천체를 연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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