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체육 대부’ 이용훈 SOK 회장 “통합스포츠의 세상…With(함께) 그리고 Flow(흐름)” [특별 인터뷰]

남장현 기자 2023. 7.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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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장애의 장벽이 없는 통합사회를 위해 통합스포츠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이용훈 회장(58·인타임즈인 대표이사)의 생각은 분명하다. 스포츠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통합사회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동시에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도전하고 성취하면서 자신감을 얻어 사회 곳곳으로 깊숙이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달 막을 내린 2차례 국제대회에서 다시금 희망을 확인했다. 이 회장은 6월 2일부터 11일까지 프랑스 비시에서 국제지적장애인스포츠연맹이 주최한 ‘2023 버투스 글로벌 게임(80개국 2000여명)’에 이어 스페셜올림픽국제본부(SOI) 주최로 지난달 12일부터 2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지적장애·자폐 등 발달장애인들의 최고 스포츠 축제 ‘2023 스페셜올림픽 세계하계대회(190개국 7000여명)’ 때 잇달아 대한민국 선수단을 이끌었다.

성과는 훌륭했다. 5개 종목(사이클·수영·조정·탁구·태권도)에 40명이 나선 버투스대회에선 금 4, 은 5, 동메달 7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150명이 12개 종목(골프·3인제 농구·농구·롤러스케이트·배구·배드민턴·보체·수영·역도·육상·축구·탁구)에 참가한 스페셜올림픽에선 64개의 메달(금 25·은 23·동 16)을 수확했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투명한 선수 선발, 과학적인 강화훈련, 현지 적응을 통한 컨디션 유지 및 관리가 큰 도움이 됐다”고 돌아본 이 회장에게도 더 없이 특별한 기억이다. 교육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2017년 이사로 처음 SOK와 인연을 맺었고, 2020년 제4대 회장에 추대돼 발달장애인 체육 발전에 매진해왔다. 스포츠동아는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SOK 집무실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사진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발달장애인 체육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지?

“이사로 (SOK에) 합류했을 때 해외 원정에 동행했는데,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항상 선수들과 함께 지냈다. 조심스럽게 또 조금씩 다가섰는데 어느 순간 선수들이 내 곁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함께 다가와주는 모습은 발달장애인을 좀더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발달장애인의 도전의식과 자신감이 스포츠로 확대될 수 있다고 믿고, ‘함께’의 개념에서도 체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확신한다.” -올해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단의 활약이 돋보였다.

“선발~훈련~적응이란 3단계 과정이 좋았다. 선수와 지도자 선발부터 철저히 했고, 선수단 컨디션 유지를 돕기 위해 하루 2끼를 한식당에서 제공받는 등 최대한 지원하려고 했다. 물론 선수단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대단했다. 다만 짧은 훈련기간은 아쉽다. 버투스대회는 25일, 스페셜올림픽은 나흘간 강화훈련을 했는데 좀더 길었더라면 더 좋은 성과도 가능했다.”

-국내 발달장애인 선수와 팀이 늘어나고, 대회도 많아졌다.

“다양한 스포츠 기회의 확대가 큰 이유다. SOK는 발달장애인 선수들의 경기능력과 신체활동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또 그에 맞는 대회 개최를 진행해왔다. 전국 하계대회가 17개 종목, 동계대회가 7개 종목에서 열리고 있다. 또 통합스포츠교실 지원 및 대회 개최, 통합축구 유니파이드컵대회를 통해 다양한 스포츠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발달장애인 스포츠와 스페셜올림픽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궁극적 목적은 발달장애인들의 도전이다. 스포츠 참여와 대회 참가 자체가 큰 도전이다. 이를 통한 자신감은 사회로의 진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승부도 중요하나, 발달장애인 스포츠에선 승패가 전부가 아니다. 모두가 함께하는 통합사회가 궁극적 목적이다. 그래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국제대회를 보면 장애인 복지가 발달한 국가들이 좋은 성과를 냈다. 엘리트와 생활체육은 물론 발달장애인 스포츠까지 고른 투자는 사회 전체를 위한 투자다.”

사진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통합스포츠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지금은 팀 경기가 통합의 접근성이 좋아 주로 시행되지만, 장차 개인 종목으로 확대시킬 계획이다. 배드민턴, 탁구, 보체 종목에서 이미 통합복식 경기가 진행 중이고, 육상과 수영, 스키, 스노보드 등도 통합경기가 가능하다. 장애인에 대한 접근은 그저 ‘For(위하는)’가 전부는 아니다. ‘With(함께)’의 개념으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파트너)이 한 팀을 이뤄 함께 땀 흘리는 통합스포츠가 대안이다. 통합스포츠는 발달장애인의 사회화를 추구한다. 2021년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업무협약을 맺고 주요 구단 산하에 스페셜올림픽 통합축구팀을 운영하고, 통합축구대회와 축구클리닉, 올스타전 등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스페인 발렌시아 통합축구팀을 초청해 국제클럽컵을 개최한 바 있다.”

-SOK 회장으로서 비전이 있다면, 또 향후 SOK는 어떤 방향으로 향하나?

“많은 스포츠가 단발성 이벤트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으로의 ‘Flow(흐름)’를 만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지역사회나 학교 내 동아리가 ‘스페셜올림픽 통합축구’에 참여할 수 있다. 지역 동아리부터 K리그 통합축구팀, 더 나아가 국제클럽컵대회 출전 등을 통해 큰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렇듯 서로가 같은 목표를 두고 일종의 사이클이 만들어진다면 더욱 긍정적인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통합축구는 단순히 축구를 함께한다는 생각을 넘어, 우리나라 통합스포츠의 좋은 사회적 모델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동참하고 참여하면 ‘좋은 사회적 모델’은 어느 순간 우리에게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장애의 벽이 없는 통합사회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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