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총수들의 경제사절단 동행

양창균 2023. 7.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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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요즘 필자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사춘기 자녀의 마음을 읽는 법이다. 사춘기를 벗어나는 고등학생 딸과 들어서는 중학교 아들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월시(David Walsh) 박사의 저서 '10대들의 사생활'에서 낯설어진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슨일이 생긴걸까 하는 의구심만 되새김질 하는 기분이다. 우리가 성인으로 추앙하는 공자나 소크라테스 시절에도 10대는 이해하기 힘든 대상이라고 하니 그럴법도 하다.

그런데도 내 몸에서 낳은 자녀들인데 하는 스스로 되묻기를 계속할 때가 점점 잦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자녀가 있는 분들께 반사적으로 물어보게 본다. 그런데 답변은 의외다. 필자의 기대와 달리 생각보다 단순했다. 믿음을 기반으로 한 '적당한 무관심'에 귀결된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부모의 말은 반사신경으로 튕겨나오기 마련이다. 그 말이 본인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는다. '스스로 알아서 할테니 제발 믿고 봐달라'는 신호다.

요즘 재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저나오고 있다. 얘기를 들어보니 십분 이해가 된다. 총수들의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동행이 잦아서다.

올해만 보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올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 동행했다. 올 3월 일본 순방을 마치자 4월에는 미국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에 같이 갔다. 6월에는 윤 대통령의 프랑스 파리-베트남 일정에 대거 포함시키더니 7월엔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 등에 총수들을 호출했다. 올해 들어 2월과 5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대통령의 해외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셈이다.

예전 같으면 누가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행여 초청 대상에서 빠지면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 대통령과의 접점을 권력과의 친밀도로 인식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특정 대기업에게는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기업인이 풀기 어려운 난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상당수 대기업의 총수는 굳이 경제사절단에 동행이 필요하냐는 반문을 하게 만든다.

문재인 정부시절에도 비슷한 예는 있다. 2019년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하기 위해 수시로 기업인을 호출했다. 당시 '청와대도, 장관도 보여주기식 기업인 호출을 남발하지 말라'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됐다. 총수 참석도 그때랑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경제계 행사에 그룹 총수 참석을 요구하는 일이 지나칠 정도로 잦다는 얘기다.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손꼽히는 덴마크의 비결을 보자.

덴마크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미국 경제전문지(포브스)가 선정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포브스는 정부의 간섭을 제한하고 과세를 적게 하는 방식으로 기업활동 조성이 크게 기여했다고 진단했다. 이 틀은 계속 유지되면서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10위권 내에 들었다. 2019년 세계은행(World Bank)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환경 평가에서도 190개국 중 4위를 기록했고 유럽연합 통계에서는 4년 연속 기업하기 좋은 나라 1위로 선정됐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자유와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를 지향점으로 삼은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민간과 기업, 시장 중심의 정책이다. 다만 실행력에서는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때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유행어가 떠돌았다. 근데 한 마리의 소를 키우는 일도 쉽지 않다. 1년 365일 배불리 먹이고 어디라도 아프지 않을까 안절부절 못한다. 하물며 적게는 수만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그룹 총수의 어깨는 어떠할까. 아무리 소 키우는 일이 힘들더라도 기업 키우는 것에 감히 견줄 수 있을까.

현재 한국 경제는 길고 추운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고부채 등 4중고의 복합 경제위기에 몰려있다. '제2 외환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재계 총수가 기업 키우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창균 기자(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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