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업체' 운영하며 전세보증금 680억원 챙긴 일당 검거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음. /사진= 뉴스1

경찰이 주택임대업체를 운영하며 임차인 339명을 상대로 보증금 680억원을 가로챈 주택임대업체 대표 40대 김모씨와 일당 30명을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16년3월~2021년 12월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 등에서 빌라 수백채를 매수하면서 임차인 339명으로부터 보증금 68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주택임대업체 대표 김씨(43)와 총괄관리자 B씨·C씨 등 31명을 범죄집단조직죄와 전세사기 등 혐의로 검거했다. 이 중 A씨와 B씨, C씨 등은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검거된 피의자 31명은 A씨 주택임대업체 소속 영업팀 15명, 중개팀 8명, 홍보팀 4명, 회계팀 1명, 명의를 대여해 준 임대사업자 2명 등이다. 이들은 매수인과 임차인 모집을 따로 진행하면서 각각을 담당한 가담자에게 범죄수익 중 일부를 '리베이트' 명목으로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김씨는 두가지 역할을 모두 맡아 양쪽에서 리베이트를 얻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했다. 김씨는 본인이 설립한 J주택임대업체에 △ 리베이트를 취득할 수 있는 물건을 물색하고 건축주와 분양대행업자를 상대로 분양 계약을 체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영업팀' △영업팀에서 분양 계약을 체결하면 공인중개사사무소 명의로 부동산플랫폼에 해당 물건을 홍보하고 임차인들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중개팀' △시중에 있는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전화·팩스 등으로 김씨 전세물건을 홍보를 하기 위해 광고 전단지를 제작하고 전달하는 '홍보팀' 등을 만들어 운영했다.

김씨 일당의 범행 구조도.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김씨가 체계적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을 대규모 전세사기 범행에 이용했다고 보고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 일당은 '무자본 갭투자' 동시진행 방식으로 전세 사기를 벌였다. 이들은 매수인이 매수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어 임차인이 지급하는 보증금을 매매 대금으로 이용하도록 했다. 우선 임대차(전세) 계약을 하고 동시에 매매를 진행해 매도인이 보증금을 입금받으면 곧바로 매수인에게 소유권 이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매매가보다 전세가를 높게 설정해 건축주들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1건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아 추가로 총 18억원을 챙겼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가로챈 보증금으로 취득한 약 396억원 상당의 부동산(203채)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또 피의자들 소유의 부동산, 예금채권, 차량 등 18억원 상당을 추징보전 신청했다.

경찰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을 용해 주변 매매가와 전세가를 확인하고 HUG 안심전세 앱을 통해 악성임대인 명단과 세금 체납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