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아름다움이 교차했던 그때…신간 '빛의 시대, 중세'

송광호 2023. 7. 21. 06: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410년.

봉건제에 의존한 중세의 경제는 로마에 견줘 민망한 수준이었고, 과학·생활 수준·정치·경제·학문도 한참을 못 미쳤다.

또 다른 역사가는 흑사병이 유럽에 창궐한 시기까지를, 다른 이들은 오스만튀르크가 동로마를 멸망시킬 때까지를 중세로 규정했다.

중세를 어둠이 아닌 '빛의 시대'로 말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스탄불 성 소피아 성당의 모자이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410년. 무시무시한 게르만족이 로마를 약탈했다. 용병에 의존한 로마가 스러지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엄청난 인플레이션 압박에 로마 경제는 붕괴했고, 더불어 용병에 기댄 군대도 무너져갔다. 476년 로마 황제는 폐위됐고, 천년의 역사는 사라졌다.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동쪽 로마는 그 후로도 천년을 버텼지만, 오리엔탈 왕조 취급을 당했다. 로마제국의 몰락과 게르만족의 대이동. 어둡고 긴 중세는 그렇게 시작됐다.

대다수 서구 역사가는 중세를 '암흑시대'로 간주한다. 봉건제에 의존한 중세의 경제는 로마에 견줘 민망한 수준이었고, 과학·생활 수준·정치·경제·학문도 한참을 못 미쳤다. 한마디로 초라했다.

그런 별 볼 것 없는 시대는 1천년 남짓 지속됐다.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됐는지는 학자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달랐다. 어떤 학자들은 중세를 '신곡'을 쓴 단테까지로 봤다. 또 다른 역사가는 흑사병이 유럽에 창궐한 시기까지를, 다른 이들은 오스만튀르크가 동로마를 멸망시킬 때까지를 중세로 규정했다. 심지어 프랑스혁명 이전까지를 중세로 규정하기도 했다. 중세는 학자들의 견해에 따라 용수철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

책 표지 이미지 [까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미국 역사학자인 매슈 게이브리얼과 데이비드 M. 페리 교수는 중세를 다르게 보자고 제안한다. 중세를 어둠이 아닌 '빛의 시대'로 말이다. 이들이 함께 쓴 신간 '빛의 시대, 중세'(까치)는 폭력과 아름다움, 문명과 종교가 교차했던 시대로 중세를 규정한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유대인들이 라틴어를 쓰고, 기독교인들이 그리스어를 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가 아라비아어를 썼던 시장에서 함께 만난다. 브리튼 섬에 살던 북아프리카인들의 얼굴에선 갈색 피부가 드러나고, 남프랑스의 사제들은 질펀한 성적 농담을 주고받는다.

중세는 1천여년간 유럽의 여러 문화가 뒤섞였고, 종교적 전통도 다양했으며 언어도 다채로웠던 시기였다. 기독교에도 여러 교파가 있었고 이슬람교도, 다신교도 있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선각자들은 대학을 설립했고, 과학자들은 하늘을 관찰하면서도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다. 단테가 갑자기, 다빈치가 돌연히 등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들은 "빛의 시대에는 빛과 어둠, 인간성과 참상 같은 온갖 요소들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박수철 옮김. 380쪽.

buff27@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