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없는 비판은 허무"···이광재 사무총장이 데이터에 집착하는 이유

김성은 기자 2023. 7.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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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인터뷰중이다./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국민이 피해 보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는 정치를 위해서도 정치 리더들이 예측 가능하게 성장해나가는 시스템이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 집권 정당이 바뀔 때마다 널을 뛰듯이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다.'(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저서 '노무현이 옳았다' 중)

38%.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이른바 우리나라 '무당층' 비율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나온 결과다. 역대 최고치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이 얼마나 큰지 뒷받침한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것은 정치인들도 잘 안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이같은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대안없이 비판하는 것은 허무하다"고 했다. 그가 숫자와 그래프로 가득한 종이를 들고 다니며 우리나라와 해외 국회 사례를 비교하는 이유로 이해됐다. 그는 국회가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중이다.

주요국 총회의(본회의, 상임위, 청문회·공청회 등 총합) 수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이 연간 605회(2022년 기준 최근 입법기 연평균)인데 비해 미국 상원은 2068회, 하원은 3234회, 영국은 2395회, 프랑스는 1053회, 독일은 1043회다. 본회의 횟수도 한국이 압도적으로 적다. 한국은 37회인데 비해 미국 상원 46회, 하원 100회, 영국 153회, 프랑스 105회, 독일 68회다.

법안 의결수는 한국이 더 많다. 한국은 연간 6025건(2017~2022년 연평균)의 법안을 제출해 1673건을 의결한다. 가결률이 27.8%다. 이에 비해 미국은 7830건을 제출해 503건(가결률 6.4%)을, 영국·프랑스·독일 3국은 평균 378건을 제출해 69건(18.3%)을 가결시킨다. 한국은 적게 회의하고 많은 법안을 가결시키는 셈이다. 입법의 질이 좋길 기대하기 어렵다. 입법이 남발하면 자칫 국민의 실제 필요성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 사무총장은 "선진국 의회는 청문회 및 공청회를 통해 사회 갈등을 줄이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수치에서 우리나라와 이같은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갈등을 10%만 줄여도 국내총생산(GDP)이 약 2%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입법 그 자체보다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실질적으로 더 중요하단 뜻이다.

이 사무총장은 생산성 좋은 입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가 종합적·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봤다. 사무총장으로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국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다.

그는 "지식 문서를 한 번에 볼 수 있고 국회가 몇 십 년간 토론했던 내용들을 한 번에 챗GPT처럼 분석만 해 줄 수 있다면 국회의원이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데이터를 갖고 토론, 수준 높은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리게 하는 게 제 꿈"이라고 했다. 가령 각 정당과 입장에 유리한 데이터를 취사 선택함에 따라 여야간 논의가 공회전하는 사례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원구성이 새로 될 때마다 해묵은 논쟁을 반복하는 경우도 줄 것이고 집권 정당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경우도 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국회 논의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그 덕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올들어 국회는 연금, 기후위기, 인구, 교육, 첨단산업 등 국가현안들을 두고 대토론회를 진행중이다. 이 역시 문제해결을 위해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의 일환이다.

이 사무총장은 "지금 성과는 좀 적지만 이 주제를 갖고 빅데이터를 모으는 일을 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는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비교·분석하는 좋은 보고서가 나오게 되면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이 훨씬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회가 점점 더 정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타협의 가치도 강조됐다.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 양 바깥쪽 물은 저항 때문에 흐를 때 소리는 크게 나지만 빨리 못 흐른다. 반면 저항이 없는 강 가운데 물은 조용하면서도 가장 앞서 간다. 물가 양쪽을 진보와 보수라고 치면 중간은 타협하는 존재로 비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타협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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