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복수’ 흑해곡물협정 파기에 EU 동-서유럽 내분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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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등으로 곡물 수출에 비상이 걸린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고심 중인 가운데 'EU 내분'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다.
EU는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유럽 회원국들이 국경 개방 등을 통해 수출 물량을 더 받아주기를 바라지만 동유럽 국가들은 자국 농업계 보호가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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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등으로 곡물 수출에 비상이 걸린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고심 중인 가운데 ‘EU 내분’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다.
EU는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유럽 회원국들이 국경 개방 등을 통해 수출 물량을 더 받아주기를 바라지만 동유럽 국가들은 자국 농업계 보호가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이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흑해의) 해상 항로가 폐쇄된다면 우리(EU)의 항구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역량을 더 늘려야 하며, 이는 이웃 국가들의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EU 회원국들이 “국경을 열고 수송을 용이하게 하는 등의 추가적인 기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의 최대 수출항인 오데사 항구 기반시설을 집중 폭격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전에는 적어도 (항구를) 파괴하진 않았고 곡물 수출이 계속됐다”며 “이번에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미 EU가 우크라이나의 수출을 돕기 위해 가동 중인 ‘연대 회랑’(Solidarity Lanes) 루트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도 말하기도 했다.
EU 연대 회랑은 작년 전쟁 발발 이후 EU가 흑해로 수출되던 우크라이나산 농식품 일부를 폴란드 등 동유럽 회원국을 경유할 수 있도록 한 수출 우회로를 의미한다.
그러나 EU 외교수장의 이런 바람과 달리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동유럽에선 정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국 농업계 보호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폴란드를 필두로 한 EU 동유럽 5개국 농업장관들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직접 수입 금지' 조처를 연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폴란드는 EU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수입 금지 연장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또 EU를 향해 우크라이나산 물량 운송 시 경유국에 피해를 주지 않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작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물량이 동유럽을 ‘경유’하는 대신 그대로 현지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동유럽 각국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에 EU는 동유럽 5개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오는 9월 15일까지 우크라이나산 밀·옥수수 등 일부 곡물은 5개국으로의 직접 수출을 금지하되, 제3국으로 향하는 수출물량 경유만 허용하고 있다.
동유럽 5개국으로선 최근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등으로 인접국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자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공개적으로 섭섭함을 토로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서 폴란드를 지목하며 “이는 세계 식량 안보와 우크라이나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비우호적이고 포퓰리즘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슈미할 총리는 “파트너국과 EU 집행위가 모든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이 EU로 막힘없이 수출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며 “이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우리 곡물 공급에 의존하는 세계와 연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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