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는 한미일, 군사동맹? '한미 핵동맹'부터 다진다
사상 첫 별도의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협력의 수준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의 비전도 그 근간이 되는 한미일 협력을 토대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8월18일 미국 대통령 전용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세 차례 열렸던 기존 3국 정상회의와는 다르다. 앞서 한미일 정상회의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를 계기로 열렸다. 국제행사 참석을 위해 모인 김에 잠시 시간을 내 회동하는 수준이었다. 회의 시간은 수십 분 정도에 불과했다. 북핵 대응 등 주요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층적 논의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오직 '한미일'만을 위해 만난다.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이뤄졌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한미일 협력 강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필요성을 느낀다는 의미다. 워싱턴이 아닌 별장으로서 휴양시설과 외국 정상을 위한 숙소 등을 두루 갖춘 캠프 데이비드로 불렀다는 것 또한 만남의 '특별함'을 더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세 정상이 만나는 것 자체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특히 공급망 위기 등 경제안보 이슈가 부상하면서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갖춘 한국, 일본과 긴밀한 협력 필요성이 증가했다. 군사안보 못지 않게 반도체와 2차 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 협력 강화가 이번 회의의 주요 주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리나라로서도 한미일 협력은 외교안보 전략의 근간이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면서 국제사회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취임 이후 한국 정상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지난해 처음 참석했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함께 했고 이를 계기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까지 전격 방문했다. AP4(아시아태평양파트너국,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의도 2년 연속 열었다.
아태지역에서 AP4를 거점으로 협력 기반을 닦고 나토와는 ITPP(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를 체결해 협력을 제도화하는 등 자유진영과 안보블럭을 짜고 공동대응 전선을 굳건히 하고 있다. 안보협력이 든든해야 경제협력도 원활히 이뤄진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방일, 한일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한일관계를 정상화한 것 역시 이같은 전체 외교안보 구상의 맥락에서 이뤄졌다. 이는 마침내 4월 미국 국빈방문과 워싱턴 선언, NCG(핵협의그룹) 출범으로 이어졌다.
다만 현재로서는 미국의 핵자산을 공동기획·운용하는 NCG는 우리나라와 미국, 양국 간에만 해당한다.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NCG 첫 회의를 마친 커트 캠벨 미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은 "현재 양자적 노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못 박았다. 미래에 일본이 어떤 식으로든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한미 양국 간에 관련 협력에만 목표를 둔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특별히 어느 한 쪽으로 누구를 배척하고 우대하고 그러는 건 아니다"며 "하지만 가치기반 연대라고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동맹을 통해서 그 기초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미중경쟁이 워낙 첨예하기 때문에 국제정세 블록화를 우리가 막을 수는 없고 거기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를 점하느냐가 문제"라며 "첨예한 상태에서 중간에서 균형을 잡는다, 이런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 쪽에서 외교력을 높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 싶다"고 했다. 어정쩡한 태도보다는 군사력이나 첨단기술력 면에서 압도적인 미국 편에 확실히 서는 게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야 중국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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