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골칫덩이? 깜짝 변신에 모셔간다…"이젠 구하는 게 더 힘들어"

괴산(충북)=김훈남 기자 2023. 7. 21.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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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플라스틱으로 '돌리는' 경제<3회>: 화학재활용이 온다③
[편집자주] 신의 선물에서 인류 최악의 발명품으로 전락한 플라스틱. 우리나라의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21년 기준 492만톤으로 추정된다. 매일 1만톤 이상 나오는 폐플라스틱은 재활용률은 50% 수준에 그친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같은 폐플라스틱의 환경위협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탈(脫) 플라스틱과 순환경제 조성'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품생산에서 소비, 폐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 분야 순환경제 조성을 위한 노력을 점검하고 2027년 83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선점을 넘어 대한민국 수출 체력 강화에 이르는 길을 찾아본다.

10일 오전 충북 괴산 소재 중부인더스트리 본사에서 열분해유 설비가 가동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 충북 괴산의 한 산길을 5분여 달리자 보이는 폐기물처리 업체 중부인더스트리의 공장. 산처럼 쌓여있는 비닐만 보면 여느 폐자원 처리시설과 비슷하지만 이곳은 폐비닐을 분해해 열분해유를 만드는 '제조'시설이다.

300도(℃) 가량 고온으로 비닐을 녹이는 열분해유 설비 4기가 열기를 뿜으며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비닐에서 나온 유증기를 찬물로 식히고 다시 열을 가하는 작업을 14시간쯤 반복하면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품 중 하나인 열분해유가 배출된다. 이렇게 만든 열분해유는 정유업체에 공급돼 기존 원유와 섞어 새 제품을 만드는 실증사업에 쓰이고 있다.

지난 10일 공장에서 만난 김기철 중부인더스트리 이사는 "예전엔 열분해유 팔 곳을 찾는 게 일이었는데 요즘은 비닐을 구하는 게 더 힘들다"고 업계 분위기를 설명했다. 초기 시장에서 열분해유는 주로 산업현장의 저품질 난방용도로 쓰였는데 플라스틱 순환경제 조성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원료로 팔려나간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의 설명처럼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순환경제 선도국이 주도하는 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에 대응하고 화학적 재활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시장이 열리고 있는 지금, 투자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화학적 재활용 분야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2021년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에 지분 10%를 투자하고 2030년까지 아시아 4개 국가에 연간 처리능력 40만톤 규모 화학적 재활용 설비를 지을 계획을 밝혔고 울산에 운영 중인 산단에 2025년까지 7만톤 규모 열분해 및 폐페트(PET) 재활용 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규모는 2025년 90만톤, 2027년 250만톤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목표다.

플라스틱 용기를 많이 사용하는 식품·화장품·유통 기업과의 '동맹' 사례도 속속 나온다. SK케미칼은 2021년 세계 최초로 화학적 재생 플라스틱 소재 '코폴리에스터'를 개발한 데 이어 순환재활용페트(CR-PET) 소재를 오뚜기의 육류소스 용기에 100% 적용했다. LG화학은 유통업체 쿠팡과 손잡고 쿠팡에서 배출하는 3000톤 규모 물류 포장용 비닐을 재활용해 다시 공급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까지 1000억원 투자해 울산 PET 공장 전체를 재생 PET 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고 효성은 부산·전남지역에서 수거한 폐어망을 모아 연간 1800톤가량 나일론 섬유를 생산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국내 화학적 재활용 산업이 자리잡기 위해선 고품질의 원료 수급과 폐기물 관점의 규제해소, 적정한 가격평가 등 산업 환경이 개선돼야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열분해유 시장에 뛰어든 SK지오센트릭,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 등 국내 기업들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실증특례(규제샌드박스, 신기술에 대해 일정기간 기존 규제를 유예하는 것)로 사업을 추진 중인데 본격적인 화학적 재활용 산업 육성을 위해선 폐플라스틱을 '폐기물'이 아닌 '산업 원료'로 보는 규제 전환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또 폐기물의 선별 정도와 이물질 여부가 제품 생산효율과 직결되는 화학적 재활용 산업 특성상 분리 배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종류별로 선별하고 세척하는 등 '전처리' 작업에 따라 수익성이 갈린다고 한다.

김기철 이사는 "사업 초기만 해도 무상으로 제공받았던 폐비닐을 최근에는 25톤 트럭기준 120만원에 사오고 있다"며 "아파트 등 분리배출 체계가 잘 돼있는 곳의 폐비닐은 50~60%까지 열분해유를 만들 수 있지만 이물질이 많거나 다른 소재가 섞이면 수율이 20~30%까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괴산(충북)=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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