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밀려나는 유럽, 폐플라스틱이 빈자리 채운다

에스푸(핀란드)·에인트호번(네덜란드)=김훈남 기자 2023. 7. 2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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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플라스틱으로 '돌리는' 경제<3회>: 화학재활용이 온다②
[편집자주] 신의 선물에서 인류 최악의 발명품으로 전락한 플라스틱. 우리나라의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21년 기준 492만톤으로 추정된다. 매일 1만톤 이상 나오는 폐플라스틱은 재활용률은 50% 수준에 그친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같은 폐플라스틱의 환경위협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탈(脫) 플라스틱과 순환경제 조성'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품생산에서 소비, 폐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 분야 순환경제 조성을 위한 노력을 점검하고 2027년 83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선점을 넘어 대한민국 수출 체력 강화에 이르는 길을 찾아본다.
핀란드 포르보에 위치한 Neste의 복합 정유소. 핀란드 최대 정유사 네스테는 2005년부터 바이오디젤 사업에 투자, 현재 그룹의 가장 큰 수익을 재생원료 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네스테


유럽연합(EU)이 플라스틱의 재생원료 사용 의무 등 순환경제 규범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이 지역 석유화학 업계도 기존의 원유 기반 '선형' 플라스틱 생산에서 재생원료 기반 '순환' 생산 체제로의 전환과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은 일부 기업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생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하는 화학적 재활용 분야에서 이미 수익을 내고 있다. 게다가 화학적 재활용의 난제 중 하나인 유색 페트(PET) 처리 기술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우리 주요 제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 업계가 글로벌 순환경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이들 유럽 기업과의 격차를 따라잡아야 한다.
핀란드 최대 석유회사 '네스테'의 새 먹거리는 '재생제품'

핀란드 최대 정유회사 네스테의 헤이키 페르킬라(Heikki Farkkila) 화학재활용부문 부사장(오른쪽)과 아웃티 테라스(Outi Teras)화학 재활용 기술 상용화 부문 책임자가 지난달 2일 핀란드 에스푸 본사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재생원료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시내에서 차로 30분여 거리 도시 에스푸(Espoo)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네스테'(Neste)는 70년 넘는 업력을 자랑하는 핀란드 최대 정유회사다. 동시에 재생가능 원료로 만든 '바이오디젤'에 처음 투자를 시작해 2007년 가동을 시작한 에너지 전환 모델의 선구자로도 유명하다.

네스테의 올해 1분기 IR보고서에 따르면 그룹 기준 매출은 52억9800만유로(약 7조5200억원)이다. 이중 재생제품(Renewable Products) 부문의 세전영업이익(EBITA)은 4억1500만유로다.

석유제품(Oil Products)과 마케팅 및 서비스 부문을 제치고 그룹 내 사업 중 가장 큰 수익을 냈다. 재생제품의 마진은 톤(t)당 945달러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폐기물로부터 재생 가능한 항공연료를 만들어내는 한편 재생가능한 중합체(폴리머)와 화학물질을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개화하는 시장인 만큼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세계 재생원료 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과 LG화학 등 우리 기업에도 화학제품 생산에 재생원료를 공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에스푸 소재 네스테 본사에서 만난 헤이키 페르킬라(Heikki Farkkila) 화학재활용 부문 부사장은 "네스테는 폐플라스틱을 액화시켜 새로운 플라스틱의 고품질 원료로 전환하는 전환하는 기술과 밸류체인을 개발한다"며 "(투자 초기에는) 재생가능한 디젤에 집중했지만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와 폴리머 및 화학제품에 쓰는 재생 및 재활용 가능 납사(나프타) 등 모두 상업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스테는 폐기물 기반 원료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전처리 기술에 핵심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석유화학 업계가 사용하는 원유기반 제품과 품질이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투명 넘어 유색페트도 문제없어"…화학적 재활용의 매력은?

네덜란드의 화학적 재활용 기업 아이오니카의 마르텐 스톡(Maarten Stolk) 사업개발 담당이 지난달 5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사무실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기술을 소개했다. /사진=김훈남 기자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본사 두고 있는 화학적 재활용 회사 '아이오니카(Ioniqa)'는 버려진 페트병을 녹여 새 제품의 원료로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기술이 특별한 것은 화학적 재활용 과정에서 장애물인 '착색' 염료와 라벨·뚜껑·알루미늄 등 이물질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고품질 플라스틱 중 하나인 페트는 착색 염료나 첨가제가 들어가면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다. 이 때문에 폐플라스틱을 세척해 새 옷감으로 만는 기계적 재활용의 경우 투명 페트병만을 소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2009년 에인트호번공과대학의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아이오니카는 저품질 폐페트에서 품질저하없이 새 플라스틱 원료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무색 구분없이 모든 페트를 수거한 뒤 자기장과 촉매를 통해 착색염료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3000만유로 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한국 석유화학기업과 협업도 꾸준히 모색 중이라고 한다.

에인트호번 소재 아이오니카 사무실에서 만난 마르텐 스톡(Maarten Stolk) 사업개발 담당은 "아이오니카는 기본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폐기물을 원료로 공급해 촉매반응 및 회수·원심분리·침전 등을 활용해 플라스틱 원료를 정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며 "기존의 해중합보다 큰 크기로 복합체(폴리머)를 분리해 새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단순화하고 투자와 운영에 들어가는 비중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원유 기반의 페트와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자동차 범퍼와 샴푸병, 음료병 등은 결국 수명이 다하는 탓에 적절한 폐기물 관리가 필요하고 어떤 경우든 매립하는 것보다 재활용이 이익"이라며 "화학적 재활용인 해중합 기술은 기계적 재활용에 적절하지 않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닫힌' 자원순환을 달성해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에스푸(핀란드)·에인트호번(네덜란드)=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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