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참사' 후 4개월, '대변혁' 선언한 한국야구…재도약 계기될까
국대 감독은 전임 환원…"선수 선발 기준이 더 중요" 지적도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사를 겪은 지 4개월, 한국야구가 '대변혁'을 선언했다. 리그부터 대표팀까지 한국야구의 전체적인 수준을 올리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일 'KBO리그·팀 코리아 레벨 업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부진한 성적을 낸 것에 따른 것으로 △국가대표팀 전력 향상 △경기제도 개선 △유망주·지도자 육성 △야구 저변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리그의 레벨 업을 바탕으로 대표팀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에 따른 저변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야구 강국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가장 많은 변화를 예고한 것은 KBO리그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가 새롭게 도입한 피치 클락, 연장 승부치기, 베이스 크기 확대, 투수 세 타자 상대 의무화, 수비 시프트 제한 등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경기 시간 단축에 방점을 둔 변화다. KBO리그는 매년 '스피드업'을 표방하며 작게 규정을 바꾸곤 했는데, 사실상 경기 시간 단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평균 3시간5분을 목표로 마운드 방문 시간 단축(30초→25초) 등의 규정을 시행했지만 전반기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11분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올 시즌을 앞두고 주자가 없으면 15초, 있으면 20초 이내 투구를 완료하고 어길 시 1볼을 추가하는 '피치클락'을 도입했다. 수비 시프트 제한, 연장 승부치기 등도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방안들이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실제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38분으로 전년 대비 26분 단축됐다.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단순히 경기 시간이 줄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야구 중계의 시청률, 특히 1040세대의 팬층이 늘어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KBO리그는 관중 흥행은 큰 문제가 없지만 시청률은 답보상태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집중력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프로야구를 지탱하는 '팬층'이 확보돼야 야구의 전반적인 저변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변화의 취지다.
국제 경쟁력 강화의 측면에서도 변화를 꾀한다. 메이저리그 등 해외 팀과의 교류전 등을 꾸준하게 추진하는 것이 첫 번째다.
평가전 기회가 거의 없는 야구의 특성상 우리 실력을 냉정하게 돌아볼 기회는 많지 않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가 국제대회에서야 큰 충격을 받는 일이 반복된 이유였다.
이와 더불어 저연차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교육리그 파견 등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실력으로 '큰물'을 경험할 수 있는 극소수의 스타 플레이어 뿐 아니라 어느 정도 잠재력을 갖춘 유망주들도 해외야구를 경험하고 부딪히게 해 성장할 기회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당장 미국, 일본과 같은 인프라를 갖추기 어렵다고 볼 때, 우리가 가진 환경에서 국제 경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송재우 위원은 "예전 2006, 2009년 WBC에서 우리가 선전했다고 해서 곧바로 일본보다 수준이 높아졌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런 것은 향후 수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결국 '소수 정예'의 영재 교육을 시행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 감독을 다시 전임제로 환원하는 것도 변화 중 하나다. 리그 감독과 대표팀을 병행하는 자체가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내려놓고 대표팀에만 신경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다만 대표팀의 경우 감독 제도보다도 선수 선발 등의 규정을 좀 더 확실하게 하는 것이 우선돼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야구 대표팀의 경우 선수 선발과 관련해 유독 잡음이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대표팀 감독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선수 선발 위원회도 따로 마련돼 있지만 실상 감독의 생각과 판단으로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선수 선발은 '감'보다는 객관성이 담보돼야 관련된 논란도 줄어들 수 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잡음을 만들고 가면 결과에 따른 부담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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