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 산속에 있어도 올 사람은 옵니다… 당신처럼! [책&생각]

한겨레 2023. 7. 2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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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서점 있어요!"라는 슬로건으로 에스엔에스(SNS)에 서점을 알렸더니 다들 '산'이 뫼 산(山)이 아니라 강원도를 빗대어 말하는 정도로 생각했나 보다.

산속 서점은 말 그대로 '산' 속에 있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차로 15분을 가야 하는 산속에서 서점을 한다고 하면 다들 하나같이 대체 어떻게 운영이 가능한지 궁금해한다.

도서 구매와 독서가 소수 마니아의 취미가 된 세상이니까, 서점이 산속에 있어도 올 사람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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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우리 책방은요│인디문학1호점
인디문학1호점 외부 모습.

“산속에 서점 있어요!”라는 슬로건으로 에스엔에스(SNS)에 서점을 알렸더니 다들 ‘산’이 뫼 산(山)이 아니라 강원도를 빗대어 말하는 정도로 생각했나 보다. 산속 서점은 말 그대로 ‘산’ 속에 있다. 국도를 벗어나 산으로 오르는 시멘트 포장길을 맞닥뜨린 방문객은 주저하며 다시 한번 전화로 문의한다. “여기 이 길이 맞나요?” 답변은 정해져 있다. “네, 맞습니다. 이 길이 맞나 싶겠지만, 그 길이 맞습니다. 올라오시면 됩니다.” 짧고 강렬하게 경사진 산길을 올라오면 또 하나 공통된 질문을 한다. “와, 이런 산속에… 손님이 오나요?” 당신도 오셨으면서 다른 손님이 오는지를 궁금해 하시다니요?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차로 15분을 가야 하는 산속에서 서점을 한다고 하면 다들 하나같이 대체 어떻게 운영이 가능한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질문이 틀렸다. 산으로 들어오기 전, 영월 읍내에서 서점을 시작했다. 그때에도 서점을 해서 어떻게 먹고 사느냐는 질문을 받았으니, 이건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업종의 문제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엔 좀처럼 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서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바로 ‘우리 책방은요’를 살펴보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 덕분이다. 도서 구매와 독서가 소수 마니아의 취미가 된 세상이니까, 서점이 산속에 있어도 올 사람은 올 것이다. 이 생각으로, 4년간 번잡스런 읍내 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산속으로 이사 왔다.

인디문학1호점 외부 모습.
인디문학1호점 내부 모습.
인디문학1호점 내부 모습.

서점을 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읽고 싶어서 시작한 동네 책방!’이 초기 슬로건이었으니까 충분한 답이 될 것이다. 나는 일평생 책이나 읽으며 고고한 독자로 살고 싶다. 서울에서 기획자로 직장 생활을 하다 고향인 영월로 내려온 이유도 그러하다. 정말이지 도시에서 못 살겠다. 삶의 팍팍함이라는 게 단순히 닭 가슴살을 씹으며 느끼는 퍽퍽함이 아니라, 마치 내가 청소기 속 먼지봉투가 된 것처럼 내 속에 온갖 먼지가 쌓이는 기분이라 고향 땅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그렇게 열심히 직장 생활을 했어도 어쩐 일인지 남은 건 빚밖에 없었으니, 어차피 질 빚이라면 고향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는 마음으로 서점을 시작했다.

인디문학1호점 내부 모습.
인디문학1호점 내부 모습.
인디문학1호점 내부 모습.
인디문학1호점 외부 모습.

모든 무덤에는 이유가 있듯이, 모든 서점에도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식을 탐구하기 위해,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분야에서 영향력을 얻기 위해, 단순히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등등. 모두가 다른 이상을 품고 서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내가 서점을 좀 해보니 하나의 공통점은 찾을 수 있었다. 돈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하나씩 있다는 점. 그 가치를 좇기 위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탈락한 서점을 운영한다는 점. 그리고 이 사실을 몇몇 사람들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퍽 마음에 든다. 그러므로, 적어도 나의 서점은 불멸할 것이다. 겸업을 하느라 밤에만 문을 여는 서점이 되든, 평일엔 문을 닫고 주말에만 문을 여는 서점이 되든. 이 자리에 오래도록 남아 책을 판매할 것이다.

영월/글·사진 윤태원 인디문학1호점 책방지기

인디문학1호점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무릉법흥로 785(법흥리)
instagram.com/1st.indimun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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