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횡단보도에서

한겨레 2023. 7. 21. 05: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마을]슬픔은 질긴 가죽이더군

강물 속에서 불쑥 악어들이

몸통을 잡아끄네

초원에 도착하지 못한 누의

발목들

강물 속에 깊이 잘렸지

악어도 감정은 없었네,

그저 빈 지갑을 채우려는

허기가 질겼을 뿐

팔다리를 주고 몸통만 통과하는

탄자니아 강가…….

강을 건너려는 남자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네

신호등 안에도 걷는 사람이 보이네,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네.

여영현의 시, <한국문학: 이천이십삼년, 하반기>(한국문학사)에 수록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