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 인공지능과 맞설 인간의 고유성 [책&생각]

한겨레 2023. 7. 2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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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을 보며 착잡한 심정이 든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상태를 자각하는 능력으로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도의 인지능력"을 이른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빠르게 연산하고 추론하고 사람과 비슷한 심리적 반응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메타인지 능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메타인지는 지은이가 말한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법"이라기보다는 인간에게 남은 단 하나의 희망이 아닐까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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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의 인문산책]

메타인지의 힘
구본권 지음 | 어크로스(2023)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을 보며 착잡한 심정이 든다. 다른 무엇보다 투자의 우선순위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다. 인류가 맞이한 비상상황인 기후위기를 이겨내려는 노력보다는 검색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이른바 ‘쩐의 전쟁’을 치르는 꼴이 영 마뜩잖다. 거기에 결국은 노동시장에서 인간을 밀어내고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는 자본의 욕망에 등골이 오싹한다. 오늘에 재현된 에리직톤 신화의 끝은 어떻게 될는지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이 도도한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아주 이른 시기에 더 개선된 강한 인공지능이 나타날 것은 누구나 다 짐작하는 바다. 그렇다면, 노동시장의 위축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개인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구본권의 <메타인지의 힘>은 오늘의 긴박한 상황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상태를 자각하는 능력으로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도의 인지능력”을 이른다. 지은이는 이 점을 인간과 인공지능의 가장 큰 차이라 말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빠르게 연산하고 추론하고 사람과 비슷한 심리적 반응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메타인지 능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뇌는 합리적이지 않고 합리화할 뿐’이라는 주장을 내세운다. 짐작하는 바와 달리 인간의 뇌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합리적 상황을 피하는데, 뇌의 인지적 자원을 최대한 아끼려고 해서다. 이를 일러 인지적 구두쇠 성향이라 한다. 정전사태를 막으려고 예비전력을 준비하듯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인지적 여유 자원을 확보해두는 것이다. 인지부조화 회피 심리 탓도 있다. 새로운 정보로 불편한 상황이 되면 뇌를 속여서 기존 상식에 걸맞은 방식으로 정보를 비틀어 받아들이는 성향을 일컫는다.

이런 인지적 상황을 객관적·비판적으로 판단하는 계기판 역할을 하는 것이 메타인지다. 그러니까 메타인지는 다 알고 있다고,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인지적 상황에 대해 과연 그런가, 라고 되묻는다. 인공지능에 맞설 현인의 말이 있으니, 소크라테스가 말한 무지의 지이며, 공자가 말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된 앎이다”가 바로 그것이다. 인지적 실패를 인정할 때 비로소 “새로운 배움과 도전”에 나서게 되는 법이다.

급속한 변화의 시대에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생존하는 법은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스스로 배워나가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개인의 선택지가 늘어난 상황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려면 늘 자신의 마음과 역량 상태를 객관적으로 아는 능력이 요구된다. 더욱이 기계에 삶의 통제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유발 하라리의 말대로 “내가 누구인지, 내가 인생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모든 능력을 일러 메타인지라 하고, 이를 한마디로 하면 ‘너 자신을 알아야 한다’가 된다. 그러고보니 메타인지는 지은이가 말한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법”이라기보다는 인간에게 남은 단 하나의 희망이 아닐까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이권우/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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