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풍경화 속에 계급의식이? [책&생각]

최재봉 2023. 7. 2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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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2016년에 첫선을 보인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난처한 미술 이야기) 시리즈는 지금까지 7권이 나왔고 모두 합해 30만권이 팔렸다.

그가 새로 낸 난처한 미술 이야기 '내셔널 갤러리 특별판'은 지난달 2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 전시작들을 중심으로 작품 해설과 미술사 이야기를 버무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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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63세의 자화상>. 위키미디어 코먼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내셔널 갤러리 특별판
양정무 지음 l 사회평론 l 1만8000원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2016년에 첫선을 보인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난처한 미술 이야기) 시리즈는 지금까지 7권이 나왔고 모두 합해 30만권이 팔렸다. 그가 새로 낸 난처한 미술 이야기 ‘내셔널 갤러리 특별판’은 지난달 2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 전시작들을 중심으로 작품 해설과 미술사 이야기를 버무린 책이다.

양 교수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곳에서 공부할 때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를 공부방 삼아 드나들었다. 그때 눈에 익혔던 작품 가운데 52점이 고국 나들이를 하게 되자 ‘대접 삼아’ 해설서를 쓰기로 했노라고 그는 책에 밝혔다. 책 표지에 내세운 카라바조의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을 비롯해 렘브란트의 <63세의 자화상>, 티치아노의 <달마티아의 여인> 등 이번 전시에 나오는 작품만이 아니라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다른 작품들 역시 논의 대상으로 삼아 내용이 풍부하다.

내셔널 갤러리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경쟁 관계 속에서 탄생했으며 ‘왕립’을 뜻하는 ‘로열’이 아닌 ‘국민’을 가리키는 ‘내셔널’을 시설 이름으로 삼은 데에서 그 민주주의적 성격을 알 수 있다고 양 교수는 설명한다. 책 표지에 등장시킨 카라바조는 폭행과 상해, 명예훼손 등 온갖 혐의로 일곱 번 감옥살이를 한 끝에 35살 나이에 살인을 저지르고 쫓기다가 4년 뒤에 객사하고 만 인물이다. 그의 작품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은 카라바조 자신을 모델로 삼은 작품으로, 성적 쾌락에 따르는 위험과 청춘의 유한성이라는 주제를 담았다.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화가 존 컨스터블의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은 그의 대표작 <건초마차>와 “구도상 거의 쌍둥이 그림”과 같은 작품. 1980년대에 등장한 영국의 신미술사 연구자들은 컨스터블의 사실적 풍경화에서 산업혁명 이후 해체된 농촌 사회에 대한 향수와 “치열한 계급의식”을 읽어 내기도 했다. 마네의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이 원래 그의 또 다른 작품 <카페에서>와 이어지는 하나의 그림이었다든가, 티치아노로 대표되는 베네치아 색채주의가 17세기 바로크 미술과 19세기 프란시스 고야의 작품은 물론 19~20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 역시 책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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