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음모론 만능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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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열풍을 일으킨 미국 드라마 '엑스파일'은 미해결 사건을 추적하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의 활약을 그렸다.
이전까지 주로 대중들이 정부를 공격하는 데 음모론을 이용했다면 요즘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 집단이나 개인을 음모론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등장했다.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주장이 오히려 음모론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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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열풍을 일으킨 미국 드라마 ‘엑스파일’은 미해결 사건을 추적하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의 활약을 그렸다. 그런데 이 미해결 사건은 황당하게도 외계인이 지구에 와 있고, 이들이 세계 정부를 조종해 인류를 지배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흔히 말하는 ‘음모론’을 대중화시킨 원조라 하겠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이를 진실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미국 대선에서 음모론자 집단 ‘큐어넌’은 ‘민주당 최고위층과 연예계·경제계에 포진한 엘리트 집단들이 아이들을 고문하고 성착취는 물론 식인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비밀집단인 ‘딥스테이트’가 미국을 사실상 통치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비밀리에 이들을 물리치고 있고 이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주장도 했다. 일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런 음모론을 누가 믿을까 했지만, 이들의 선거 영향력은 어마어마했고 실제 이들의 주장에 동조한다는 수많은 백인 우익들이 총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큐어넌은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휩싸였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백신을 팔기 위해 일부러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5세대(5G) 전파를 통해 코로나19를 퍼트리고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2021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고 의회에 난입해 미국 정부를 전복시키려 폭동을 일으켰다. 음모론을 사실로 믿고 행동에 나선 초유의 일이다.
우리는 ‘음모론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는 음모론으로 백과사전도 만들 정도라고 하니 분야와 종류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방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음모론에 왜 빠지는 것일까? 미국의 에모리대학교 연구소는 미국·영국·폴란드에서 15만명이 참가한 170개 연구의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자신이 무엇인가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생각’ ‘직관에 의존하고 기이한 믿음과 경험을 갖는 것’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우월감이 지나친 것’ 등 세가지 요인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사실 어찌 보면 극단적으로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 정보가 넘쳐나 발생한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그런데 최근 음모론의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주로 대중들이 정부를 공격하는 데 음모론을 이용했다면 요즘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 집단이나 개인을 음모론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등장했다. ‘광우병 사태’를 소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2008년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농민과 시민의 불매와 수입 중단 요구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에서 분출됐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된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마찬가지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단순히 음모론으로만 치부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주장이 오히려 음모론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음모론 만능은 옳지 않은 시대적 징후다.
이상엽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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