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에 퍼부은 비…‘경봉’ 복숭아 낙과율 50% 넘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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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가 반복되며 길어지는 장마로 전남 화순의 중생종 복숭아농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4월 저온피해로 예년에 비해 착과도 덜 됐는데 수확기에 낙과 피해까지 겹치면서 농가들이 수확할 수 있는 복숭아 양이 크게 줄었다.
복숭아농가 문남식씨(76)는 "'경봉'은 예년과 비교하면 올해 수확량이 70% 이상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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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피해로 착과율 낮은데다
반복된 집중호우로 생산 급감
당도 낮아 작년 절반값에 출하
“비 더 온다니 올 농사 강제종료
이상기후 피해 적극 보상 절실”
집중호우가 반복되며 길어지는 장마로 전남 화순의 중생종 복숭아농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수확기에 비가 집중되면서 당도가 떨어져 출하가 어려워진 데다 가격까지 폭락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폭우로 낙과 피해까지 겹치면서 올해 농사는 이대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능주면 일대 복숭아농가들은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밭을 보면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집중호우 속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 복숭아가 땅바닥 여기저기에 굴러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4월 저온피해로 예년에 비해 착과도 덜 됐는데 수확기에 낙과 피해까지 겹치면서 농가들이 수확할 수 있는 복숭아 양이 크게 줄었다. 특히 7월 중순부터 말까지 보름여 동안 수확하는 중생종 ‘경봉’의 상황이 심각하다. 수확 직전이라 과가 크고 무거워서 아직 덜 자란 중만생종에 비해 더 쉽게, 더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번 폭우로 40∼50%는 낙과됐다는 것이 농가들의 설명이다. 복숭아농가 문남식씨(76)는 “‘경봉’은 예년과 비교하면 올해 수확량이 70% 이상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남아 있는 것도 제값 받고 판매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복숭아는 비가 오면 당도와 저장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상품성이 저하되는데 올해는 수확기와 장마가 겹치면서 전반적으로 품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농가 이종렬씨(66)는 “제대로 당도가 나오려면 3일 이상은 해가 쨍쨍해야 하는데 지금은 열흘 넘게 비가 오락가락하는 데다 폭우까지 쏟아져 예년만큼 당도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능주에서 생산하는 ‘경봉’은 대개 12브릭스(Brix) 정도 나오는데 올해는 9브릭스를 겨우 넘을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장마가 끝날 때까지 수확을 미룰 수도 없다. 숙기를 지난 복숭아는 자연낙과 하거나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병충해가 생겨 나무에 해가 갈 수도 있다.
이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따내서 공판장에 내는데 당도가 낮으니 가격도 4.5㎏들이 한상자 기준으로 지난해에는 4만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2만원밖에 안 나온다”면서 “인건비 등 비용은 비용대로 쓰는데 가격은 평소의 절반도 안 나오니 그저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폭우 여파로 소비마저 주춤해 농가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문씨는 “이맘때가 휴가철이라 국도변 직판장에서 피서객을 상대로 복숭아를 꽤 팔았었는데 올해는 비 때문에 아예 사람 구경을 하기도 힘들다”면서 “하루에도 서너번씩 복숭아를 따다 직판장에 내고는 했는데 올해는 한번 딴 것도 다 못 팔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한동안 비가 지속된다는 예보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주까지 비가 계속되면 그나마 남은 복숭아도 당도가 제대로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십년 복숭아농사를 지었지만 올해처럼 하루도 쉬지 않고 비가 이어진 적은 없었다”고 농가들은 입을 모은다.
문씨는 “‘경봉’은 이달말에 수확이 끝나는데 비가 그때까지 계속 온다고 하니 올해 복숭아는 이걸로 끝난 것 같다”면서 “소득이 예년의 3분의 1도 안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에 산지에서는 재해보험을 통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종진 능주농협 조합장은 “복숭아가 3년째 이상기후로 피해를 봐서 재해보험료 할증률이 많이 높아진 상태라 이번 피해에 농가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얼마 안될까 걱정”이라면서 “자동차보험처럼 피해 발생 원인이 농가라면 할증이 납득되지만 하늘이 농사를 망친 건데 할증이 적용돼 농가가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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