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로"…ML서도 성장하는 김하성, 美 언론 제대로 매료됐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2년전 벤치 선수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올해 가장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21시즌에 앞서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496억원)의 계약을 맺고 빅리그 무대를 밟은 김하성은 데뷔 첫 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볼에 애를 먹는 등 117경기에서 54안타 8홈런 34타점 27득점 타율 0.202 OPS 0.622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시즌 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점차 늘어났다.
그러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였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수술을 받고 금지 약물 복용으로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게 된 공백을 아주 훌륭하게 메웠다. 김하성은 지난해 150경기에서 130안타 11홈런 59타점 58득점 12도루 타율 0.251 OPS 0.708을 기록했고, 수비에서는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되기는 기쁨을 맛봤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감'을 뽐낸 김하성은 올해 완벽히 주전으로 거듭났다. 샌디에이고가 오프시즌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잰더 보가츠를 영입하면서 '유격수' 자리에 경쟁자가 생기게 됐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백업으로 두는 것보다는 2루수였던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포지션을 1루수로 옮기고, 김하성에게 2루를 맡기는 선택을 했다.
김하성은 20일(한국시각) 경기 종료 시점에서 91경기에 출전해 80안타 11홈런 33타점 49득점 18도루 타율 0.264 OPS 0.768을 기록 중이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커리어하이'는 확실하며, 아시아 출신 내야수 가운데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도 노려볼 수 있을 정도다. 수비는 군더더기가 없다. 김하성은 현재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수비 지표 대부분에서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올해는 골드글러브 수상도 노려볼 만하다.
수비에서는 어떠한 수식어도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하성은 최근 공격력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김하성은 올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샌디에이고의 하위타선에 배치돼 왔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리드오프'의 중책을 맡게 됐는데, 이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김하성의 타석 당 투구수는 4.41개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다. 즉 상대 선발 투수를 비롯해 모든 투수들을 잘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김하성이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지는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포지션 보정이 높은 편인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서 김하성의 bWAR은 4.5로 팀 내에서 가장 높다. 팀 2위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4.0)보다도 월등히 높다. 그리고 '팬그래프'의 fWAR은 타티스 주니어(3.6)와 후안 소토(3.3)에 이은 3위(3.2)에 랭크돼 있다.
김하성이 연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현지 언론에서도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의 위치, 입지에 오르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미국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에 따르면 김하성은 "첫해에는 매일 그날에 대해 생각, 집중하고, 내일을 생각했다. 적응을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내게는 배움의 과정이었다. 그저 하루를 보내느라 바빴고, 정말 힘들었다"고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봤다.
끝없는 노력을 퍼부은 결과 지금의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2년전 0.200의 타율을 기록한 김하성은 벤치 선수에서 올 시즌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며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샌디에이고의 생산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것이 김하성이 해온 일을 깎아내리지는 않는다"고 극찬했다.
매체는 김하성이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지표로 설명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김하성의 조정득점생산력(wRC+)은 116으로 소토(147)와 타티스 주니어(136)에 이은 팀 내 3위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수비(2루, 3루, 유격수)를 한 덕분에 fWAR 3.1은 타티스 주니어(3.6)와 소토(3.3)에 이어 3위"라며 "95마일(약 153km) 이상의 공에도 타율 0.282(46타수 13안타)를 기록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김하성은 신인 시절 그를 가늠할 수 있는 곳에 있지 않았지만, 샌디에이고가 4년 2800만 달러(약 356억원)의 계약을 맺었을 때 기대했던 모습"이라며 "가장 큰 성장은 김하성의 인내심과 침착함에 있다.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똑똑하고 트레이닝이 된 선수 중 한 명인 김하성은 세계 최고의 투수를 상대할 때 편안함을 느끼며, 자신감을 갖게 됐고 더욱 공격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하성은 매체를 통해 "나는 투 스트라이크 떄까지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더 공격적으로 하려고 한다. 올해가 3년차이기 때문에 지난 2년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프로가 됐을 때 삼진을 당하지 않으면서 많은 볼넷을 얻는 타자가 되고 싶었다. 그게 타자로서의 목표였다. 한국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어느 정도 그러한 선수가 됐고, 여기서도 같은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매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KBO리그 시절 김하성이 보여줬던 타격 지표와 현재 성적은 아직도 격차가 크다. 리그 간의 수준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메이저리그에서도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하성. 지금도 훌륭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가치가 있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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