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농촌에 묻힌 보석, 설화

강영식 2023. 7. 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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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올해 방영된 '구미호뎐1938' 역시 설화 속 구미호를 빌려온 드라마다.

의령군은 솥바위 설화와 큰 부자들의 출생을 모티브로 '부자축제'를 기획해 지난해 처음 개최했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 중 하나는 농촌의 설화를 적극 활용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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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고려시대의 장군이 도깨비가 돼 현대를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올해 방영된 ‘구미호뎐1938’ 역시 설화 속 구미호를 빌려온 드라마다. 구미호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과 함께 생활한다는 설정이었다. 이처럼 설화가 드라마에서 변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설화의 활용 가능성이었다.

비단 드라마에서만 설화가 유용하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최근 본지에 ‘우리동네 핫플’로 소개된 충남 공주 연미산자연미술공원만 봐도 그렇다. 암컷 곰이 나무꾼과 사랑에 빠져 아기 곰들을 낳았지만 나무꾼이 도망가는 바람에 물에 빠져 죽었다는 설화를 테마로 꾸민 공간이다. 1400여년 전 백제시대 때부터 전해져 내려온 슬픈 사랑 이야기를 작가들이 나름대로 해석해 구현한 많은 미술작품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렇게 스토리가 있는 흥미로운 볼거리를 마련한 덕분에 연간 방문객이 5만여명에 이르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연미산자연미술공원과 비슷한 사례가 경남 의령에 있다. 의령군 의령읍 정암마을의 ‘솥바위’는 가마솥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가 물에 잠긴 부분에는 솥의 발처럼 튀어나온 형상 3개가 있다. 조선시대 한 도사가 그 발을 보고 주변 20리(약 8㎞)에서 큰 부자가 날 것이라고 예언했단다. 이 예언이 적중한 것일까. 실제로 인근 8㎞ 이내에서 ‘큰 부자’들이 났다. 진주시 지수면에서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함안군 군북면에서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의령군 정곡면에서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태어났다. 의령군은 솥바위 설화와 큰 부자들의 출생을 모티브로 ‘부자축제’를 기획해 지난해 처음 개최했다. 군에 따르면 3일이라는 짧은 축제기간에도 10만명가량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몫했다는 것이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 중 하나는 농촌의 설화를 적극 활용했다는 데 있다. 오래전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원천으로 삼았다. 사실 이런 설화 등은 지역마다 대부분 존재한다. 특히 설화를 읊을 수 있는 어르신들이 가장 많은 곳이 농촌 아니겠는가. 그 이야기를 가리켜 그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를 형성하는 콘텐츠라고 한다면, 농촌에는 그런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시피 하다.

무엇보다 콘텐츠 활용을 위한 관건은 그에 대한 관심과 ‘협업’이다. 연미산자연미술공원의 작품들은 작가들과 주민들이 한달 동안 서로 소통하며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작가들은 주민들을 통해 설화를 이해하고 해석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부자축제는 주민뿐만 아니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 고안해냈다. 만약 작가나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아니었으면 그 설화들은 자칫 빛을 보지 못하고 지금도 묻혀 있을지 모른다. 주민들에게 곰 이야기는 예부터 구전되는 공기 같은 것이고, 솥바위는 줄곧 소원을 빌며 기대는 마을의 상징이었지 무엇엔가 활용될 콘텐츠로 보기는 쉽지 않았을 터. 작가든 문화기획자든 다른 누군가가 주민들에게 필요한 이유다.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설화를 해석하고 새롭게 창조해내는 일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고선 힘겹기 때문이다.

지금도 알려지지 않은 채 농촌 곳곳에 묻혀 있는 설화들. 주민과 다른 누군가가 함께 이 설화라는 원석들을 캐내 깎고 다듬는다면 어떨까. 그것이 테마공간 혹은 축제, 또 다른 무엇이 되든지 간에 농촌을 널리 알리고 문화적으로 풍요롭게 할 보석이 되지 않을까.

강영식 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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