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개정 자살예방법... 민간기업 빠진 교육 의무화 [생명을 살리는 일터②]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도 필요” 지적
보건부 “내년 7월까지 구체적 시행령 마련”
지난달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자살예방 교육 의무화 대상에 민간기업이 제외돼 ‘반쪽 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자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책무와 예방정책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자살예방법은 지난달 개정돼 해당 법안에는 기존에 각 기관의 재량이었던 ‘자살예방 교육’을 법정 의무교육에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살예방 교육이란 자살예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자살과 관련된 오해나 편견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고위험군을 발견했을 때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교육이다. 즉, 자살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과 생명지킴이(게이트 키퍼) 양성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는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은 자살예방생명지킴이 교육으로 ‘보고듣고말하기’와 ‘이어줌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보고듣고말하기’는 ▲자살을 암시하는 언어적·행동적·상황적 신호 확인(보기) ▲실제 자살생각을 묻고 죽음의 이유와 삶의 이유 경청(듣기) ▲안전점검목록을 확인하고 전문가에게 도움 의뢰(말하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줌인’은 자살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과 이어주는 생명지킴이교육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대학생·성인·직장인·노인 등으로 구분해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개정된 자살예방법에는 자살예방 교육 의무화 대상에 학교나 공공기관 등만 포함돼 있고, 민간 기업이 빠져 있어 ‘반쪽 짜리’ 법안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교육을 의무화해 실질적인 자살 예방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교육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퇴직연금교육 등 5가지를 법정 의무교육으로 지정, 매 분기 또는 연 1회 이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5가지 법정 의무교육에 자살예방 교육 역시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실제로 자살한 사람의 25% 정도만 의료기관 등 전문가를 찾아온다. 다시 말해 75%는 1차적으로 만나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에게만 자살징후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결국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동료 등 주변인들이 자살징후를 알아채고 바로 도움을 준다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확률이 전문가보다 3배가 높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통과한 법안은 간단한 법률 조항만 통과된 것이며 시행일인 내년 7월까지 구체적인 시행령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민간기업에서도 자살예방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노동부·일반 기업 등과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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