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20년 홍수 겪은 후 일본은 댐 짓고, 한국은 보 부쉈다
2020년 여름 거대 장마전선 영향으로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큰 홍수 피해를 봤다. 그런데 이후 일본은 댐 건설을 추진했고, 한국은 멀쩡한 보(洑)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극한 호우’가 빈번해진 가운데 한일 치수(治水) 대책은 정반대였다.
20일 일본 국토교통성 등에 따르면, 2020년 규슈 지방에 극심한 홍수가 나자 일본은 그해 11월 ‘가와베가와댐’ 건설을 추진했다. 1966년 다목적댐으로 계획했다가 주민 반대와 수질 악화 논란으로 2009년 중단한 사업을 다시 살린 것이다. 당시 규슈 북부·남부에 각각 71일과 60일간 장맛비가 퍼부었다. 집중호우가 시간당 최고 98㎜ 내렸고, 총강수량은 1541.5㎜까지 기록했다. 구마모토현 하천 11곳이 범람해 가옥 6000채가 침수됐고 6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장마가 끝나자 기상청에 ‘기상방재감’이란 직책을 만들어 재해 대비 조직을 새로 구성하고, 가고시마현 댐 건설을 위한 주민 간담회와 전문가 자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4개월 만에 가와베가와댐 추진이 국토교통성에 공식 요청됐다. 높이 107m, 수용량 1.3억㎥ 등 홍수 조절용 댐으론 일본 최대 규모로 건설 중이다. 재작년 3월 댐 건설을 포함한 ‘구마강 수계 긴급 치수 프로젝트’가 발표됐고, 작년 11월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는 등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준공 예정은 2035년이다.
2020년 장마는 우리나라에도 큰 피해를 끼쳤다. 역대 최장으로 중부·남부지방에 각각 54일과 38일간 비를 뿌렸다. 장마 기간 낙동강 643~712㎜, 섬진강 565.2㎜, 금강 514~865㎜ 비가 내렸고, 섬진강은 8월 7~8일 305.8㎜가 더 내렸다. 이 여파로 낙동강 합천댐·남강댐, 섬진강 섬진강댐, 금강 용담댐·대청댐 등 총 다섯 댐 하류 총 158지구에서 홍수가 발생했다. 4대강 사업을 한 본류에선 홍수가 거의 없었고, 사업에서 빠진 섬진강에 피해가 집중됐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홍수 이듬해인 2021년 1월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개방을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금강 유역 세종보가 상시 개방되며 기능을 잃었다. 올해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충청권 치수를 담당하던 보였다. 나머지 보도 물을 길을 수 있는 최저 수위로 운영됐다. 이마저도 보 인근 농민들의 반발에 따른 조치였다. 올봄 최악의 가뭄을 겪은 남부지방에선 보가 담아둔 물로 농업용수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문 정부는 2018년 9월 ‘국가 주도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하며 댐 신축과 증축에도 제동을 걸었다. 반면 일본은 전국 15곳에서 댐을 새로 짓거나 기존 댐을 ‘극한 강수’에 대비해 재정비하는 사업을 벌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건설 중인 댐은 3곳이 전부다. 2012년 댐 장기 건설 계획에 따라 추진된 한강 유역 원주천댐, 낙동강 유역 봉화댐, 작년 태풍 ‘힌남노’ 때 침수된 포항에 짓는 항사댐 등이다. 특히 항사댐은 2017년부터 지자체가 댐을 지어달라고 건의했지만 미뤄지다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서야 진행됐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날 본지에 “보 해체에 낭비한 시간을 지류 정비 사업에 썼다면 올해 홍수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비가 그치는 대로 특별재난구역 선포 지역부터 지류 정비를 시작해 ‘4대강 사업’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환경부는 치수를 위한 댐 건설 적정 후보지를 추려 새로운 20여 댐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inute to Read] Samsung Electronics stock tumbles to 40,000-won range
- “주한미군 이상 없나?” 트럼프 2기 미국을 읽는 ‘내재적 접근법’
- 온 도시가 뿌옇게… 최악 대기오염에 등교까지 중단한 ‘이 나라’
- 한미일 정상 "北 러시아 파병 강력 규탄"...공동성명 채택
- [모던 경성]‘정조’ 유린당한 ‘苑洞 재킷’ 김화동,시대의 罪인가
- 10만개 히트작이 고작 뚜껑이라니?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 잡은 이 기술
- 와인의 풍미를 1초 만에 확 올린 방법
- [북카페] ‘빌드(BUILD) 창조의 과정’ 외
- [편집자 레터] 가을 모기
- [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스위스에서 막내에게 농지를 우선 상속하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