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자유와 위스키는 늘 하나이니"
스코틀랜드 의회 의원들이 매년 송년의 밤 행사를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 합창으로 마무리하는 전통처럼, 시민들은 “국민 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1759.1.25~1796.7.21)의 생일인 1월 25일 밤을 ‘번스 나이트’로 기린다. 학회 등의 공식 행사와 별개로 주당(酒黨)들은 술집에 모여 춤-노래와 더불어 번스의 시들을 낭독한다. 1786년 7월 21일 번스가 발표한 ‘하원 스코틀랜드 의원들에게 바치는(?) 간절한 외침과 기도’라는 장시 낭독이 행사 하이라이트다. ‘간절한 외침과 기도’라 줄여 칭하는 시 마지막 32번째 연에 저 유명한 ‘자유와 위스키’가 등장한다.
“스코틀랜드여, 내 늙은, 존경하는 어머니여/ 당신은 (술에 취해) 헤더 덤불에 앉은 채/ 오줌을 누고/ 그러다 가끔 가죽옷을 적시기도 하지만/ 자유와 위스키는 늘 하나이니/ 자, 잔을 드세요(take off your dram)”(의역)
번스는 스코틀랜드인들의 자코바이트 반란 직후 태어났다. 잉글랜드 진압군에 의해 집이 불타고, 아비들이 학살당하고, 어미들이 강간당한 마을. 퀼트 타탄 전통의상도, 모국어인 게일어도 불법화된 시대. 스코틀랜드 부족사회의 행정-사법 질서를 지탱하던 부족장 세습권도 반란 직후 폐지됐고, 수많은 동포는 고향-고국을 등졌다(Highland Clearance).
풍경도 정서도 황량했던 그 시대, 번스는 옛 기억을 기록하듯 구전의 민요들로 시를 짓고, 억압에 맞서 박애와 자유를 노래했다.
‘간절한 외침과 기도’도 그중 하나였다. 그해 잉글랜드 의회는 자국 진 양조업자들의 이권을 위해 스카치위스키에 고율 보호관세를 매겼고, 의회에 진출해 있던 스코틀랜드 출신 의원 45명은 무기력하게 동조하거나 방관했다. 번스는 저 시로 그들을 꾸짖으며 동포에 대한 공감과 애국심을 촉구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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