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특례로 산 집 3배 뛰었는데... "양도세 땜에 전세금 못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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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공기관 다녀서 신분이 확실해요. 잠깐 전출 신고만 해 주시면 은행에서 대출받아 시세 내려간 만큼 전세금 내드릴게요."
전세계약 만료 3개월 전인 올 3월 당시 시세에 맞춰 전세금 일부(1억5,000만 원)를 돌려주면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세입자 A씨 제안에 집주인 B씨는 이렇게 요구했다.
결국 B씨는 계약 만료일에 전세금(6억 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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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 맞자 소송 대비한 꼼수 동원
하반기 전세금 반환 피해 속출 우려
"제가 공공기관 다녀서 신분이 확실해요. 잠깐 전출 신고만 해 주시면 은행에서 대출받아 시세 내려간 만큼 전세금 내드릴게요."
전세계약 만료 3개월 전인 올 3월 당시 시세에 맞춰 전세금 일부(1억5,000만 원)를 돌려주면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세입자 A씨 제안에 집주인 B씨는 이렇게 요구했다. 그래야 은행에서 선순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유였지만, A씨는 대항력(전셋집에 대한 임차인의 법적 권리) 상실을 감수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차라리 집을 팔아 전세금을 내달라고 하자 집주인은 "양도세가 많이 나와 팔 수 없다"고 했고, 법적 조치를 예고하자 "강제집행까지 최소 3년은 걸리는데 그 힘든 길을 가겠느냐"고 응수했다. 결국 B씨는 계약 만료일에 전세금(6억 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A씨는 곧바로 전세금반환 소송을 걸었다.
소송 과정에서 A씨는 집주인이 계약 만료 한 달 전 부인에게 해당 아파트 소유권을 '신탁' 방식으로 넘긴 사실을 알게 됐다. 증여가 아니라 부인에게 임대인 지위만 승계한 것이다. 김용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아파트에 대한 법적 권리를 복잡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세입자로선 법적 조치에 허들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법원 강제집행을 늦추려고 이런 꼼수를 동원한 셈인데, '신분이 확실하다'는 집주인이 일을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만든 이유는 무얼까.
한국일보가 취재했더니, 집주인은 최근 문제가 된 갭투자·역전세 부메랑을 동시에 맞으면서 벼랑끝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전셋값 하락에 하반기 비슷한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더 살펴봤다.
갭투자 눈떴지만…역전세 부메랑에 벼랑으로
해당 아파트는 공공기관 직원인 B씨가 2012년 5월 분양(이듬해 9월 등기)받았다. 부산 소재 대단지로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 직원에게 특례 분양한 첫 아파트다. 그 상징성을 고려해 분양가는 원가 수준으로 책정됐다. 당시 13개 공공기관 직원 1,200여 명이 관련 법에 따라 특별공급을 받았는데, 곧바로 집을 되팔아 차익을 챙긴 사례가 알려져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B씨는 이 아파트(전용면적 84㎡)를 2억9,000만 원 안팎에 산 걸로 추정된다. 2년 전 최고 11억 원을 찍은 시세가 현재 8억 원대 중반으로 떨어진 걸 감안해도 집값이 3배 가까이 뛰었다. 여러 자료를 참고했으나 B씨가 이 아파트에 실제 산 기록은 없다.
B씨는 2014년과 2016년에 오피스텔과 전용 84㎡ 아파트를 추가로 사들여 3주택자가 됐다. 전셋값이 뛰기 시작한 2010년부터 갭투자가 번져 2015년 전후 전국적 광풍으로 번진 걸 고려하면 B씨 역시 갭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사택에 살게 된 B씨는 보유 중인 3주택 모두 세를 줬다. 그해 신협에서 세 번째로 산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려 등기에 8억4,000만 원의 근저당이 잡힌 것으로 확인된다. 주택 시세만큼 꽉 채워 돈을 빌린 거라 신협 대출은 주택 구입 용도로 추정된다. 집값 급등 시기에 마지막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폭락해 B씨 역시 타격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라 양도세도 만만찮다. 지금 집을 팔면 도리어 손해라는 계산이 서자 시세가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끈다는 게 세입자의 소송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선 특례 공급을 악용한 B씨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한편 역전세로 인한 유사 사례 발생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세입자가 집주인 상대로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한 건수는 5월 3,600여 건(1~5월 1만5,000여 건)으로 월 기준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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