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130엔대로 급락… ‘엔화 강세’로 추세전환?

김은정 기자 2023. 7. 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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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 둔화 뚜렷해지자…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에 달러 약세

지난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때 ‘나홀로’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해 가치가 떨어졌던 엔화가 최근 들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 12일 달러당 138.40엔을 기록하면서 140엔 선이 아래로 떨어진 뒤, 1주일째 130엔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장중 145엔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치(엔화 약세)를 찍었던 엔화 가치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간 흐름과 다르게 통화 정책이 흘러갈 것이란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물가 둔화에 금리를 동결하고, 일본은 미국과 금리 격차 등을 해소하기 위해 조만간 긴축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양국의 ‘피벗(정책 전환)’ 기대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은 미국 연준과 일본 중앙은행이 곧 방향을 바꾸고, 이로 인해 엔화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그래픽=김하경
그래픽=김하경
그래픽=김하경

◇미국 물가 발표 후 엔화 흐름 반전

엔화 흐름은 지난 12일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가 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세인 전년 대비 3% 올랐다는 발표 이후 반전됐다. 물가 둔화세가 뚜렷해지자 미 연준이 지난 16개월간의 금리 인상 사이클을 조기에 종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이후 달러는 약세를 띠었고, 엔화는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간 엔화 가치가 워낙 많이 떨어진 만큼, 일본 중앙은행이 양국 간 금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통화 정책 정상화(긴축)에 착수하지 않겠느냐는 트레이더들의 전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4.54% 떨어져 위안화(-2.92%), 원화(-0.75%), 호주 달러(+1.64%)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에 비해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엔화 강세 전망 많지만 반론도

투자자들은 엔화 추가 반등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WSJ는 “올해 엔화를 팔고 영국 파운드, 멕시코 페소, 브라질 헤알화 등을 매수했던 헤지펀드들이 다시 엔화를 매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가 43개 중개업체를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말 엔화의 중간값은 132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시티그룹과 노무라의 전략가들은 엔화 환율이 내년엔 120엔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블룸버그는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는 오는 9월 138엔을 시작으로 연말엔 135엔, 내년 6월엔 128엔까지 엔화 환율이 떨어질(가치 상승)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반면 엔화 강세는 일시적으로 그칠 것이란 반론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의 야마다 슈스케 수석 전략가는 “단기적으로는 엔화가 달러당 135엔까지 더 떨어질 수 있지만 (추세라 하기에는) 과장된 것처럼 보인다”며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는 점진적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18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률 2%를 실현할 때까지 끈질기게 금융 완화를 계속하겠다”며 긴축 전망을 일축했다.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증권의 채권 전문가 무구루마 나오미는 “일본은행이 YCC(수익률곡선제어정책)를 폐지하는 등의 정책 변경에 나서는 것은 올 4분기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스터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지난 6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엔화 가치가 내년엔 달러당 160엔을 넘어설 수 있다(엔화 약세)”고 전망하기도 했다.

◇‘일학개미’ 투자는?

불투명해진 엔화 방향성에 ‘일학개미(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엔화 강세는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 타격을 주는 데다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었던 일본 증시에 대한 매력을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설사 역대급 엔저 현상이 끝나더라도 일본 증시는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탄탄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세계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이 마침 일본이 잘하는 분야라 미국 나스닥과 일본 닛케이지수의 흐름이 동조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991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등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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