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이차전지, 구미에 반도체… 7대 특화단지 만든다
정부가 반도체·이차전지 등 글로벌 전략산업의 국내 거점 역할을 할 7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20일 선정 발표했다. 각국이 천문학적 인센티브를 내걸고 전략산업의 패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파격적인 지원으로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용인·평택(반도체), LG에너지솔루션이 입주한 청주(이차전지), 삼성디스플레이의 천안·아산(디스플레이) 등이 포함됐다. 그동안 지역 민원 때문에 전력망을 끌어오지 못하고, 높은 세금 때문에 투자를 망설여 온 기업들에 킬러(핵심) 규제 철폐와 세제·예산 지원, 전력·용수 기반시설 등의 혜택을 제공해 짧게는 2026년, 길게는 2042년까지 614조원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4대 국가첨단전략산업 중 바이오 관련 특화단지도 올해 안에 추가로 지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반도체와 자율주행차, 바이오 등과 관련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도 5곳을 신규 지정해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래 산업을 위한 공급망을 탄탄히 구축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미국과 일본 등의 강력한 인센티브에 이끌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할 수 있는 특구 지정이 산업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21개 지자체 경합 끝에…첨단산업 특화단지 7곳 지정
정부는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작년 12월부터 지자체로부터 신청을 받았다. 21곳이 지원해 최종 7곳이 선정됐다. 정부는 선정 과정에서 해당 지역에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있는지, 이 기업의 투자 의지가 어떤지, 산업 생태계 조성이 가능한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 나눠먹기식이 아니라, 기업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과 혜택을 집중해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었다.
반도체 분야 특화단지로 경기 용인·평택과 경북 구미가 포함됐다. 용인·평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치한 곳이다. 특히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로 조성될 용인 남사읍 일대도 포함됐다. 이번 특화단지 지정은 향후 조성될 새로운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이미 이 지역에 있는 반도체 관련 기업에도 지원을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곳에서만 2042년까지 562조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구미에는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LG이노텍이 있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첨단 반도체용 300㎜ 웨이퍼 시장에서 세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차전지 분야에선 밸류체인별로 4곳을 선정했다. LG화학, SK온 등이 있는 전북 새만금엔 전구체 등 이차전지 기초 재료 생산을 위한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포스코퓨처엠이 있는 경북 포항은 이차전지의 핵심 4대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 포항에 투자되는 돈만 2027년까지 12조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차전지 완제품 생산은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BM 등이 입주해 있는 충북 오창이 맡는다. 이를 통해 배터리 전(全) 밸류체인을 국내에서 완성하게된다.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이차전지의 거점은 울산에 조성된다. 2030년까지 7조4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이차전지의 거점 생산공장(마더 팩토리)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충남 천안·아산이 선정됐다. 이 지역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있어 디스플레이 산업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향후 17조2000억원의 투자로 OLED를 넘어선 퀀텀닷(QD) 등 차세대(무기발광) 디스플레이를 개발한다.
정부는 특화단지에 전폭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용수·폐수 처리·전력 시설 및 진입 도로 등 특화단지 운영에 필요한 핵심적 기반시설 구축 비용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특화단지에서 요청한 뒤 60일 내 인허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허가가 나온 것으로 간주하는 ‘타임아웃제’도 도입한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확대하고, 주 52시간 규제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며 “각 산업단지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파악해 ‘맞춤형 패키지’로 지원해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부장 특화단지 5곳도 추가 지정
정부는 소부장 특화단지로 이날 미래차·바이오·반도체 등 3개 분야 총 5곳을 지정했다. 이번에 추가된 소부장 특화단지엔 2032년까지 총 6조7000억원이 투입되고, 첨단산업 특화단지와 마찬가지로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미래차 분야는 광주광역시와 대구가 지정됐다. 광주광역시는 기아, LG이노텍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향후 자율주행 핵심 부품을 만들 예정이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열풍에 따라 대구에선 전기차 모터 공급망을 구축한다. 현재 50%인 전기차 모터 자립률을 향후 90%까지 높이고, 핵심 부품들을 국산화할 계획이다.
바이오 특화단지는 충북 오송에 들어선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의약품 제조 공정(배양→정제→완제)에 필수적인 원부자재 자립을 목적으로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바이오 산업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추가 지정하기도 했다.
경기 안성에 지정된 반도체 특화단지는 향후 경기 용인시 일대에 들어설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 등에 반도체 장비 등을 납품하며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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