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동산PF 취약한 증권사 CEO 면담”
“긴장감 갖고 위험 관리하라”
최근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17% 이상으로 급등하며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20일 증권사들에 “적극적으로 PF 대출 위험을 관리하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부동산 PF 부실이 자본시장 전체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위험 관리가 취약한 증권사에 대해선 ‘최고경영자(CEO) 개별 면담’도 실시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날 금감원은 지난달 말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17%대로, 지난 3월 말(15.9%)보다 더 상승했다는 자료를 증권사들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국내 증권사 10곳의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및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작년 하반기부터 증권사 PF 대출 연체율이 상승 추세를 보인다”며 “우리 모두가 긴장감을 갖고 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실 채권에 대해서는 조속히 상각(손실 처리)하고, 부실이 우려되는 대출에 대해서는 외부 매각이나 재구조화를 통해 신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약 15.9%로 작년 말(10.4%)보다 5%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이는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2%)의 8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비교적 연체율이 높은 여신전문금융사(4.2%)나 저축은행(4.1%)보다 훨씬 높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금액도 작년 말 4657억원에서 지난 3월 840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증권사의 PF 참여가 대부분 ‘채무 보증’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은행이 1차적으로 자금을 빌려준 사업장에서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하면, 해당 대출 채권을 증권사가 떠안는 구조다. 그래서 부실화한 사업장 비율이 더 높다. 증권사의 대출 잔액은 약 5조원으로 전체 부동산 PF 대출액(132조원)의 4% 수준이다. 다만, 금융 당국은 “(관련 위험은) 현재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동산 PF 부실화가 자칫 증권사의 유동성 위험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은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부동산 PF 사업장의 대출 만기 연장 여부를 세밀하게 살피고, 충분한 금액이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한 돈)으로 설정됐는지 등을 점검한다는 것이다. 황 부원장보는 “위험 관리가 취약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별도 관리 방안을 제출하도록 하고, CEO 개별 면담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 당국은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손실 위험에 놓였는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국내 증권·자산운용사들이 2019년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에 중(中)순위로 대출해준 2800억원이 최근 대부분 손실 위기에 놓이는 등 호황기 때 투자한 부동산이 속속 부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각 증권사에 “투자한 해외 자산에 손실 징후가 발생하면, 재무제표에 적시에 반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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