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65] 내 눈에 저울 있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게 있다. 생존에 유리한 조건으로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되었거나, 문화적으로 안착되어 반복 학습된 것들이 대개 그렇다. 그해 비하면 짧은 시간 동안 유행처럼 번져서 추종자를 만드는 미적 표준은 한동안 선호도가 높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왜 이걸 아름답다고 했는지도 기억하기 어려워진다.
예술은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보자 마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아름다움은 이미 누군가가 오래전에 만들어서 교과서에서 외워 버린 것들이니 작가는 어떻게든 다른 걸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신선한 충격을 주거나 낯설어서 한참 들여다보게 만드는 매력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서 긴 시간이 흐른 뒤에 고전이 되는 것. 이것이 예술의 원대한 포부다.
김우영은 사람들의 눈을 매료시키는 방법을 잘 아는 작가다. 국내에서 패션사진의 시장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졌던 1990년대에 그는 스타 작가였다. 한국에서 도시계획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미국에서 사진을 공부하면서 훈련된 그의 눈과 손은 유행에 민감한 사진을 빠르게 만들어냈다. 상업적 성공을 이룬 작가의 다음 행보는 예술로 이어졌다. 최근에 그는 오래 공들인 작품집들을 연달아 출간하고 있다. 미국의 도시와 자연, 그리고 한국의 전통 가옥과 산하가 주로 담겼다.
한옥을 찍은 사진은 필연적으로 기록적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한옥을 짓기보다 없애는 속도가 빠르고, 고쳐 쓰더라도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 당연한 얘기다. 시간을 고정시킨 한순간을 찍었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사진은 마치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움직임이 있는 균형을 보여준다. 시각적 완결성을 추구하면서 형태와 밝기만으로 찾은 균형 감각이 마치 눈 속에 천칭 저울이라도 장착한 것 같다.
중력을 떠받치는 목재가 골격처럼 드러난 벽 앞에 가만히 서 있는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손으로 덧바른 표면에 빛과 물이 스며들어 생겨난 무늬가 몽글몽글 살아나 눈에 들어온다. 여기까지 기다리면, 이제 벽은 사람도 풍경도, 또 다른 그 무엇도 될 수 있다. 짧은 인생 중에도 긴 예술을 기대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김우영 작가가 찾고 있는 것 역시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절대미일 것이다. 이 벽 앞에서, 나도 잠시 그런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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