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53] 비틀거리는 중국 외교
우리는 꽃에 날아드는 벌과 나비를 탐화봉접(探花蜂蝶)이라 적은 뒤 그 속뜻을 여색(女色) 밝히는 남자로 이해한다. 바람기가 많아 여성 홀리는 데 공을 쏟는 남성, 풍류만 좇아 제 있을 곳을 쉬이 잊는 남자에게도 쓸 수 있는 말이다.
중국에서 이런 행위를 일컫는 단어는 많다. 남성의 경우를 빗댄 말은 ‘꽃과 버드나무를 찾아 기웃거리다(尋花問柳)’다. 여성이 그럴 때는 ‘빨강 살구꽃이 담장 위로 고개 내밀다(紅杏出牆)’다. 나름대로 운치 있게 적은 성어들이다.
보통은 남녀 모두 바람을 피우면 외우(外遇)라고 한다. ‘밖에서 벌인 만남’이란 뜻이다. 혼외의 즐거움이나 연애라고 해서 외환(外歡) 또는 외련(外戀)으로도 적는다. 정해진 궤도를 넘어섰다고 해서 출궤(出軌)로도 부른다.
여색 탐하는 남성이 주로 비난을 받기는 하지만 여성도 ‘닳아빠진 신발(破鞋)’이라는 식의 멸칭을 듣는다. 남자와의 관계가 매우 복잡한 여성을 해진 신발에 비유했다. 때로는 혼인한 부부 사이에 ‘끼어든 제3자(小三)’라고도 적는다.
다른 남성이나 여성에게 배우자를 뺏긴 사람에게는 “녹색 모자를 썼다(戴綠帽)”고 표현한다. 과거 중국에서 비천한 신분을 가리켰던 녹색 때문에 유래했다. 그래서 중국인에게 녹색 모자를 선물하거나 그에 관한 표현을 하는 일은 금기(禁忌)다.
요즘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단연 화제다. 한 달 가까이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주미(駐美) 대사 시절 여성 언론인과 정을 나눠 사생아를 낳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제 정치적 생명마저 위태로운 모양이다.
‘싸움 늑대(戰狼)’의 태도로 일관해 고립을 부른 중국의 외교다. 이제는 그 ‘간판 스타’인 장관의 스캔들까지 도져 망신이다. ‘바깥에서(外) 이성 사귀기(交)’로 ‘외교’를 이해하지는 않았을 텐데, 장중했던 중국 외교가 줄곧 비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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