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역장에 쌓인 70만개, 내 직구는 언제쯤… 물량 폭발에 ‘통관 대란’
“저건 일부고요, 두배쯤 되는 물량이 인천항 부두 앞 하역장에 쌓여 있어요.”
지난 19일 오전 인천 중구 항동 인천세관본부의 특송화물 전용 통관장. 이곳 지정 장치(藏置)장에 가득 쌓인 20피트짜리 컨테이너 70여 개를 보면서 인천세관 관계자가 들려준 말이다.
특송장은 말 그대로 포화(飽和) 상태였다. 창고마다 통관 대기 중인 물품이 꽉꽉 들어찼고, 컨테이너에서 미처 내리지도 못한 화물들은 지정장치장과 하역장에 꽁꽁 묶여 있었다. 특송장을 드나드는 화물트럭들은 컨테이너들이 들어차 비좁아 지정장치장을 겨우 드나들며 움직였다. 통관 물품을 넘기는 컨베이어 벨트는 이 와중에도 쉴 새 없이 돌아갔다. 한 직원은 “매일 밤 10시까지 다들 통관 작업을 하는데도 물량이 너무 많아 다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원 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와중에도 국내 물가가 계속 치솟자, 직구(해외직접구매) 소비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내 주요 항만·공항엔 통관 대기 중인 해외 직구 물량이 70만건까지 쌓였다. 여기에 엔저 현상에다 중국 직구 물량까지 가파르게 늘면서 소위 ‘통관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보통 하루 이틀 정도밖에 걸리지 않던 직구 물품 통관이 1~2주씩 지연되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올해 12월에 잇따라 인천항과 군산항에 해상특송물류센터를 추가로 열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환율 치솟아도 늘어난 직구가 빚은 ‘통관 대란’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해외직구 건수는 1억건, 금액 50억달러(약 6조347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해외 직구 건수는 4298만건으로 5000만건에 못 미쳤다. 3년 만에 시장이 두 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는데도 해외 직구 시장이 계속 커진 건 우리나라 물가가 계속 뛰어오른 탓이 크다. 해외 직구 제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종 할인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이런 ‘핫딜’을 적용하면 환율을 감안해도 국내보다 가격이 싼 경우가 적지 않아 결국 직구를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물품 대행구매·배송 플랫폼이 워낙 늘어나 직구가 어렵지 않아진 것도 직구 시장을 키웠다.
중국 직구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도 ‘통관 적체’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1000원짜리 물품도 무료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물동량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2020년 3069만건이던 중국 직구 물량은 올해 6000만건을 넘길 예정이다. 국가별 직구 점유율(금액 기준)도 작년에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직구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갈수록 제때 물건을 배송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75만명이 가입한 국내의 한 ‘직구’ 인터넷 카페엔 ‘저만 직구 상품 빨리 안 오나요’ ‘통관 지연 10일도 넘었어요’ 같은 글이 수십여 건 올라와 있었다. 직구 물량이 매년 폭증하는 반면, 국내 통관장 규모와 직원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다.
여기에 일본 엔저(円低) 현상까지 겹쳐 일본 직구 시장까지 확대되면서 ‘통관 대란’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일본 온라인 직구 금액은 1202억73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약 928억5000만원)에 비해 29.1% 늘었다.
◇“수요 따라가기 버겁다”
중국·동남아 등지에서 배로 들여온 물건을 전자상거래로 판매하는 국내 소상공인, 이커머스 업자들 입장에선 계속되는 ‘통관 적체’가 곧 생존 위기이기도 하다. 한 전자상거래 업체 운영자는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제때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면 바로 문을 닫게 된다”면서 “통관 절차를 풀어주는 것이 소상공인들에겐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이에 올해 12월에 인천항에 새로 해상특송물류센터를 신설하고, 군산항에도 해상특송통관장을 추가로 열겠다는 계획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21일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매년 30~40%씩 폭발하듯 커지는 직구 시장의 물동량을 감당하기엔 이 정도 투자로는 수요를 따라가기 역부족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파격적으로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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