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흠집이 슥 사라지고, 스스로 윤활제도 뿌립니다
카메라 렌즈나 자동차 문에 흠집이 생기면 곧바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바깥 풍경이 보이는 평범한 창문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자동차가 머지않아 나온다. 여름에는 자동차 창문에 붙은 특수 필름이 실내 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자동차 시트에서 사람이 앉은 부위를 정확하게 짚어내 그 부분만 따뜻하게 만드는 기술도 현실화한다.
현대차그룹은 20일 서울 명동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 행사를 열고, 미래 자동차에 실제 적용하기 위해 개발 중인 나노(nano·10억분의 1m) 기술 6가지를 공개했다. 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정도 크기 단위인데, 나노 크기의 소재 특성을 이용한 신소재를 만드는 것을 나노 기술이라 부른다.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신소재 기술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가 나오면 주행 성능이나 디자인 등을 소개하는 행사를 여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미래 자동차에 사용되는 각종 신소재는 물론, 자동차 시스템에 사용된 소프트웨어 역량이나 배터리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 되고 있다.
◇나노 기술로 ‘문콕’ 해결하고 부품도 보호
현대차그룹이 이날 공개한 셀프 힐링(자가 복구) 고분자 코팅 기술은 2~3년 내 상용화될 전망이다. 민감한 라이다나 카메라 같은 부품 표면에 특수 나노 소재를 여러 겹 쌓은 고분자 물질을 입히는 게 핵심이다. 이 소재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도 늘 결합하려는 성질이 있어, 코팅된 부품에 상처가 나면 분열돼 있다가도 다시 원래대로 붙게 된다. 우선 카메라 렌즈, 라이다 센서 등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앞으로 차체 표면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주차장 등에서 옆차 문 모서리에 찍히는 ‘문콕’도 해결하는 게 목표다.
전기 모터가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달리는 전기차는 모터에 맞물리는 각종 부품에 마찰이 많이 발생하는데, 현대차는 나노 기술을 적용해 각 부품에 윤활 기능을 더하는 물질도 개발했다.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이르면 올 연말 상용화된다. 부품 표면에 윤활제를 담은 나노 크기 캡슐을 발라둔 뒤, 마찰이 생기면 이 캡슐이 터져 부품을 감싸 보호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여인웅 책임연구원은 “현재 고분자 코팅 물질은 수입에 의존하는데 앞으로 국산화를 통해 비용도 20~30%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내 온도 낮추는 특수 필름, 창문 같은 태양 전지도 나온다
자동차에 쓰이는 에너지를 아끼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차 창문에 붙이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 대표적이다. 나노 단위 두께의 필름 여러 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 필름이 가시광선만 통과시키고 열을 품은 적외선은 곧바로 반사하거나 실내에서 외부로 방출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여름 야외에서 6시간 동안 실험한 결과 일반 틴팅(선팅) 필름만 붙인 차와 비교해 실내 온도를 7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일반 틴팅 필름보다 값도 절반 수준이다.
겉보기에는 일반 유리 같지만, 태양광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투명 태양전지’도 개발한다. 현재 대부분 태양전지는 불투명한 실리콘 소재라, 건물 옥상이나 자동차 지붕 등 시야를 가리지 않는 곳에 설치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빛을 투과(透過)시키면서도 이 빛을 전기로 바꾸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소재를 써서, 세계 최초로 손바닥만 한 크기의 투명 태양 전지에서 1.5W(와트) 전력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차 유리를 태양 전지로 바꾸는 게 목표다. 다만 대량생산과 투명도를 실제 유리처럼 높이는 게 과제다.
또 탄소 나노 튜브로 만들어진 ‘압력 감응형 소재’는 자동차 의자에 사람이 앉은 부위를 정확하게 파악해 그 부분만 데워주는 데 사용된다. 탄소 나노 튜브는 압력이 가해지면 저항이 작아지며 전류를 통하게 하는데, 이 전류를 포착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앉지 않은 곳은 열을 가하지 않아 에너지를 아끼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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