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명낙 회동’ 연속 불발을 보며

원선우 기자 2023. 7.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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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4월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인 김윤걸 전 교수의 빈소에서 이재명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뉴스1

“남북정상회담이 차라리 쉽겠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만남이 두 번째로 무산되자 국회 기자실에선 이런 탄식이 터져 나왔다. 두 전·현직 대표는 당초 지난 11일 막걸리 만찬을 한다고 했지만 집중 호우 예보로 취소했다. 18일에 만난다더니 이번엔 전국 수해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또 불발됐다. ‘명낙회동’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은 이 만남은 지난달 24일 이 전 대표가 미국에서 귀국한 뒤 한 달 가까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18일 “두 사람의 만찬 회동은 집중호우 대비와 수해 복구에 집중하기 위해 순연됐다”며 “수해가 일단락될 때까지 당분간 두 사람의 만남이 미뤄질 것”이라고 했다. 수해가 워낙 ‘엄중’하니 한가롭게 만나기는 어렵겠다는 식으로 들린다. 하지만 당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수해는 명목상 핑계에 불과하다. ‘만찬 의제’가 조율되지 않은 탓이라는데 당 안팎에선 “무슨 정상회담을 하냐” “수해 현장에서 만나면 될 일” 같은 말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68년 민주당 역사상 전·현직 대표가 밥 한 끼 갖고 이리 요란 법석을 떤 적이 있었나 싶다”고 했다. 실제 이 전 대표 귀국 후 양측 분위기는 같은 당 동지(同志)라기보단 적장(敵將)을 대하듯 냉랭하다. 이 대표가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기”라며 만남을 타진하자 이 전 대표는 “우선 인사 드릴 곳에 인사를 드리겠다”고 했다. “만나라”고 호들갑을 떠는 친명계에 친낙계는 “사진만 찍을 수는 없다”고 맞받았다. 회동이 무산될 때마다 명·낙 극성 지지층에선 “하늘이 도왔다” “절대 만나지 마라”고 난리다.

‘명낙회동’ 예정·무산 때마다 실시간 속보가 연예 뉴스마냥 쏟아진다. 일부 기자는 비공개 만찬 장소를 찾겠다며 종로 일대 식당을 뒤지기까지 했다. 양측은 이런 관심을 즐기는 듯도 하다. 그러나 두 사람 본업(本業)은 연예인이 아니라 정치인이다. 그들 말버릇대로 “민생이 고단하고 시국이 엄중할 때” 168석 거대 야당의 전·현직 대표가 결별 위기의 연인이나 파경 직전의 부부처럼 구는 모습에 국민은 피로감을 느낀다.

정치의 본질은 소통. 국민은 당대표와 국무총리, 대선 후보 등을 역임한 이들에게 ‘큰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각각 71세, 59세인 두 장년(長年)이 지난 대선 앙금을 아직도 풀지 못한 채 고작 밥 한 끼도 같이 못 먹는 사람들로 보여도 할 말이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두 주자의 개인적 도량, 그리고 당 전체의 소통 역량이 거기까지다? ‘유쾌한 결별’(이상민)은 해당(害黨)이 아니라 구당(救黨)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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