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조 투자 수도권 쏠림…부산은 ‘파워반도체 생태계’ 위안
- 市 전면 내세운 파워반도체 분야
- 정부 공모 분야보다 소재에 방점
- 전략산단 기반 부족 예견된 실패
- 민간 투자 91% 용인·평택 집중
- 수도권을 위한 프로젝트 시선도
부산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에 실패한 것은 예견된 결과로 분석된다. 지역 주력 산업이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정부가 공모한 특화단지 분야와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반면 해당 특화단지에 투자될 총 614조 원의 민간 자금 중 90% 이상은 수도권에 집중된다.
▮부산시 “경쟁력 확보 충분히 가능”
20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국가첨단산업단지’ 선정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국가산단을 지을만한 부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청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당시 논란이 확산하자 시는 그보다 한 달 전에 신청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산업통상자원부 주관)에 기대를 걸었다. 명칭은 비슷하지만 두 사업은 주무 부처 등이 전혀 다르다. 한 달 후인 4월에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에도 도전했다.
시는 두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파워반도체(전력반도체)’ 분야를 내세웠다. 파워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전력을 조절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메모리 반도체가 사람의 두뇌라면 파워반도체는 근육이나 심장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소재’ 분야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
시 관계자는 “파워반도체는 소부장 쪽에 가깝다”며 “(소부장) 특화단지에 선정된 만큼 기업과 협력해 부산 파워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시 말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과 관련해 부산에 신청 기반 자체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정부는 이번에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나서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을 선정 분야로 제시했다.
이날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이름을 올린 지역은 ▷경기 용인·평택(메모리 반도체) ▷충남 천안·아산(차세대 디스플레이) ▷충북 청주(최첨단 이차전지) ▷경북 구미(반도체 핵심 소재) ▷경북 포항(이차전지 소재) ▷울산(미래 이차전지) ▷전북 새만금(이차전지 핵심 광물) 등 7곳이다. 소부장 특화단지 선정 지역은 부산을 비롯해 ▷경기 안성(반도체 장비) ▷충북 오송(바이오 원자재) ▷대구(전기차 모터) ▷광주(자율주행 핵심 부품) 등 5곳이다.
▮민간투자 614조 원 91% 수도권에
부산이 소부장 특화단지에 선정된 것 자체는 긍정적인 결과로 인식된다. 시는 지역 주력 산업인 파워반도체 육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부 역시 “전기차 전력 변환 장치의 핵심 소재가 실리콘(Si) 기반에서 화합물 기반으로 바뀌는 추세인 만큼 국내 최대 규모의 파워반도체 생태계가 부산에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2020년부터 추진된 소부장과 달리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위해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이 때문에 민간 투자나 정부 지원 규모 등이 소부장 특화단지보다 월등히 클 수밖에 없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7곳에는 2042년까지 총 614조 원의 민간 투자가 이뤄진다. 반면 소부장 특화단지 5곳의 민간 투자 규모는 총 6조7000억 원이다. 투자 규모만 갖고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두 특화단지의 규모나 위상 등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소부장과 달리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인·허가 타임아웃제(일정 기간 지나면 인·허가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 등 혜택도 받는다. 이 때문에 각종 인센티브나 규제 완화가 경기 용인·평택 등 수도권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민간 투자 614조 원 중 거의 대부분인 562조 원(91.5%)은 경기 용인·평택 몫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가 ‘수도권 반도체’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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