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한인 과학자, 독일 ‘노벨상 사관학교’ 이끈다

유지한 기자 2023. 7.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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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라 교수, 막스플랑크의 기상학연구소 단장에 선임
한인 최초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단장에 선임된 강사라 UNIST 교수는 인터뷰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연구를 더 마음껏 하겠다”고 말했다./울산과학기술원(UNIST)

독일 뮌헨에 본부를 둔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기초 학문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물리, 화학 같은 기초 과학은 물론 법학, 심리학 같은 인문 분야 연구소를 독일 전역에서 80군데 운영하고 있다. 연구 역량만 탁월하다면 전 세계 누구나 초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막스플랑크는 ‘노벨상 사관학교’이기도 하다.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스반테 페보를 포함해 역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중 23명이 이곳 출신이다. 막스플랑크의 전신인 카이저 빌헬름 시절부터 따지면 수상자가 무려 38명에 달한다. 이런 막스플랑크 연구소 단장에 한인 여성 과학자 강사라(42)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가 선임됐다. 한인이 막스플랑크 단장에 오른 것은 강 교수가 처음이다. 강 교수는 “기대 반, 걱정 반”이라며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15일부터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에서 연구단을 이끌 예정이다.

◇父女 기상과학자

강 교수는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는 “어릴 적부터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수학·물리보다는 자연현상을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지구과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서울대 대기과학과에 진학했다. 대기과학에 관심을 둔 건 아버지 강인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영향도 컸다. 강인식 명예교수도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상기구(IMO)상을 받은 기상·기후 분야 석학이다. 강 교수는 “아버지는 본인이 교수로 있는 과에 오는 것을 민망해했지만, 외국 학자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연구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 아버지를 따라 대기과학과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2011년부터 UNIST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주어진 미션을 처리하는 기업과 달리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자유롭게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학자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강 교수는 기후역학 분야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학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열대지방 기후가 고위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알려졌지만, 반대로 고위도가 열대지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증거가 부족했다. 강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그린란드 빙하가 열대 강수 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런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했다. 여러 연구 성과를 내며 지난해에는 미국지구물리학회(AGU) 가을 총회에서 한국계 과학자 최초로 ‘중견대기과학자상’을 받았다.

◇”기초 과학에 몰두할 것”

강 교수는 두 아이를 둔 ‘워킹맘’이기도 하다. 출산 후 연구를 중도에 포기하는 여성 과학자가 많은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수업을 마치고 교수 아파트에 돌아가 수유한 뒤 연구실로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연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강 교수는 “연구를 하는 순간이 참 재미있었고 주변의 응원 덕분에 끝까지 연구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아이들이 저의 가장 큰 지지자”라고 했다.

다음 달부터 강 교수가 이끌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 연구단은 그가 하는 기상역학 연구를 중심으로 새롭게 꾸려질 예정이다. 강 교수는 “막스플랑크에서는 다른 곳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응용도 아닌 오직 ‘기초 과학에 몰두하라’고 했다”며 “아무런 제약 없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강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나타나는 건 자명하지만 얼마나 어떻게 나타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인류의 생존과 얽혀 있는 기후 문제를 풀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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