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숨진 교사 학폭 전담 안해… 그 반에 3選 정치인 손주도 없어

김수경 기자 2023. 7. 21.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초등교사 사망 소문과 진실
20일 오후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추모객들이 조문하고 있다./뉴시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A 교사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18일 오전 11시쯤 서초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였다. 한 회원이 학교 앞에 출동한 경찰차·구급차를 보고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이냐”며 글을 올렸다. 언론 보도 하루 전이었다. 여기까지는 ‘가짜 뉴스’는 아니었다.

여러 추측성 글이 떠돈 건 사건 발생 하루 만인 19일부터다. “1학년을 맡은 신규 교사인 A 교사가 학부모의 악질적 괴롭힘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학부모는 국회의원 집안이다” “A 교사가 교육청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는 등의 글이 돌았다. 상당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기호 가족, A 교사 학급에 없다”

인터넷상에서 A 교사 죽음에 급속한 관심이 쏠렸던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갑질 학부모’ 집안에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지난 19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학부모 가족이 3선 국회의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가장 먼저 이름이 거론된 건 김성주 서초구의회 의원이었다. 김 구의원의 프로필에 이번에 문제가 된 학교에서 활동하는 ‘좋은 아버지회 회장’이라는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거론됐다. 한 의원이 3선이고 A 교사가 다니던 학교 바로 옆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였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20일 오전 7시에 자신의 유튜브에서 “현직 정치인이 연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국민의힘 소속 3선으로 저는 알고 있는데 전혀 보도가 없다”고 했다. 그는 “곧 실명이 나올 것이고, 이 사안도 대단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1시간 30분 뒤에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이란 입장을 냈다. 한 의원은 “외손녀가 한 명 있는데 이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고 외손자는 다른 초등학교 2학년이며, 친손자들은 큰놈이 두 돌 지났고 경기도에 살고 있다”고 했다. 학교 측도 “SNS에서 거론되는 정치인 가족도 이 학급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자 한 의원을 거론했던 인터넷 게시판의 글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20일 오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가 재직하던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를 찾은 한 선배 교사가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2023.7.20/뉴스1

◇”A 교사, 학폭 전담 아니었다”

온라인에서는 A 교사가 학교 폭력 전담을 하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 임용된 신입인 A 교사에게 이와 같은 업무는 과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A 교사는 2022년 임용된 2년 차 교사였고, 학교 폭력 전담 업무를 맡지도 않았다고 한다. 학교 측은 “고인의 담당 업무는 학교 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권한 관리 업무였고 본인이 희망한 업무”라고 했다.

A 교사가 담당한 1학년 학급이 담임만 두 차례 교체된 ‘문제 학급’이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고인의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대로 배정된 것”이라며 “올해 1학기가 시작된 이후 해당 교사의 담당 학급이 교체된 적도 없다”고 밝혔다.

◇”A 교사, 교육청 불려간 적 없어”

A 교사 학급에서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졌는데, 피해자 부모에게 시달리던 A 교사가 서울시교육청에 불려갔었다는 주장도 돌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과 학교 측은 “A 교사를 교육청에 소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해당 학급에서 한 아이가 뒤에 앉아 있던 다른 아이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는데, 피해 학생의 부모가 교실에 찾아와 A 교사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고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경찰이 확인할 예정이다.

“교육청에서 엠바고를 걸어 기사를 못 내게 한다” “A 교사를 괴롭힌 부모가 변호사를 선임해 증거인멸 중이다”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 추락에 멍든 교사들, 온종일 추모 열기 - 20일 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 벽에 추모 불빛과 꽃, 메시지가 놓여 있다. 이 학교 1학년 담임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진 후 교사들을 중심으로 온종일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그동안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과 폭행, 고발 등에 시달리면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 사건이 교사들의 쌓인 불만과 분노에 불을 지펴 추모 열기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뉴스1

◇경찰, 갑질 여부 조사

몇몇 게시글은 A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과도한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19일 오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A 교사가 담임을 맡은 학급 학부모가 A씨를 하녀 수준으로 괴롭혔다”는 글이 올라왔다. 학부모가 A 교사에게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해서 알려달라고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다른 게시판에는 “학부모가 악성 민원을 넣어 견디다 못해 사망했다” “군대식으로 A 교사를 꽉 잡았다더라” 등의 내용이 올라왔다.

경찰이 입수한 A 교사의 일기장에는 업무 스트레스와 개인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경찰은 “업무방해 수준의 갑질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더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족들도 “고인이 학교 일로 많이 힘들어했다”며 이를 요구하고 있다. A 교사는 올해 초부터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니고 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