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막’의 시대… 詩라는 오아시스로 위로 건네

이영관 기자 2023. 7.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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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문예대상] 천양희 시인
/남강호 기자

2023년 만해문예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천양희(81·사진) 시인은 생에 드리운 고통의 그림자에서 희망을 길어 올리는 작품들로 세상을 비춰왔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18년 만에 첫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을 냈다. 결핵, 가족을 비롯한 육신의 고통 때문. 절망 속 인간의 실존을 노래하던 천양희의 시편은 여섯 번째 시집 ‘마음의 수수밭’(1994)에 이르며, 희망의 선율로 바뀌었다. 생의 끝자락에 섰다가 돌아온 경험을 ‘하늘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무한 천공이란 생각이 든다’(시 ‘직소포에 들다’)며 풀어냈듯, 자연의 힘을 긍정하는 시편을 다수 썼다. 시집 ‘지독히 다행한’(2021)을 비롯해, 시집 아홉 권 등을 냈다. 2017년부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은 60년 가까이 전업 시인의 삶을 고수해 온 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시대가 물질의 만족에 빠져 궁핍하지만, 시인은 정신을 살리는 사람이 돼야 한다.” 디지털 사회를 ‘전자 사막’에 비유하는 시인은, 타자기 대신 펜과 종이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천양희 시인은 “전자 사막에서 위로받을 곳 하나 없는 우리에게 시는 ‘오아시스’가 될 수 있다. 재가 다시 기름이 되는 만해 시인의 정신으로, 앞으로도 꺼지지 않는 등불 같은 시를 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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